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슈가, 세브란스에 50억 기부…자폐 치료 ‘민윤기 센터’ 건립. 슈가(왼쪽)와 금기창 연세의료원장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방탄소년단(BTS) 슈가(민윤기)의 50억원 기부는 단순한 ‘통 큰 후원’이 아니다.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민윤기 치료센터’ 설립은 7개월 이상의 고민과 현장 참여 끝에 나온 결정이다.
23일 세브란스병원은 슈가가 자폐 아동 치료를 위한 전문 센터 설립을 위해 50억원을 기부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병원 측은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은 물론 연세의료원 전체를 통틀어 아티스트가 전한 기부금으로는 역대 최고액”이라고 밝혔다.
이 치료센터는 9월 완공 예정으로, 언어·심리·행동 치료 등 통합 치료는 물론 임상·연구를 결합한 맞춤형 정신건강 프로그램을 제공하게 된다.
슈가는 단순히 금전만 기부한 것이 아니다. 지난해 11월부터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천근아 교수와 함께 자폐 치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고, 음악을 통한 사회성 향상 프로그램 ‘MIND(Music, Interaction, Network, Diversity)’를 공동 개발했다.
이 프로그램은 단어를 넘어 감정과 관계를 익히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다. 슈가는 실제로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매주 주말 병원을 찾아 자폐 아동들과 기타를 연주하고 함께 노래하며 직접 프로그램을 실험했다.
병원 측은 “언어치료만 받던 아이들이 리듬에 맞춰 움직이고, 스스로 악기를 고르고, 감정을 표현하기 시작했다”며 “음악이 아이들의 반응성과 감정 표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실제로 언어에 반응하지 않던 10세 아동은 악기를 능동적으로 선택했고, 감정 표현이 거의 없던 18세 청소년도 합주 중 표정과 몸짓으로 감정을 드러냈다.
슈가는 병원 측에 “단순한 나눔을 넘어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밝히며, 향후에도 프로그램을 고도화하고 지속 가능한 모델로 확장해 나갈 계획임을 전했다.
기부 소식이 알려진 후, 팬덤 ‘아미’의 릴레이 기부도 이어졌다. 연세의료원 측은 24일 오전 9시 기준 ‘민윤기 치료센터’에 대한 일반인 기부금이 2억 원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홈페이지에 후원 항목이 개설된 지 하루 만의 일이다. 병원 측은 “기부 문의가 폭주했고, 향후 해외 송금 채널도 열릴 예정”이라고 전했다.
슈가는 위버스를 통해 “작년에 있었던 일로 실망과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무엇보다 팬분들의 마음을 다치게 했다는 점이 너무 속상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앞으로 더더욱 여러분이 준 사랑에 보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슈가는 음악으로 세계를 울린 아티스트를 넘어, 음악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치료하는 실천자의 길을 개척하고 있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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