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이암 환자서 미토콘드리아 다량 보유한 암세포 확인
에너지 늘어나 혈관 통과하고 면역 공격도 견뎌
같은 원리 역이용. 전이암 차단 신약 개발 추진
에너지를 만드는 세포 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의 전자현미경 사진./Science Photo Library(CNRI)
암세포가 주변 신경세포에서 미토콘드리아를 훔쳐 얻은 에너지로 몸속 먼 곳까지 퍼져나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토콘드리아는 에너지를 공급하는 세포 기관이다. 암세포의 동력을 구명한 이번 발견은 난치암 치료에 새 길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사우스 알라바마대 연구진은 “암세포가 주변 신경세포에서 에너지를 만드는 미토콘드리아를 끌어 스스로 충전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25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암세포 주변의 신경세포가 암 성장을 돕는다는 사실은 이미 밝혀졌지만, 암세포가 신경세포에서 미토콘드리아를 훔쳐 힘을 키운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확인됐다.
미토콘드리아는 우리 몸속 세포에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하는 발전소 역할을 한다. 인간을 포함해 동물 세포는 미토콘드리아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하다. 연구진은 미토콘드리아를 훔친 암세포는 힘을 키워 혈관을 통과하고, 산소 부족이나 면역세포의 공격 같은 생리학적 스트레스에도 더 잘 버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생쥐의 유방암 세포와 신경세포를 각각 빨간색·녹색 형광 물질로 구별했다. 관찰 결과 암세포가 신경세포로부터 녹색 미토콘드리아를 받아오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를 주도한 사이먼 그레렛(Simon Grelet) 분자생물학과 교수는 “암세포가 세포막을 실처럼 가늘고 길게 뻗어 신경세포 안으로 침투한 뒤, 그 안의 미토콘드리아를 하나씩 당겨오는 과정을 영상으로 포착했다”며 “미토콘드리아가 마치 기차처럼 가느다란 통로를 타고 하나씩 암세포 안으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어 생쥐 유방 조직에 암세포를 넣어 실제 몸속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지 실험했다. 그 결과, 형광으로 표시한 신경세포의 미토콘드리아가 암세포 안에서 발견됐다. 처음 생긴 유방의 암세포는 2%만 신경세포의 미토콘드리아를 갖고 있었지만, 뇌까지 퍼진 암세포는 그 비율이 14%나 됐다. 미토콘드리아를 훔친 암세포일수록 생존력과 전이 능력이 훨씬 높다는 의미다.
이러한 현상은 인간에서도 비슷하게 일어났다. 연구진이 전이성 유방암 환자 8명의 조직을 분석한 결과, 다른 장기로 전이된 암세포는 유방에 있는 암세포보다 평균 17% 더 많은 미토콘드리아를 갖고 있었다. 전립선암 조직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신경에 가까운 암세포일수록 더 많은 미토콘드리아가 쌓여 있었다.
이번 연구는 암세포와 신경세포 사이의 물질 교환, 특히 미토콘드리아가 암세포로 이동할 수 있다는 새로운 개념을 증명한 첫 성과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뉴욕 로즈웰파크 암센터의 엘리자베스 리패스키(Elizabeth Repasky) 교수는 “신경과 암 사이의 관계를 규명하는 암 신경과학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진전”이라며 “미토콘드리아 이동을 차단하면 전이를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미토콘드리아의 이동을 차단한다면 전이와 사망률을 낮출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암세포가 미토콘드리아를 훔치지 못하게 하는 방식으로 암 전이를 막는 신약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참고 자료
Nature(2025),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5-091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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