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ST 감사위, 전자통신硏 종합감사…문제 책임연구원 중징계 통보
참여기업 소스코드 그대로 제출…특수관계인에 사업참여 편의 줘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1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인공지능대전에서 관람객들이 인공지능(AI)과 가상현실(VR)을 활용한 제품을 체험하고 있다. 2025.5.14/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윤주영 기자 = 수백억 원 예산의 가상현실(VR) 엔진 국산화 및 콘텐츠 개발을 수행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연구 성과를 과장·허위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업 참여기업이 기존에 소유한 엔진 소스코드를 이름만 바꿔 결과물로 제출한 것이다.
24일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감사위원회의 ETRI 종합감사 결과에 따르면 이 사업은 2015년부터 2022년까지 8년간 수행됐으며, 총사업비는 357억 원이다.
국산 VR 엔진 및 저작도구 개발을 통해 차세대 콘텐츠 신시장에 진출하고, 관련 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사업 목표다. 결과물은 공개용 소프트웨어가 될 예정이었다.
공동연구기관인 A기업은 사업 착수 1년 뒤인 2016년부터 참여했다. 이 기업은 22억 500만 원의 연구비를 받는 대가로 회사가 기존에 소유한 VR 엔진 소스코드를 ETRI에 제공했다.
문제는 사업을 맡은 ETRI 책임연구원이 사실상 연구개발(R&D)을 하지 않고 제공받은 소스코드를 2017년 9월 홈페이지에 결과물로 올린 것이다. 이는 A 기업의 기존 소스코드와 일치했으며, 추가로 개발된 엔진 핵심기능 등도 확인된 게 없었다.
게다가 ETRI는 2021년경 보안 취약점과 서버복구 등을 이유로 사이트를 폐쇄, 공개 소프트웨어였을 결과물을 제공하지 않았다.
감사위원회는 "홈페이지로 제공됐던 VR 관련 자료는 모두 2019년 이전 버전의 A 기업 소스코드로 돼 있다. 2단계 연구 사업 목표인 국산 엔진 고도화 결과물도 ETRI는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발한 VR 엔진으로 만든 거라며 ETRI가 제출한 5개 콘텐츠도 실상 외산 엔진으로 구동된 것으로 확인됐다. 콘텐츠 제작 연구를 맡은 다른 참여 기업은 사업 결과물의 성능 한계를 이유로 외산 엔진을 활용했다고 진술했다. 또 이를 문제의 책임연구원과 협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감사위원회는 "대규모의 예산이 투입된 사업이 실패했을 뿐 아니라 의미 없는 후속연구가 계속되게 했다"고 지적했다.
또 해당 책임연구원은 2021년 특수관계(동일 소속 부서 연구연수생)의 B가 과제를 따낼 수 있게 편의를 제공한 것으로 파악됐다. B는 1996년생(당시 25세)으로 관련 연구에 종사한 지 불과 2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책임연구원은 과제 수주를 위해 B가 창업한 법인 주소에 자택 주소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B는 사업 관련 3건의 용역을 수주할 수 있었다.
이 밖에도 책임연구원은 공동연구기관인 또 다른 기업 대표가 뇌물을 주려고 시도했음에도 이를 신고하지 않았다. 책임연구원의 진술에 따르면 이 기업 대표는 함께 식사 후 현금 1000만 원을 신문지에 싸서 차에 두고 갔다. 책임연구원은 이를 계좌로 돌려주었을 뿐, 신고하지 않았다.
감사위원회는 해당 책임연구원을 중징계 조치하는 한편 관련 법률·규정에 따라 이번 연구부정행위를 검증 등 조치하라고 ETRI에 통보했다.
legomast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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