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 관계" 주장했지만…재판부 "연인 사이로 보기 어려워"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 질책…군수직 상실형 선고
법원 영장심사 출석하는 김진하 양양군수 [연합뉴스 자료사진]
(속초=연합뉴스) 류호준 기자 = 민원인을 상대로 금품을 수수하고 부적절한 행동을 하는 등 각종 비위 혐의로 기소된 김진하 강원 양양군수가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춘천지법 속초지원 형사부(김종헌 지원장)는 26일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과 뇌물수수,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김 군수에게 징역 2년에 벌금 1천만원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증거품인 안마 의자 몰수와 500만원 추징 명령을 내렸다.
김 군수는 강제추행 혐의에 관해 줄곧 "민원인 A씨와 내연관계로 발전했다"며 성관계에 강제성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김 군수와 A씨가 주고받은 연락 내용과 빈도수, 만남 횟수 등을 비춰보아 군수와 민원인 관계일 뿐 연인 사이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성관계 전후 주변 상황이 찍힌 폐쇄회로(CC)TV 영상, 성관계 이후 행동 양상 등을 볼 때 강제추행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강제추행 했다는 사람의 요구로 만나고 수회에 걸쳐 스스럼없이 성관계를 가졌다는 것은 일반인 상식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며 "강제추행 당했다는 A씨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뇌물을 받지 않았다"는 김 군수 측 주장도 일부 받아들여 세 차례의 뇌물수수 혐의 중 한 차례만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유죄로 판단한 2023년 12월 현금 500만원을 수수 혐의에 대해 CCTV 영상 속 A씨가 봉투를 외투로 가린 채 김 군수 외투 주머니에 찔러넣는 모습, 김 군수가 살짝 놀라는 듯한 모습, 이후 양측이 포옹하는 모습에 비추어 볼 때 '봉투에 현금이 들어 있었다'는 A씨 주장을 신빙할 수 있다고 봤다.
김 군수는 봉투 속에 현금이 아닌 민원서류가 들어있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정황상 A씨가 민원서류를 건넸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만 2018년 12월과 2022년 11월에 현금을 수수한 혐의는 이렇다 할 증거가 없어 무죄로 판단했다.
또 김 군수 배우자가 A씨로부터 안마의자를 받음으로써 청탁금지법을 위반한 혐의는 "A씨가 민원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김 군수에게 고가의 안마의자를 선물할 동기가 존재하지만, 배우자에게 선물할 이유는 없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양양군수로서 군정을 총괄하고 소속 공무원들을 지휘 감독할 막중한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피고인이 개인적 이익을 위하여 뇌물을 수수하고 고가의 물건을 제공받았다"며 "양양군 소속 공무원들과 양양군민들의 실망감 역시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자기 잘못을 전혀 반성하지 않은 채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피고인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질타했다.
다만 적극적으로 뇌물이나 안마의자 제공을 요구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직무에 관해 부정한 처사까지 나아가지는 않은 점 등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영장실질심사 끝난 김진하 양양군수 [연합뉴스 자료사진]
김 군수는 여성 민원인 A씨로부터 현금 2천만원과 고가의 안마의자 및 성관계를 통한 성적 이익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23년 12월 양양지역 한 카페를 찾아 민원인 A씨 앞에서 바지를 내리는 등 A씨를 상대로 부적절한 행동을 한 혐의도 있다.
A씨는 김 군수가 전화로도 부적절한 발언을 했으며, 민원 해결을 위해 김 군수에게 금품을 건넸다고 주장했다.
김 군수의 뇌물수수 혐의에는 그의 부인이 A씨로부터 안마의자 등을 받은 내용도 포함돼있다.
재판부는 김 군수와 함께 뇌물공여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촬영물 등 이용 협박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또 성폭력 치료 강의 40시간 이수 명령을 내렸다.
재판부는 A씨가 성관계를 통해 성적 이익을 제공하고, 안마의자를 선물해 청탁금지법을 위반했으며 박봉균 양양군의원과 공모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촬영물로 김 군수를 협박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A씨와 공모해 김 군수를 협박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촬영물 등 이용 협박)를 받는 박봉균 군의원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 강의 40시간 이수 명령을 내렸다.
박봉균 군의원은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김 군수를 협박할 의도는 없었다"는 입장을 유지하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김 군수 측도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검찰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는 형사 사건에서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되면 직이 박탈된다.
다만 공직선거법상 임기 만료 1년 미만 시 재·보궐을 치르지 않을 수 있다는 규정이 있어 김 군수나 박 의원이 직을 잃더라도 재·보궐선거는 치러지지 않는다.
소환조사 마치고 귀가하는 김진하 양양군수 [연합뉴스 자료사진]
r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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