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TV 고영욱 기자]
<앵커> 유럽 32개국으로 구성된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가 방위비 지출을 GDP의 5% 수준으로 늘리기로 합의했습니다.
무기 등 1000조원에 달하는 방산 시장이 열리면서 K-방산에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산업부 고영욱 기자 나와 있습니다.
고 기자, 나토 방위비 인상 구조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됩니까.
<기자> 최소한 GDP의 5%는 방위비에 쓰기로 합의했고요.
장병 급여나 무기 도입과 같은 직접적인 군사비용이 3.5%, 또 간접비라는 개념을 새로 도입해 GDP의 1.5%는 방산 인프라 구축에 쓰기로 했습니다.
방산 인프라는 유사시 군사 이동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도로나 다리 개선을 비롯해 사이버전이나 방산 AI 기술에 대한 투자도 포함됩니다.
<앵커> 이번 나토 방위비 인상 배경이 뭡니까.
<기자> 5%로 올리지 않으면 미국은 나토에서 빠지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받아들인 겁니다.
나토는 한 회원국에 대한 공격을 전체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는 집단 방어 체제입니다.
적은 돈을 쓰고도 국가 안보를 보장받는 이른바 안보 무임승차 지적을 받는 국가들이 있는데요.
실제로 지난해 나토 32개 가입국 방위비 1조 5,060억 달러 가운데 66%인 9,970억 달러를 미국 혼자 부담했고요.
그러다보니 평균은 GDP의 2.7%를 지출하는 것으로 계산되지만 룩셈부르크나 스페인, 이탈리아처럼 1%대 지출 국가도 수두룩합니다.
참고로 스페인은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이유로 이번 인상안에 동의하지 않았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두 배로 내게 하겠다며 으름장을 놨습니다.
<앵커> 나토 방위비 인상으로 우리 방산 기업들이 진출 할 만 시장은 어떻게 됩니까.
<기자> 나토는 방위비의 20%는 무기 도입에 쓰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이를 토대로 계산해보면 직접 군사비, 그중에서도 방산 기업들의 타깃인 무기 도입 시장은 현재 3,000억 달러 규모에서 3,850억 달러로, 우리 돈 약 520조원으로 커집니다.
여기에 방산 AI 등의 나토 방위 간접비 시장이 8,250억 달러, 우리 돈 1,100조원 규모가 새로 열렸습니다.
이번 나토 정상회담에 이재명 대통령 대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참석해 한-나토 방산협의체 신설을 합의했는데요.
나토 방산협력 공식 창구가 생긴 것으로 차세대 전력 공동개발이나 나토 무기체계와의 상호 운용성 강화 등을 협력할 수 있게 됐습니다.
<앵커> 유럽 방산 시장이 커지는 만큼 우리 기업들의 수주도 확대될 수 있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특히 방공망과 전투기 등 핵심 분야에 투자하기로 한 만큼 LIG넥스원이나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수주가 확대될 수 있습니다.
LIG넥스원은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II를 놓고 나토 가입국인 루마니아와 수출 협상을 벌이고 있는데요. 천궁II는 독일의 아이리스-T(IRIS-T)나 노르웨이의 나삼스(NASAMS) 보다 사거리나 탄도탄 요격 능력 등에서 성능 우위로 평가되고요. 미국 패트리어트 보다 절반 수준 가격으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KAI의 KF-21이나 FA-50 전투기 같은 경우에는 유럽에 유로파이터 타이푼이라든지 라팔 같은 쟁쟁한 전투기들이 버티고 있기 때문에 진출이 쉽진 않겠지만, 가격과 성능을 무기로 F-16 대체 시장 등을 노려볼 수 있습니다.
K9 자주포나 K2 전차처럼 이미 나토 국가 수출 전력이 있는 무기체계들도 추가 수출을 기대해 볼 수 있고요. 이런 무기들의 두뇌를 만드는 한화시스템의 수주 확대도 전망해 볼 수 있습니다.
<앵커> 나토에 워낙 강력한 방산기업들이 많은 만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특히 과거 군국주의 트라우마로 재무장을 망설이던 독일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올해 624억 유로인 국방비를 2029년까지 1,529억 유로로 늘리기로 했고요. 대표적인 방산업체 라인메탈도 탄약 공장 증설을 착수했습니다.
EU는 현재 20% 수준인 유럽산 무기 구입을 2030년 35%로 확대하기로 한 상태인데요.
이런 기조는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참가한 9조원 규모 폴란드 잠수함 사업(오르카 프로젝트) 수주 경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입찰 평가에서 독일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고요. 우리 기업들은 현지 조선소 현대화 투자나 인력 교육, 장보고 잠수함 임대 등의 파격적인 현지화 조건 내걸며 막판 뒤집기를 노리고 있습니다.
<앵커> 나토 방위비 확대 속에 기회를 잡으려면 한국 기업은 현지 공장을 짓거나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수인 상황이 됐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주요 방산기업들은 이미 그 점을 인식하고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투자 규모 최대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입니다.폴란드 방산업체 WB그룹과 6천억원 규모 조인트벤처 설립하고 루마니아 K9 자주포 공장을 건설하는 등 해외방산 거점 확보에 6조2,700억원을 투자할 예정입니다.
폴란드에 K2 전차를 수출한 현대로템도 본격적인 현지화 전략을 펼치기로 했습니다. 이달 중 180대 분량의 K2 전차 2차 계약 예정인데 이 가운데 63대는 현지 생산키로 했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산업부 고영욱 기자였습니다.
고영욱 기자 yyko@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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