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보기관 초기평가 보고서
“이란 핵개발 6개월 지연에 그쳐”
트럼프 “완전히 파괴” 거듭 주장
이란 외무부 “심하게 손상” 첫 언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 공군의 공습으로 이란 핵시설이 완파됐다고 밝혔지만 핵심 시설이 파괴되지 않았다는 미 정보 당국의 초기 분석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이란이 가까스로 휴전에 합의했지만, 애초 이스라엘의 목표였던 이란 핵능력 제거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전쟁의 불씨는 여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CNN과 뉴욕타임스(NYT)는 24일(현지시간) 정보 당국 내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 같은 초기 분석 내용을 전하며 “이번 공격은 이란의 핵 개발을 수개월 정도 지연시켰을 뿐”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이란이 보유한 농축 우라늄 재고는 파괴되지 않았고 원심분리기도 대부분 온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5쪽 분량의 기밀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은 공습 전에 대부분 농축 우라늄을 다른 시설로 옮겼고 실제 파괴된 핵물질도 거의 없었다. 이 보고서는 미 중앙사령부가 이란 핵시설 공습 직후 수행한 전투 피해 평가를 바탕으로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이 작성한 것이다.
CNN은 “공격으로 인한 피해와 이란의 핵 야망에 미친 영향은 아직 분석 중이며, 추가 정보가 확보되면 평가가 바뀔 수 있다”면서도 “초기 결과는 이란의 핵농축 시설을 완전히 박살냈다고 여러 차례 주장한 트럼프의 발언과는 배치된다”고 전했다.
DIA는 미군과 이스라엘 공군의 공격 이후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6개월 미만으로 지연된 것으로 추정했다고 NYT가 보도했다. 미 정보 당국은 미군의 공습 이전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서두를 경우 약 3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트럼프는 트루스소셜에서 “이란 핵시설은 완전히 파괴됐다”며 “가짜뉴스 CNN이 망해가는 NYT와 손잡고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공습 중 하나를 폄하하려고 시도했다”고 비난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도 “‘1급 기밀’로 분류된 자료가 정보기관 내 익명의 하급 인사에 의해 CNN으로 유출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25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열린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 함께한 자리에서 이란 핵시설에 투하한 벙커버스터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나가사키에 떨어뜨린 원자폭탄에 비유하며 “그 전쟁을 끝낸 것과 본질적으로 같은 공격”이라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이번 공습이 이란의 핵 개발 능력을 수십년 후퇴시켰다고 주장했다.
이란 수도 테헤란 혁명광장에서 24일(현지시간) 열린 반미·반이스라엘 집회에서 한 여성이 전현직 최고지도자 사진을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란 외무부의 에스마일 바가이 대변인도 알자지라방송 인터뷰에서 “핵시설이 심하게 손상됐다”고 말했다. 이란 정부 인사가 핵시설 손상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다만 그는 “기술적 사안이므로 덧붙일 말은 없다”며 피해 규모를 함구했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오스트리아 빈 기자회견에서 지난 13일 이란으로부터 ‘핵물질과 장비 보호를 위해 특별 조치를 취한다’는 내용의 서신을 받았다며 “(이란에) 핵물질이 여전히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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