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작년부터 엔무브 지분 1조21억 재매입
지분 판 사모펀드, 시세차익 없지만 배당 '두둑'
SK이노, 새정부 소각 대상 자사주로 자금 마련
SK이노베이션이 사모펀드(IMM크레딧앤솔루션)에 팔았던 윤활유 자회사 SK엔무브 지분을 되사오면서 SK엔무브 기업공개(IPO)가 잠정적으로 중단됐다. 이 사모펀드는 상장으로 주식 가치를 올리지 못하고 본전에 주식을 다시 넘겼지만, 지난 4년간 배당으로만 8500억원에 가까운 수익을 낸 것으로 추산된다.
주식 매매 차익 없지만 배당 수익률 77.6%
지난 25일 SK이노베이션은 재무적 투자자 에코솔루션홀딩스이 보유한 SK엔무브 1200만주(30%)를 8593억원에 오는 7월2일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취득 후 지분율은 100%가 된다.
2021년 SK이노베이션은 보유 중인 SK엔무브 지분 100% 중 40%를 에코솔루션홀딩스에 1조937억원에 매각했다. SK엔무브는 2018년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까지 진행했지만, 적절한 회사 가치를 받지 못한다는 이유에서 막바지에 상장을 접었다. IPO 대신 SK이노베이션이 사모펀드를 통해 투자자금을 유치한 것이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은 에코솔루션홀딩스가 보유한 SK엔무브 지분 10%를 1428억원에 재매입했다. 올해 다시 에코솔루션홀딩스가 보유한 잔여 지분(30%)을 SK이노베이션이 모두 사들인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21년 1조 937억원에 판 SK엔무브 지분 40%를 4년 만에 두 차례에 걸쳐 1조 21억원에 되 사 온 것으로 분석된다. 이 과정에서 에코솔루션홀딩스는 약간의 손해를 봤지만, 배당까지 포함하면 밑지는 장사는 아니였다.
SK엔무브는 2021년 6413억원, 2022년 6170억원, 2023년 6436억원, 2024년 29390억원을 배당했다. 이 배당금은 SK이노베이션과 에코솔루션홀딩스의 지분율대로 양측에 지급됐다. 지난 4년간 에코솔루션홀딩스가 받은 SK엔무브 배당금은 총 8489억원으로 계산된다. 투자원금의 77.6%의 배당 수익을 거둔 것이다.
SK이노, 새 정부에 맞춘 자사주 활용법
이번 거래로 양측의 관계가 끝난 것도 아니다.
지난 25일 SK이노베이션은 이사회를 열고 에코솔루션홀딩스를 상대로 3767억원 규모 교환사채 발행을 결정했다. 교환 대상 주식은 SK이노베이션 자사주 340만4104주.
에코솔루션홀딩스는 올해 7월3일부터 내년 12월23일까지 교환사채를 SK이노베이션 자사주로 교환할 수 있다. 현재 SK이노베이션 주가는 10만원선으로 향후 주가가 교환가(11만673원)를 넘어서면 주식으로 교환해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다.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서도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다. 이재명 정부가 자사주 소각을 제도화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자사주 소각보다는 외부 매각을 통해 SK엔무브 주식 매입 자금의 43.8%를 마련하는 구조를 짠 것을 분석된다.
SK온·엔무브 합병설
업계에선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자회사 SK온과 SK엔무브의 합병을 추진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SK온은 2022년부터 외부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2026년 말까지 IPO를 추진하겠다는 약정을 맺었다. IPO는 2028년까지 연장이 가능하지만 이때까지 상장하지 못하면 투자자들은 약속한 가격에 주식을 팔 수 있는 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 경우 SK이노베이션은 3조원 이상을 부담해야 할 위기에 처한다.
수년간 손실이 누적되면서 결손금이 4조3308억원에 이르는 SK온이 상장에 성공하기 위해 재무구조가 건전한 계열사와 합병하는 시나리오가 시장에서 나오는 것이다. 26일 SK이노베이션은합병설에 대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사업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포함해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이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고 공시했다.
안준형 (why@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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