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페인터 칼텍 교수…퀀텀코리아2025 개막
미국 아마존웹서비스(AWS) 퀀텀 총괄 책임을 맡고 있는 오스카 페인터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칼텍) 교수가 서울 양재aT센터에서 열린 양자 분야 국제행사인 '퀀텀코리아 2025'에서 발표하고 있다.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현재 양자컴퓨터 개발이 겪는 기술적 어려움이 1960년대 고전컴퓨터 공학자들이 컴퓨터 규모를 확장하며 돌파한 난관과 비슷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과정에서 양자컴퓨터 상용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양자 오류정정 기술이 향후 5년간 급속도로 발전할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제시됐다.
미국 아마존웹서비스(AWS) 퀀텀 총괄 책임을 맡고 있는 오스카 페인터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칼텍) 교수는 24일 서울 양재aT센터에서 열린 양자 분야 국제행사인 '퀀텀코리아 2025'에서 "현재 양자컴퓨터가 마주한 기술적 어려움은 1960년대 컴퓨터 공학자들이 겪은 사례와 닮았다"며 "양자컴퓨터의 필수 과제인 양자 오류정정 기술이 앞으로 5년간 급속도로 발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자컴퓨터는 고전컴퓨터로는 계산이 너무 오래 걸려 해결이 불가능한 특정 유형의 문제를 풀 수 있어 신약·신소재 탐색이나 최적화 문제를 푸는 데 유망하다. 어떤 물리적 상태가 하나로 정해지지 않고 동시에 존재하는 양자중첩 현상을 활용한 정보처리 단위인 큐비트(qubit)로 계산을 수행한다.
1960년대 컴퓨터 공학자들은 소위 '숫자의 횡포(the tyranny of numbers)'라고 불리는 장벽에 맞닥뜨린다. 거대한 기존 부품들을 연결하는 방식으로는 컴퓨터 규모를 확장하는 데 한계를 느낀 것이다. 이후 집적회로 제조 기술을 바탕으로 문제가 해결되며 컴퓨터 기술과 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페인터 교수는 양자컴퓨터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고 봤다. 양자컴퓨터를 상용화하려면 큐비트를 수천개에서 수백만개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 규모가 커질수록 계산에 오류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계산의 신뢰도를 확보하려면 각 큐비트 계산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줄이면서 동시에 오류가 발생했을 때 정정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큐비트 수를 확장하면서 겪는 숫자의 횡포를 극복해야 하는 것이다.
고전컴퓨터는 정보를 복제해 두고 나중에 검증하는 방식으로 계산 오류를 거의 완벽히 정정할 수 있지만 큐비트는 정보를 확인하는 순간 양자중첩 상태가 사라져 복제가 불가능하다. 대신 큐비트 사이의 상호작용 방식인 '양자 얽힘'을 이용해 주변의 다른 큐비트에 정보를 저장하는 방식으로 큐비트 오류를 정정하는 기술이 등장하면서 과학자들이 개선을 거듭하고 있다.
페인터 교수는 "큐비트 오류율은 15년 전에 10%였지만, 5년 전에 1%, 현재는 약 0.3%까지 줄었다"며 "300번 정도 하면 1번 오류가 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AWS 연구팀은 큐비트에서 일어나는 두 가지 오류인 비트 플립(bit flip)과 위상 플립(phase flip) 중 한쪽 오류만 치우쳐 발생하도록 유도한 새로운 큐비트 개념인 '고양이 큐비트(cat qubit)를 구현하고 연구결과를 올해 2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공개했다. 비트 플립 오류만 발생하는 고전컴퓨터와 달리 양자컴퓨터에서는 두 가지 오류가 발생한다는 점이 오류 정정 난이도를 높인다.
페인터 교수는 "고양이 큐비트는 비트 플립 오류를 기존 큐비트의 5000분의 1로 억제할 수 있다"며 "한 가지 유형을 억제하면 오류 정정 과정이 단순화돼 정정에 필요한 큐비트 수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물리적 큐비트를 구현하는 재료의 결함을 원자 수준에서 제어하고 큐비트 확장을 위한 3차원 구조와 배선 분야에서 기술 혁신이 필요하다고 봤다.
페인터 교수는 "우리가 지금 양자 오류를 정정하고 있다는 것은 패러다임 전환"이라며 "인공지능(AI)도 양자컴퓨터 오류정정 기술을 개선하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리아 머츠바처 미국 양자개발컨소시엄(QED-C) 전무이사가 24일 서울 양재aT센터에서 열린 양자 분야 국제행사인 '퀀텀코리아 2025'에서 발표하고 있다.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이날 실리아 머츠바처 미국 양자개발컨소시엄(QED-C) 전무이사는 "2024년 기준 양자 분야 특허는 5만5293건으로 매년 13%씩 증가하고 있다"며 "양자컴퓨터뿐 아니라 양자 센서, 양자 네트워크 분야도 발전하고 있다"고 조명했다.
머츠바처 이사는 미국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OSTP)에서 과학기술 정책을 주도한 경험을 바탕으로 양자 분야에서 정부와 산업, 학계를 연결해 기술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그는 전세계에서 공통적으로 양자 분야 인재 부족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머츠바처 이사는 "앞으로 양자기술 활용도가 높아지면 생산자 입장인 퀀텀 메이커(quantum maker)뿐 아니라 소비자 입장의 퀀텀 테이커(quantum taker)에 일자리가 많이 생겨날 것"이라며 "인재들이 자기 영역의 전문 지식과 양자를 결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퀀텀코리아는 국내외 양자과학기술 연구자 및 관련 기업, 정부대표 등이 참여해 글로벌 양자생태계 혁신 흐름을 조망하는 국제행사다. 이번 행사 주제는 '100년의 양자, 산업을 깨우다'로 24일부터 26일까지 3일간 양재 aT센터 제2전시장에서 개최된다. 8개국 57개 기업·기관이 전시에 참가했다.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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