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청문회 준비 사무실 첫 출근
"모든 일하는 사람 권리 보호 시급"
"4.5일제, 정년연장 필요…노사 대화로"
질의응답 후 금속노조 농성 현장 방문
불법사업장 조사 요청에 "잘 살펴보겠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24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2025.06.24.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권신혁 고홍주 기자 = 이재명 정부의 첫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김영훈 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이 "분절된 노동시장 통합이 최우선 과제"라며 "법의 보호 밖에 내몰려있는 수많은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 보호가 시급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24일 서울 중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에 첫 출근하며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이 말했다.
백팩을 매고 차량에서 내려 카메라 앞에 선 김 후보자엔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기자들과 질의응답에 앞서 지명 소감을 밝힌 그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설렘보다 두려움이 앞선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모두가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라는 주권자의 명령을 무겁게 받아안고, 저에게 주어진 소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운을 뗐다.
소감에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김 후보자는 '가장 시급한 과제가 무엇이라고 보시냐'는 질문에 "가장 시급하고 근본적인 문제는 노동시장이 분절화됐다는 점"이라며 "과거에는 정규직-비정규직 문제가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비정규직도 아니고, '비임금노동자'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분절화된 노동시장의 통합은 이재명 정부의 국정기조인 '성장과 통합'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런 차원에서 광범위하게 법의 보호 밖에 내몰려있는 수많은 일하는 사람들, 평범한 우리 이웃들의 일할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후보자가 언급한 '일하는 사람'은 기존의 근로자 개념에 포섭되지 않는 특수고용직(특고)·플랫폼 종사자, 프리랜서 등 '비전형노동자'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또 산적한 노동시장 과제들을 위해 노사정 사회적 대화로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어떤 결론을 내려놓고 대화를 시작하지 않겠다. 대화 자체가 목적이라는 국제노동기구(ILO)의 3자 대화의 대원칙을 지지한다"며 "사회적 대화가 쉬운 길은 아니지만, 그 방법 외에 우리 앞에 닥쳐있는 사회적·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인내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만나고, 소통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나 주4.5일제 등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정년연장이나 주4.5일제, 노동시간 단축은 디지털 전환이나 저출생 고령화 등 인구변화, 노동력 감소 등 우리 앞에 닥친 대전환 위기를 돌파할 유력한 수단이라고 생각한다"며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어떤 제도나 정책도 당연한 명분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 잘 안 된다면 왜 안 되는지를 먼저 살피겠다"며 "중요한 의제들은 노사정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공동의 길을 찾아나가는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총을 비롯해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등 양대노총이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된 '노조 회계공시'를 폐지해야 한다는 요구에 대해서는 "지난 정부에서 추진된 불합리한 조치라고 하는 것에 대해 잘 살펴보겠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노사 자치주의의 실현이다. 정부는 노와 사가 자율적으로 교섭하고 결사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고, 그런 차원에서 회계공시 문제를 살펴보겠다"며 즉답을 하지 않았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24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인근에서 집회 중인 금속노조 김정봉 금속노조 서울지부 동부지역 부지회장 등 주얼리 노동조합원들과 만나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2025.06.24. mangusta@newsis.com
아울러 일각에서 행정 경험 부재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는 것과 관련해 "충분히 그런 지적이 있을 수 있다. 저의 부족한 행정 능력에 대해서는 고용부의 훌륭한 간부들과 머리를 맞대고 배우겠다"며 "효율적인 행정을 위해 노조 활동 경험을 통해 취득한 것이 있다면 같이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민주노총 위원장 시절과 현재 생각이 달라진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출신으로서 출마하셨겠지만 전 국민을 대표하는 통합의 우두머리가 되겠다고 말씀하셨다"며 "저는 민주노총 출신 장관 후보자로서 출신이 어딘지 항상 기억하겠지만, 모든 일하는 시민들을 배려해 노동행정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서 있는 자리가 달라지면 풍경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기자들과 질의응답이 진행되는 가운데, 김성봉 전국금속노동조합 서울지부 동부지역지회 부지회장이 김 후보자를 향해 "여기 좀 봐주십시오"라며 "불법 사업장을 조사해달라"고 외쳤다.
김성봉 부지회장 등 금속노조 주얼리분회는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이 꾸려진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인터뷰가 끝나고 찾아가겠다"고 말한 김 후보자는 질답 종료 후 밖으로 나가 '주얼리 불법사업장 근로감독을 강력히 촉구합니다'라고 써있는 현수막 밑 농성장을 찾았다.
김 부지회장은 김 후보자에게 "100개가 넘는 공장(주얼리 사업장)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했는데 근로기준법이 지켜지는 곳이 하나도 없다"며 "고용부에 불법사업장을 조사해달라고 계속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한번 잘 살펴보겠다"며 "간부들과 잘 의논해서 해결책이 있는지 고민하고 같이 토론을 해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앞서 김 후보자는 전날(23일) 대통령실의 장관 인선 발표 이후 이날 오전 한국철도공사에 명예퇴직을 신청하고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서울로 올라왔다.
김 후보자는 지명 당시에도 직접 열차를 몰던 철도공사 부산경남본부 소속 기관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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