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K 드론에 날개가 없다(下)
[편집자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이 핵심 무기로 등장해 게임체인저로 부상중이다. 한국도 2020년부터 드론산업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지정하고 투자하고 있으나 응용산업에만 집중하다보니 첨단기술은 물론 부품과 소프트웨어도 부재한 상황이다. 심각한 해외 의존도를 어떻게 타개할 수 있을지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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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에 3억' 미사일 안 쏴도 흐름 바뀐다…전장 지배하는 '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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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美·中·日, 드론을 기술 주권과 안보의 핵심 자산으로 재정의
/그래픽=이지혜 디자인 기자
드론이 전장을 지배하는 시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드론이 어떻게 전쟁의 흐름을 바꾸는지 실시간으로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6월 1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향해 479개의 드론과 미사일을 동시 투입했다. 대규모 자폭 드론은 위성 유도, AI(인공지능) 기반 표적 추적 등으로 도심과 기반시설을 정밀 타격했고, 우크라이나는 월 2만여개에 달하는 자폭 드론을 자체 생산하며 맞대응하고 있다.
25일 과학·국방 관련 정부·업계에 따르면 드론은 소형, 저비용, 정밀성을 기반으로 기존 무기체계를 빠르게 대체중이다. 이를테면 한 발에 24만달러(약 3억3000만원)가 넘는 대전차 미사일 대신 한 대 400달러(약 55만원) 수준의 FPV(1인칭 시점) 드론 수백대를 생산해 동일 효과를 거두는 방식이 현실화하고 있다.
드론은 민간 기술 기반에 오픈소스 SW(소프트웨어), AI 기능을 접목해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무인 자율비행·정밀 타격·통신 회피 등 기술적 진화를 거듭하며 전장에서의 전술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단지 전장에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중국·일본 등 주요국은 드론을 명확히 '전략 무기'로 규정하고, 정책적·산업적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11일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통해 드론의 상용화와 수출 확대를 위한 산업 기반을 공식화했다. 정부는 eVTOL(전기수직이착륙기) 및 군사용 드론의 생산 확대와 수출 진흥을 위한 승인 간소화, 금융 및 외교 지원, 군 조달 강화까지 전방위적인 산업·안보 연계 정책을 펼치고 있다. 특히 저비용·고기능 미제 드론을 국방 훈련용으로 대량 조달하는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채택한 '저공경제' 전략을 통해 드론 산업을 국가 성장 동력으로 규정했다. 드론 기체는 물론 고성능 항법 시스템, AI 칩, 통신 모듈, 이미징 센서 등 핵심 부품의 수출을 통제하며, 국제 표준 선점과 기술 규범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드론을 중심으로 한 eVTOL, UAM(도심항공교통) 산업 전반을 국방과 경제 양축의 핵심 축으로 키우는 전략이다.
일본 역시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방위성을 중심으로 'AI·드론 기반 미래전투팀'을 구성, 전장 시뮬레이션 체계 전환과 드론 중심 교리 개발을 추진 중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 개발 차원을 넘어, 국방 정책 차원의 구조 개편이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주요국은 이같이 드론을 기술 주권과 안보의 핵심 자산으로 재정의중이다. AI 학습 기반 자율 비행, 군집 작전, 반도체 기반 SoC(시스템온칩) 통합까지 포함한 미래 드론은 이미 실전 배치를 전제로 한 치열한 기술 경쟁을 전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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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도 안되는 시장" 세계 1위 기업도 한국서 백기…K드론 띄우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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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2023년 기준 부품별 국산화율이 대부분 30% 수준
드론 산업 육성 위한 업계 목소리/그래픽=김지영
"소형 드론은 그나마 수요처가 있지만 대형 무인기는 민간 수요가 거의 없는 상황입니다."
김경남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 항공기술연구원장이 지난 17일 대전 유성구에서 열린 'K-드론 기체 공급망 이니셔티브 출범식'에서 한 말이다. 수요가 부진한 민간 대신 공공 부문이 구매처로 나서야 시장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 2017년 혁신성장의 8대 핵심 선도사업 중 하나로 드론을 지정했지만 성장세는 더디다. LIG넥스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한항공 등 항공·방산 기업을 중심으로 드론 개발에 투자하고 있지만 생태계가 구축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과거 대기업 택배 업체를 중심으로 드론 배송 실증 사업을 추진했으나 사실상 중단되는 등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간 수요가 부진한 탓이다. 무인항공기술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드론 시장 규모는 9804억원이다. 반면 등록된 업체 수는 6436개에 달한다. 기업 당 평균 매출이 1억5000만원 안팎인 셈이다. 글로벌 드론 운영서비스 1위 업체인 드론디플로이가 한국에 지사를 세운 지 2년여만인 올해 초 철수를 결정한 배경에도 이같은 시장 침체가 꼽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완제품부터 부품까지 이어지는 공급망 구축은 요원하다. 항공안전기술원(KIAST)이 지난해 발표한 '2024 드론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부품별 국산화율은 대부분 30% 수준이다. 동체(72.6%)와 통신모듈(50.3%)만 절반을 넘겼을 뿐이다.
업계에서는 시장 성숙을 위해 공공 부문의 마중물 역할이 절실하다고 본다. 김 원장은 "시장을 확대하려면 성능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우리 군 혹은 공공에서 사주고 운용해 봐야 성능을 개선할 수 있다"며 "그렇게 운용이 돼야 해외 수출길도 열리는 것"이라고 했다. 연구개발 지원뿐 아니라 상용화와 수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돕는 수요 창출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군용 드론 시장에서는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수입국의 요구와 국내법이 충돌하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드론 수입국들은 자국의 시스템을 장착한 제품을 수입하길 원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내법상 해외 기업의 시스템을 탑재한 드론 사업을 한국 기업이 수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유럽이 역내 공급망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현지 방산 기업과의 협력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EU(유럽연합)는 현재 20%인 역내 무기 구입 비중을 2035년까지 65%로 상향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완제품 무인기 수입 비중은 점차 줄어들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독자망 구축만으로는 수출을 도모하기 어렵고 우리나라와 유럽의 협력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우리 산업계가 우방국 중심의 전체 공급망 속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법 체계와 제도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승한 기자 winone@mt.co.kr 김도균 기자 dk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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