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만원 '갤S25'도 기깃값 '0원'
강병 테크노마트. /사진=김승한 기자
SK텔레콤이 24일부터 신규 영업을 재개하고 대규모 보조금을 내세워 고객 유치에 나섰다. 유심 해킹 사태 이후 가입자 50만명 이상이 빠져나간 데 따른 대응 조치다. KT와 LG유플러스 등 경쟁사들도 공격적인 지원금을 앞세워 맞대응하고 있다.
이날 강변 테크노마트 등 이른바 '성지'로 불리는 휴대폰 판매점에선 SK텔레콤 번호이동 가입 시 최대 60만원 이상의 페이백을 지급했다. 유심 해킹 사고로 고객 유출이 이어지자 이를 상쇄하기 위해 공격적 마케팅에 돌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페이백은 통신사가 대리점이나 판매점에 지급한 판매장려금을 고객에게 되돌려 주는 방식의 일종의 불법보조금이다.
이에 따라 출고가 115만5000원인 '갤럭시S25'의 기깃값은 0원이었다. 여기에 일종의 '차비' 명목으로 현금 10만원을 제공하는 판매점도 있다. 현재 SK텔레콤에서 갤럭시S25에 지원하는 공시지원금은 최대 50만원으로 추가지원금(공시지원금의 15%) 7만5000원을 고려하더라도 불법보조금이 최대 58만원 제공되는 셈이다.
갤럭시뿐 아니라 아이폰도 '공짜폰'으로 풀렸다. 서울 강동구 한 성지에서 출고가 99만원의 '아이폰16e'를 SK텔레콤 번호이동 조건으로 구매하면 기깃값은 0원이다. 이날 SK텔레콤이 공시지원금을 55만원으로 인상하고, 페이백 44만원까지 제공한 덕분이다. 전날까지만 해도 같은 조건에서 49만원을 부담해야 했던 것과 비교하면 파격적이다.
다만 이같은 조건으로 단말기를 구매하려면 10만원 이상 요금제를 6개월 유지해야 한다. 나머지 18개월은 4만원 이상 요금제를 써야 한다.
휴대폰 판매점 한 직원은 "오늘 아침 SK텔레콤에서 판매장려금을 인상한다는 공지가 내려왔고 금액은 매일 바뀌는 거라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모르겠다"며 "아이폰이 이렇게 저렴하게 판매되는 것은 이례적이며, SK텔레콤이 경쟁사 대비 공격적으로 판매장려금을 지원하는 것은 드문 경우"라고 덧붙였다.
이에 KT와 LG유플러스도 고객 방어를 위해 발 빠르게 나섰다. 현재 두 통신사는 번호이동 조건에서 출고가 124만3000원인 '아이폰16' 128GB 모델을 0원에 판매하고 있다. 특히 LG유플러스는 여기에 최대 20만원의 현금을 추가 지급한다. 양사 모두 공시지원금과 전환지원금을 합쳐 70만원을 공식적으로 제공하고 있지만, 별도로 70만원(차비 포함) 이상의 불법보조금을 풀며 가입자 유치에 적극적이다. 갤럭시S25 역시 SK텔레콤과 비슷한 수준의 페이백을 내세우며 고객 지키기에 주력하고 있다.
SK텔레콤의 이번 지원금 인상은 유심 해킹으로 인해 이탈한 가입자를 되찾기 위한 결정이다. 유심 해킹 사고가 처음 알려진 지난 4월 22일부터 신규 영업 재개 전날인 23일까지 SK텔레콤 가입자는 52만3964명이 순감했다. 이로 인해 SK텔레콤의 시장 점유율이 40% 아래로 떨어지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4월 기준 SK텔레콤의 휴대폰 가입 회선 점유율은 40.08%로, 전월 대비 0.33%포인트 하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SK텔레콤의 파격적 마케팅은 이탈 고객을 되찾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단기적으로 가입자는 늘 수 있겠지만, 불법 보조금에 대한 규제 당국의 단속 수위에 따라 리스크 또한 커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승한 기자 win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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