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K 드론에 날개가 없다(上)
[편집자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이 핵심 무기로 등장해 게임체인저로 부상중이다. 한국도 2020년부터 드론산업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지정하고 투자하고 있으나 응용산업에만 집중하다보니 첨단기술은 물론 부품과 소프트웨어도 부재한 상황이다. 심각한 해외 의존도를 어떻게 타개할 수 있을지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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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드론 심장까지 메이드 인 차이나?…전쟁 게임체인저 만들 드림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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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K 드론 이니셔티브 '늦깎이' 출범
K 드론 이니셔티브 추진안/그래픽=윤선정
대전차 미사일 한 대 값이면 소형드론 600대를 만든다. 러시아 폭격기 기지를 소형 드론으로 무너뜨려 유명해진 우크라이나 '거미집 작전'엔 대당 200만원대 저가 드론이 있었다. 전문가들은 "드론 기술력이 곧 국방력인 시대"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한국엔 아직 드론을 자체적으로 양산할 공급망이 없다.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부처 합동 'K 드론 기체 공급망 이니셔티브'가 뒤늦게 출범했다.
25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우주항공청(이하 우주청)은 산하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과 함께 '한국형 드론', 이른바 'K 드론'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첫발을 뗐다. 이달 출범한 'K 드론 기체 공급망 이니셔티브'다. AI(인공지능)를 접목한 차세대 드론을 중심으로 핵심부품을 국산화하고 자체 기술 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목표다.
존 리 우주청 임무 본부장은 앞서 17일 열린 출범식에서 "드론은 국민의 안전과 산업을 지탱할 중요한 도구다. 하지만 우리 드론 산업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고 외부 의존도도 높다"고 진단했다. 우주청 분석에 따르면 국내에서 유통되는 드론의 핵심 부품 90% 이상이 중국산이다. 수요가 작은 시장에 중국산 제품이 저렴한 가격으로 밀고 들어오자 국내 산업계가 낄 틈이 없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 가운데 중국은 드론 핵심 부품에 대한 수출 통제 계획을 내비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드론 기술 자립을 위한 로드맵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정부와 산업계가 손잡고 대규모 드론 양산에 나선 상황이다. 미국에서는 이달 "저비용·고기능 드론 조달 능력을 강화하라"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프랑스 자동차업체 르노는 프랑스 국방부의 요청에 따라 군용 드론 생산라인을 검토 중이다. 러-우 전쟁에 투입할 드론을 프랑스가 공급해 신수요를 창출하겠단 의지다.
우주청은 이번 이니셔티브를 계기로 2026년까지 대규모 'K 드론 임무 중심 프로젝트' 사업을 기획한다. 국내 드론 수요·공급망 확대를 위한 범부처 협업 체계가 만들어질 전망이다.
플래닛 랩스 PBC가 제공한 위성 사진에 4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습(거미줄 작전)을 받은 러시아 이르쿠츠크주 벨라야 공군기지에 전략폭격기로 보이는 기체들의 잔해가 남아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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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술력 충분한데"…드론 핵심부품 '중국산' 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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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K 드론, 핵심 부품 90% 이상이 중국산
드론 기체 주요 부품/그래픽=김지영
"(드론 기술) 실력은 있지만 국내 수요가 적어 가격 경쟁이 안 됩니다."
한국형 드론, 이른바 'K 드론'의 핵심 부품은 대부분 중국산이다. 중국산에 의존하게 된 건 "국내 기업이 못 만들어서가 아니다. 하지만 (국산화가) 더 늦으면 기술까지 중국에 뒤처진다"는 게 드론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주항공청(이하 우주청) 주관 'K 드론 기체 공급망 이니셔티브'(이하 K 드론 이니셔티브)를 이끄는 강왕구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 무인이동체원천기술개발사업단장은 25일 머니투데이에 "(드론의 핵심부품 국산화 실패는) 시장의 수요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했다. 공공 수요만으론 산업 생태계를 유지할 수 없는데다 그간 공공 수요마저 크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강 단장은 "연구실의 원천기술은 사업화되지 않고, 국산품 생산은 돈이 안 되니 자연스럽게 중국을 비롯한 해외산 부품이 자리를 잡게 됐다"고 했다. 연구팀 분석 결과 국내에서 유통되는 소형드론의 핵심 부품은 90% 이상이 중국산이다.
드론의 모터, 배터리가 대부분 중국에서 들어온다. 프로펠러도 대부분 중국산이지만 일부 고급형의 경우 유럽 제품을 사용한다. 영상 송수신기 등 통신장비는 중국산 혹은 캐나다산이다. 카메라의 경우 대체로 저가형은 중국산, 고급형은 이스라엘산으로 나뉜다. 드론의 두뇌에 해당하는 컨트롤러는 스위스 기술을 바탕으로 중국, 홍콩 등지에서 제작·유통한다.
엄격한 국산화율을 적용하는 군수용 드론은 제외다. 하지만 국내 자체 공급망이 워낙 작은 탓에 군 역시 '국내산 드론'을 획득하기 어렵다. 복잡한 군수용 물품 구매 시스템도 한몫한다. 조재봉 육군 미래혁신연구센터 미래자율시스템과장은 지난 17일 열린 'K 드론 이니셔티브' 출범식에서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쳐 드론 몇
가격 경쟁력에 밀려 국내 드론 공급망이 와해되는 와중, 중국은 핵심부품에 대한 수출 통제 계획을 나타냈다. 강 단장은 "중국은 저렴한 가격을 넘어 기술적으로도 훌륭해졌다. 드론 기술의 국제표준을 선점할 거라는 데 상당한 자신감을 보인다. 아직 정식 발표 전이나 조만간 고성능 항법 시스템, 통신 장비, 센서 등 고기능 부품의 수출을 통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국산화도 '선택과 집중'… K 드론은 'AI 드론'
K 드론, 무엇이 문제인가/그래픽=김지영
전문가들은 드론 기술 표준화와 양산화를 두고 국제 경쟁이 격화하는 만큼 한국도 서둘러 자체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려면 수요 확보가 우선이다. 이광병 우주청 항공혁신임무설계프로그램장은 "모든 부품의 국산화가 아닌, 선택과 집중을 통한 국산화가 중요하다"고 했다. 기업이 공공 수요만으로 부족한 경제성을 확보하려면 해외 판로를 뚫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상대국의 요구 사항을 반영해야 한다. 주로 자국에서 생산한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제품에 사용해달라는 요구다.
이 프로그램장은 "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고려해 유연한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부품 국산화는 우리나라가 꼭 갖고 있어야 하거나 유사시 공급할 수 있어야 하는 부품을 선별해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중국산에 의존하는 모터, 배터리, 컨트롤러 등이 대상이다.
공공수요 면에서는 효율적인 획득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군이 최신 드론을 빠르게 들여올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기술의 발전 속도를 제도가 못 따라간 경향이 있다"며 "군이 하루라도 빨리 최신 기술을 활용한 무기 체계를 도입할 수 있도록 신속 수요, 통합 수요 등의 제도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했다.
이달 출범한 'K 드론 이니셔티브'는 특히 'AI(인공지능) 드론' 개발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AI 드론은 AI 모델을 탑재해 자율주행은 물론 주변 물체를 정확히 식별하는 드론이다. 미국 '팔란티어'가 우크라이나군 드론에 기술을 지원해 러시아군 타격률을 크게 높이면서 주목받았다.
강 단장은 "고성능의 AI 드론을 만들 기술과 생산 능력은 갖춰졌다. 각 분야가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K 드론 이니셔티브를 통해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명확한 비전을 제시할 것"이라고 했다.
박건희 기자 wiss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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