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버린AI, 인프라·인재·제도 기반 중요
민간 전문가 실무 감각·정교한 제도 필요…소버린AI 개념 확립도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울산 울주군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인공지능(AI) 글로벌 협력 기업 간담회에서 참석자 발언을 듣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6.20/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신은빈 기자 = 이재명 정부가 인공지능(AI) 정책을 책임질 사령탑으로 정보기술(IT) 기업인 출신들을 발탁하면서 '소버린AI' 구축 계획에도 기대가 모인다.
소버린AI 전략은 단순히 국산 거대언어모델(LLM) 개발에 그치지 않는다. 해외에 종속되지 않는 자체적인 AI 생태계 구축이 궁극적인 목표다. 전문가들은 인프라·인재·제도 기반을 갖추고 실용과 진흥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진단한다.
25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로 배경훈 LG(003550) AI연구원장을 지명했다. 앞서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으로는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혁신센터장을 임명했다.
배 후보자와 하 수석은 초거대 AI 모델을 성공적으로 만든 경험이 있다. 배 후보자는 LG의 '엑사원'(Exaone), 하 수석은 네이버(035420)의 '하이퍼클로바X'(HyperCLOVA X) 개발을 이끌었다.
실무를 잘 아는 민간 전문가 중심으로 내각이 꾸려지자 업계에서는 긍정적인 출발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 정부가 강조한 '소버린AI' 정책에 탄력이 붙는 신호로도 읽힌다.
소버린AI를 구축하려면 외산 AI 모델에 의존하지 않아도 될 자체 인프라와 이를 뒷받침할 정교한 제도, 인재 육성책이 필요하다.
해외 주요국들은 이미 많은 예산을 투입해 인프라와 제도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월 자체 AI 모델을 만드는 '오픈 유로 LLM'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지난해 발효된 '인공지능법'(EU AI Act)을 중심으로 해외에서 진출한 AI 기업이 자국의 가이드라인을 따르도록 제도적 환경도 조성했다.
프랑스의 AI 스타트업 미스트랄, 중국의 딥시크 역시 국가적 투자의 결실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카카오(035720)·네이버·삼성SDS(018260) 등 민간 기업 주도로 데이터센터 구축이 진행되고 있다. SK(034730)그룹은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함께 그래픽처리장치(GPU) 6만 장을 투입하는 국내 최대 규모 AI 전용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
민관 합작으로 2조 5000억 원을 투자해 AI 학습용 GPU 기반을 마련하는 국가AI컴퓨팅센터 구축 사업은 참여 기업이 없어 두 차례 유찰됐다. 과기정통부는 관계 부처와 향후 추진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국내 AI 산업을 규정한 'AI 기본법'은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현재 하위법령을 정비 중이다. 법안 내 '고영향 AI'의 기준과 정부의 사실조사 요건 등 일부 조항은 여전히 AI 산업을 규제할 것이란 우려를 사는 쟁점이다.
최승재 세종대 교수는 "소버린AI는 유무에 따라 향후 선진국과 후진국이 갈릴 정도로 국가 경쟁력을 결정하는 중대한 요소"라며 "소버린AI의 윤곽부터 구체화하고 세부적인 제도를 마련해 뒷받침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이 19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공계특별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6.19/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전문가들은 정부가 주도하는 소버린AI의 정확한 개념부터 확립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궁극적인 목표를 구체화하고 민간의 실무 감각과 정교한 제도로 현실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명주 AI안전연구소 소장은 "정책을 구상할 때 기업 입장에서 공감할 수 있는 유인책이나 중장기적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며 "국가AI컴퓨팅센터 사업이 유찰된 이유도 이윤을 낼 방안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재성 중앙대 AI 학과 교수는 "민간 전문가 출신 인사는 실무 감각을 살리고 정책적으로는 인재 육성을 지원해야 한다"며 "국내는 해외에 비해 인재와 제반 시설 투자가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bean@news1.kr
<용어설명>
■ 소버린AI
특정 국가가 외부 의존 없이 독자적으로 개발·통제·운영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과 생태계를 의미
■ GPU
그래픽처리장치(Graphics Processing Unit)의 약자로 이미지나 영상 같은 그래픽을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개발된 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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