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지하철 객차 CCTV의 비밀 4편
2011년 CCTV 모니터링 기술
두차례 시연 영상 단독 공개
서울교통公 예산 없어 못 했나
예산 타령 전 해명부터 내놔야
지난 5월 31일 발생한 서울 지하철 5호선 방화 사건으로 인해 시민들이 대피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더스쿠프는 심층취재 추적+ '지하철 객차 CCTV의 비밀'을 통해 "지하철 CCTV 실시간 모니터링은 불가능하다" "1200억원을 투입해야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할 것"이라는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서울교통공사가 14년 전인 2011년에 관련 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그럼 14년 전의 기술은 과연 어느 정도 수준이었을까. 2011년과 2013년에 찍은 시연 영상을 공개한다.
'지하철 객차 CCTV의 비밀' 마지막편이다. "열차 내에서 벌어지는 사건ㆍ사고를 (CCTV를 통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기란 어렵다. 설비를 마련하려면 1200억원 정도의 예산이 들어간다(오세훈 서울시장)."
이 발언부터 다시 이야기해보자. 국비든 시비든 원천은 혈세다. 이 때문에 나랏돈을 쓸 땐 냉정하게 분석해 집행의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그렇다면 지난 5월 말 '지하철 5호선(마포~여의나루역) 방화 사건' 후 오 시장이 꺼낸 "1200억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하다"는 말의 근거는 뭘까.
우리는 심층취재 추적+ '지하철 객차 CCTV의 비밀'을 통해 "열차 내에서 벌어지는 사건ㆍ사고를 CCTV를 통해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무려 14년 전 어느 중소기업이 만든 '18기가 실시간 무선영상전송장치'란 기술이다.
서울교통공사는 2011년 5월 시스템을 준공했고, 2년에 걸쳐 1500대의 장비를 5~8호선에 설치했다. 당시로선 혁신적 기술이었다. 서울교통공사는 2012년 11월 14일부터 16일까지 호주 퍼스에서 열린 세계대중교통협회(UITP)의 '아시아태평양 회의 및 고속철도 심포지엄(Asia-Pacific Assembly & Rapid Transit Symposium)'에 참여해 서울도시고속철도(SMRTㆍSeoul Metropolitan Rapid Transit corp)에 시범적으로 적용한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그러자 오 시장과 마찬가지로 '실시간 모니터링 기술은 없다'고 주장하던 서울교통공사는 뒤늦게 모순적 주장을 거듭했다. "18기가 무선영상전송장치는 6호선에 한정해 운용ㆍ유지관리 중이다. 나머지 개량된 LTE-R망을 이용 중이다."
당연히 의문들이 쏟아진다. "실시간 모니터링 기술이 있다는 건가 없다는 건가. 왜 지금까진 '실시간 모니터링 기술'이 없다고 주장해 왔는가. 개량된 LTE-R은 효능이 있는가. 도대체 예산 1200억원의 근거는 뭔가."
지하철에서 각종 사건ㆍ사고가 발생하면 여전히 문제 해결은 시민의 몫이다.[사진|뉴시스]
혹자는 '실시간 모니터링 기술이 뭐 그리 대단한 것이냐'고 물을지 모른다. 그렇지 않다. 서울에서만 하루 평균 660만명(2024년 기준)의 시민이 이용하는 '지하철'은 사실상 안전 사각지대다. 지하철 객차 내 CCTV는 현재 '빈껍데기'나 다름없다. CCTV가 촬영한 영상을 '실시간 송출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서다.
그러니 객차 내 CCTV가 전송한 화면을 매시간 확인하는 직원(승무원)이나 안전요원도 없다.[※참고: 일부에선 그 많은 CCTV를 확인하는 것도 불가능할 텐데 실시간 모니터링이 무슨 소용이냐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이상 징후에만 팝업이 뜨도록 할 수 있기 때문에 실시간 모니터링에 그리 많은 인원이 필요한 건 아니다.]
달리는 지하철 안에서 누군가 폭행을 가하거나 불을 질러도 승객 스스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하철 객차 내 CCTV의 맹점은 '성추행' '묻지마 폭행' '방화放火' 등의 사건ㆍ사고로 귀결되기도 했다. 14년 전 개발한 기술을 확대 적용했으면 벌어지지 않았을 사건일지 모른다.
그럼 서울교통공사가 2011년 구축한 '18기가 실시간 무선영상전송장치'의 기술력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더스쿠프가 단독 입수한 '18기가 실시간 무선영상전송장치'의 시범운행 영상과 지하철 객차 내 CCTV 영상을 보자. 길이는 각각 2분59초, 21초다. 시범운행 영상을 촬영한 건 2011년 5월 26일 오후 4시께다. 객차 내 CCTV 영상은 2013년 10월 10일 촬영했다.
서울 지하철 7호선(상행선) 청담역에서 뚝섬유원지로 향하는 열차 기관실 안, 화면 왼쪽에 모니터 한대가 보인다(화면①). 모니터 상단엔 '시험중 전원 OFF 금지'란 문구가 적힌 종이가 붙어 있다. 4분할로 나눠진 화면에는 지하철이 방금 출발한 청담역 승강장의 모습이 실시간으로 송출되고 있다. 화면 상단엔 '청담-상행'이 적혀 있다.
지하철이 청담역을 출발하고, 터널 속을 달린다. 이어 안내방송이 흘러나온다. "시민 고객 여러분, 저희 5678 서울도시철도는 고객의 안전과 범죄 예방을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영상 | 더스쿠프]
[영상 | 더스쿠프]
22초가 지나자 화면이 2분할로 바뀐다(화면②). 상단의 글자도 '뚝섬유원지-상행'으로 바뀐다. 달라진 화면엔 지하철이 향하고 있는 뚝섬유원지역 승강장이 나온다. 화면 구성으로 미뤄 짐작했을 때 승강장 중간에 설치된 2대의 CCTV가 승강장 왼편과 오른편을 각각 맡아 실시간으로 촬영 중인 듯하다.
화면 속 승강장은 한산했다. 승강장을 오가는 몇몇 승객과 시설물을 살피는 역무원이 보인다. 화면을 통해 기관사는 뚝섬유원지의 상황을 미리 파악할 수 있다. 청담역을 출발한 지 1분 후, 영상이 밝아지며 지하철이 청담대교 철교로 들어선다.
여전히 뚝섬유원지 승강장엔 사람이 별로 없다. 지하철이 1211m의 철교 위를 달리면서 한강을 가로지르는 사이에도 모니터엔 영상이 끊김 없이 전송되고 있다. 화질도 선명하다. 승강장에 사고로 이어질 만한 위험요소가 있다면 기관사가 즉시 파악하는 게 가능해 보인다.
모니터로 볼 수 있는 건 승강장뿐만이 아니었다. 화면 상단엔 터치로 조작 가능한 버튼들이 배치돼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화면③). 이를 통해 기관사는 승강장 영상을 포함해 객차 영상, 전ㆍ후방 영상, 다음역 영상 등을 볼 수 있는데, 간단한 조작을 통해 지하철 구석구석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설계돼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객차 영상' 버튼이 구현돼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기능 덕분에 기관사는 승강장뿐만 아니라 달리는 지하철의 내부 상황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실제로 21초짜리 객차 내 CCTV 영상을 보면 승객들의 움직임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화면④).
지하철이 청담역을 출발한 후 1분50초가 지나자 기관실 창문으로 뚝섬유원지역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번 역은 뚝섬유원지, 뚝섬유원지 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오른쪽입니다." 모니터로 승강장 상황을 미리 확인한 덕분에 기관사는 평소처럼 열차의 속도를 서서히 줄이며 뚝섬유원지역으로 진입한다(화면⑤).
[영상 | 더스쿠프]
[영상 | 더스쿠프]
[영상 | 더스쿠프]
지하철을 기다리던 승객들이 하나둘씩 스크린도어 앞에 서면서 승강장이 붐비기 시작한다. 2분26초, 지하철이 뚝섬유원지역에 완전히 정차한다. 스크린도어와 지하철 문이 열리고, 승객들이 타고 내린다. 기관사는 모니터를 통해 이 광경을 지켜본다.
"출입문 닫힙니다." 20초 후, 승객이 모두 탑승한 것을 확인한 기관사가 열차 문을 닫는다. 2분50초, 7호선 지하철이 서서히 뚝섬유원지역을 빠져나간다.
영상은 이렇게 끝이 난다. 이 영상을 통해 18기가 무선영상전송장치가 얼마나 많은 정보를 실시간으로 송출할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안전 '사각지대'였던 지하철 내부의 상황을 속속들이 파악할 수 있다는 게 이 장치의 가장 큰 장점이다. 안전사고ㆍ비상사태 발생 시에 유용한 장치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또다시 의문이 남는다. 서울교통공사가 14년 전에 구축한 이 시스템을 자신들의 계획대로 적극 확대했다면 지금쯤 지하철의 '안전 사각지대'를 어느 정도 메울 수 있었을지 모른다. 서울교통공사는 왜 이 시스템을 사실상 방치해 놓은 걸까.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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