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발 IT 직군 신입 채용 한파
챗GPT 등 개발자 업무 대체
‘AI 인력’ 확보에도 소극적
인재들, 해외 취업으로 눈길
인공지능(AI)발 인력 구조 변화 여파가 신입 채용 한파로 이어지고 있다. 챗GPT 등의 AI가 IT 직군 등의 기본 업무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최근 열린 한 취업 박람회. 고용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는 취업준비생들 뒤로 현장에 전시된 AI 로봇의 뒷모습이 보인다. [헤럴드DB]
“웬만한 신입 한명을 채용하는 것보다 인공지능(AI)이 차라리 낫다는 평가가 많다.” (한 ICT기업 관계자)
인공지능(AI)발 인력 구조 변화 여파가 신입 채용 한파로 이어지고 있다. 챗GPT 등의 AI가 기본 업무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특히 ICT 개발자들의 영역이었던 코딩 등 IT 업무까지 AI가 수행하고 있어, 당장 신입 개발자의 채용이 크게 줄었다. 신입 개발자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까지 AI가 고도화 되면서, 당장 기업들이 신입의 채용 문부터 걸어 잠그고 있다.
▶직격탄 맞은 ‘IT채용’= AI로 인해 일자리 직격탄을 맞은 곳은 ICT 업계다. 2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ICT통계포털에 따르면 IT 직군의 채용 축소 기조가 두드러진다. IT 직군의 온라인 노동지수는 지난 15일 기준 63으로, 지난해 6월(193)과 2023년 6월(192)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지난달에는 58까지 하락하며 통계 집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온라인 노동지수는 2020년 4월 공고 수를 100으로 환산해 지수형식으로 표시한 지표다. 숫자가 낮을수록 채용이 축소됐다는 의미다.
또 다른 통계에서도 이런 추세는 이어진다. 채용 플랫폼 진학사 캐치에 따르면 지난 2~4월 IT·통신 업계 채용공고 건수는 같은 기간 5519건에서 506건 줄어든 5013건에 그쳤다. 모든 업종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IT 분야 신입 채용 한파가 극심해진 것은 AI 도구를 도입한 기업들이 확대되면서, 신입 개발자의 업무를 AI로 대체할 수 있는 여지가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캐치는 “챗GPT 등 AI 툴 도입이 본격화되면서 단순 업무 중심의 신입보다는 고도화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핵심 인재를 선호하는 흐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신입 채용을 줄이는 대신 자동화 도입이나 인프라 개선에 집중하는 기업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로 신입 개발자의 영역이었던 코딩 업무에서 AI의 기술이 크게 발전한 것도 한몫했다. 실제 해외 빅테크기업에서는 이미 AI를 제품 개발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구글은 AI 시스템이 제품에 대한 새 코드 4분의 1 이상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고, 오픈AI와 메타 등도 20~30% 수준의 코드를 AI에 맡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비교적 진입 문턱이 낮은 스타트업으로 눈을 돌리는 신입 개발자가 많지만 이마저도 경쟁이 치열하다 최근 한 스타트업에는 1명 공고에 200명 지원하기도 했다.
▶AI 신규 인력 채용에도 소극적=AI 활용은 갈수록 늘어나지만, 대다수의 국내 기업은 AI 관련 인력 채용에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모양새다. 특히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산기협)이 연구개발(R&D) 조직을 보유한 대·중견기업, 중소기업 등 1479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AI 도입 시 선호 인적자원 전략’으로 신규 인력 채용을 꼽은 기업은 137곳(약 9.26%)에 불과했다. AI를 도입하지만 AI 관련 ‘인력’을 확보하는 데는 소극적이라는 의미다.
특히 중소기업은 AI 인력 채용에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설문에 참여한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AI 활용을 위한 인력 채용도 부담스럽고, 플랫폼 구축도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중소기업 관계자도 “AI 개발자 인건비 부담이 너무 커서 엄두를 못 내고 있다”며 “인력 채용을 한다 해도 자사 아이템과 시스템에 대해 가르치고, 조직 문화에 적응하게 하는 데 6개월 이상은 소요될뿐더러 AI 구축도 못 하고 퇴사할 수도 있어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호소했다.
AI 관련 인재에게도 국내 취업·근무 환경은 열악하다. 때문에 아예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미국 시카고대 폴슨연구소 산하 싱크탱크 매크로폴로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에서 대학원 과정을 마친 AI 인재 중 40%가 해외로 이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최상위 AI 연구자가 졸업 후 활동하는 국가는 미국(57%)이 압도적 1위로 나타났다.
낮은 처우 등 AI 인재가 느끼는 기업 환경 만족도 역시 낮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의 ‘세계 인재순위 2024’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해외 고숙련 인재가 느끼는 기업 환경 만족도’ 순위는 2023년 47위를 기록했다. 이는 2015년(37위)에 비해 열 계단 하락한 수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오픈AI 연구원 초봉은 11억3000만원으로, 국내 기업 초봉 수준과 경쟁 자체가 불가하다”고 했다.
고재우·권제인·차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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