[MT리포트]삼성폰, 다시 펼칠 시간(下)
[편집자주] 삼성이 2019년 세계 최초로 폴더블폰 시장을 열었지만, 중국 제조사들의 거센 추격에 독주 체제가 흔들린다. 폼팩터와 기능의 혁신 부재 논란 속에 삼성이 다시 한번 반격에 나선다. 핵심 전략은 '초슬림'과 '자체 AP 탑재'다. 내달 7세대 폴더블폰 시리즈 공개를 앞두고 삼성의 승부수와 시장판도 변화 가능성을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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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폰 절반' 자신했지만 고작 12%…대중화 먼 폴더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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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갤Z 7시리즈' 관세 딛고 판매 늘까
삼성 프리미엄폰 판매량/그래픽=김현정
"2025년까지 프리미엄 스마트폰 판매량의 50% 이상을 폴더블로 채우겠다."
노태문 삼성전자 DX(디바이스경험) 부문장 직무대행은 2022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갤럭시Z 폴드4·플립4' 언팩 간담회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폴더블 대중화를 빠르게 실현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올해 삼성전자는 신작 '갤럭시Z 폴드7·플립7'(이하 갤Z 7시리즈)을 들고 3년 만에 뉴욕을 다시 찾는다. 아쉽게도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량은 2억2400만대다. 이 중 4200만대가 프리미엄 스마트폰이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2100만대가 폴더블폰이어야 하지만 실상은 520만대에 그친다. 약 13% 수준이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출시된 갤Z 6시리즈의 6개월 누적 판매량은 521만대(폴드6-232만대, 플립6-289만대)로 전작인 갤Z 5시리즈(576만대)보다 9% 적다.
삼성전자는 오는 7월 역대급으로 얇고 가벼운 갤Z 7시리즈로 다시 한번 대중화에 나선다. 부품업계에선 올해 갤Z 7시리즈가 700만대가량 판매될 것으로 내다본다. 지난해보다 42% 증가한 수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이에 삼성전자는 수요를 세분화해 △두 번 접는 3단 폴더블폰 '갤럭시G폴드'(가칭) △첫 보급형 폴더블폰 '갤Z 플립 FE'(가칭) 등 하반기 라인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폴더블폰 대중화 관건은 '가격'…트럼프 관세는 발목
노태문 삼성전자 DX(디바이스경험) 부문장 직무대행이 지난해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갤럭시 언팩 2024(Galaxy Unpacked 2024)' 행사에서 갤럭시 AI를 결합한 '갤럭시 Z 폴드6'와 '갤럭시 Z 플립6'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전문가들은 폴더블폰 대중화 관건은 가격이라고 본다. 얀 스트리작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폴더블폰은 대중 시장에 어필하기엔 너무 비싸다"며 "대부분의 소비자는 여전히 폴더블폰의 용도를 확신하지 못하는 데다, 여전히 기기의 내구성과 수명을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우려되는 점은 미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으로 스마트폰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미 행정부가 예고한 대로 이달 말부터 해외 생산 스마트폰에 최소 25% 관세가 붙으면 다음달 공개되는 갤Z 7시리즈부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200만원대인 폴드 제품이 300만원을 넘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작 가격이 100달러 올랐을 때도 해외에서 "너무 비싸다"는 반응이 나온 만큼 가격이 인상되면 소비 수요가 둔화할 수 있다. 이에 삼성전자도 고민이 깊은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중장기적으론 폴더블폰이 확산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도 많다. 스마트폰을 넘어 태블릿을 대체할 것이란 평가다. 이준석 한양증권 연구원은 2026년 이후 폴더블폰 시장이 재성장할 것으로 내다보며 "멀티태스킹, 생성형 AI 기반 번역 및 콘텐츠 요약 등 폴더블 특화 UX(이용자경험)가 부각되면서 태블릿, 중형 디바이스 영역까지 확장 가능한 기술로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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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세 매서운데, 애플까지 가세…긴장하는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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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갤Z 7시리즈' 관세 딛고 판매 늘까
(바르셀로나(스페인)=뉴스1) 민경석 기자 = 3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 비아 전시장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5'를 찾은 관람객들이 화웨이 부스에서 '트리폴드폰' 메이트XT를 살펴보고 있다. MWC는 전세계 800여 개의 이동통신사가 참여하는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가 주관하는 행사로, 미국과 독일에서 각각 열리는 CES, IFA와 함께 3대 전자·IT 전시회로 꼽힌다. 올해 MWC에 참가하는 한국 기업은 187곳으로 지난해보다 22곳이 늘었다. 2025.3.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바르셀로나(스페인)=뉴스1) 민경석 기자
전 세계 폴더블 스마트폰(접는 스마트폰) 시장을 주름잡던 삼성전자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한때 폴더블 시장의 80%이상 차지했던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이제 30%대로 내려앉았다. 그 자리를 화웨이, 아너(HONOR) 비보(VIVO) 등 중국계 기업들이 차지했다. 특히 화웨이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20%대로 올라서는 등 중국계가 절반 이상을 장악했다.
23일 세계 시장 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전 세계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2021년 83.6%를 기록한 후 2024년 32.9%까지 하락했다. 반면 화웨이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9.3%에서 23.1%로 높아졌다. 삼성전자와 화웨이의 폴더블 시장 점유율 격차는 3년만에 한 자릿수 대로 좁혀졌다.
2023년 들어서야 시장에서 유의미한 존재감을 드러냈던 레노버(LENOVO), 아너, 비보 등은 2024년 각기 17.0%, 10.4%, 5.3%의 점유율을 기록할 정도로 성장세가 가팔라졌다.
바 형태 일변도였던 스마트폰 시장에 처음 폴더블폰이라는 제품을 출시한 곳은 중국계 제조사 로욜라였다. 2018년 11월 세계 최초의 폴더블 스마트폰을 출시했지만 이 회사는 곧 파산했다. 로욜라의 빈 자리는 삼성전자가 치고 들어가며 시장을 주도했다. 2019년 2월 갤럭시 폴드를 출시한 후 매년 새로운 폴더블 스마트폰 제품들을 내놨다. 지난해에는 폴더블 스마트폰에 AI(인공지능) 기능을 가미한 신제품도 내놨다.
기기의 외형과 크기, 물리적 배열 등 제품의 구조화된 형태를 폼팩터(Form Factor)라고 한다. 기존에 바 형태 일변도의 스마트폰 시장에서 폴더블폰은 초기 '틈새 시장'을 공략하는 제품의 아류 정도에 그쳤지만 이제는 더 넓어진 화면으로 더 시원스러운 디스플레이를 즐기고자 하는 소비자에게 새로운 선택지로 자리잡았다. 화웨이의 메이트XT가 스마트폰만으로도 태블릿PC의 수요를 대체할 수 있게 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애플도 폴더블폰 시장에 진출한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랐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내년 출시될 애플의 폴더블 아이폰에 폴더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을 공급할 것이라는 보도까지 이어지며 애플의 시장 진출 가시성이 커졌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계 기업에 이어 강력한 경쟁자인 애플까지 폴더블폰 시장에 진입하는데 삼성전자가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면 이번 미국 뉴욕 언팩에서 차별화된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며 "'와우 포인트'(Wow Point)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윤지혜 기자 yoonjie@mt.co.kr 황국상 기자 gshw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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