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안위, 고리 1호기 해체 승인…47년만에 역사속으로
2037년까지 해체 완료 목표
전세계 영구정지 원전 204기
방사성 오염 제거 활동 등
해체 1기당 1조 이상 '황금알'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해체를 승인한 부산 기장군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 연합뉴스
고리 1호기 해체 승인은 국내 원전 업계의 세계 원전 해체 시장 진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한국이 고리 1호기 해체 작업을 성공적으로 해내면 미국과 함께 상업용 원전 해체 경험을 쌓은 국가 반열에 오르게 된다.
고리 1호기 해체 승인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심사에 들어간 지 3년반 만에 나왔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한국수력원자력의 해체 승인 신청 직후부터 2022년 1월까지 제출 서류에 대한 적합성 검토를 진행했다. 이어 원안위는 본심사에 착수했다. 서류 적합성 검토 결과와 심사 계획이 원안위에 보고됐고, 이후인 2022년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최종 해체 계획서 심사를 이어왔다. 이 기간에 5차례 총 358건의 질의 및 답변이 이뤄졌다고 원안위는 설명했다. 한수원이 제출한 최종 해체 계획서에는 용지 방사능 오염 조사, 해체 전략, 방사성 오염을 제거하고 설비를 제거하는 제염 해체 활동, 해체 과정 중 발생되는 방사성 폐기물 관리, 작업자 및 주민에 대한 방사선 방호 대책 등이 포함돼 있으며, 이는 원자력안전법령과 기술 기준에 적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원안위는 설명했다. 이번에 원안위가 고리 1호기 해체를 승인하면서 국내 원전 해체의 첫 사례가 탄생할 수 있게 됐다. 국내 원전 업계는 고리 1호기 해체를 계기로 전 세계 원전 해체 시장에 첫걸음을 내딛게 될 전망이다.
전 세계 영구 정지 원전 중 상당수가 아직 해체되지 않은 가운데 원전 해체 시장은 '블루오션'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영구 정지 원전은 204기에 이른다. 이 중 해체가 완료된 원전은 21기로 10%에 불과하다. 2145년까지 전망되는 글로벌 원전 해체 시장 규모도 무려 500조원에 달한다. 고리 1호기 해체 비용은 1조713억원이다. 한수원 입장에서도 원전 해체 산업은 새로운 먹거리다. 한수원은 내년 미국 원전 해체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고리 1호기 해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 우리나라가 건설에서부터 해체까지 원전에 대한 전 주기 관리 역량을 갖추게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고리 1호기 해체 시 한국은 미국에 이어 대형 상업용 원전을 해체한 경험을 보유한 국가가 된다.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원전 해체 경험을 갖고 있는 국가는 미국, 독일, 일본, 스위스 등이다. 이 중에서 대형 상업용 원전을 해체해본 곳은 미국이 유일하다.
한수원은 해체 승인을 받으면 다음달부터 터빈 건물 내 설비부터 순차적으로 해체할 예정이다. 유휴설비에 대한 매각과 석면·보온재 철거 공사를 먼저 진행한다. 비관리구역 내부와 옥외 설비 해체 공사를 시행한다. 이후 고리본부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이 구축되면 발전소 내 습식저장소에 보관 중인 사용후핵연료를 반출한다.
한수원은 2028년 전까지 건식저장시설 건설을 위한 주민 합의를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2028년 착공해 2031년 고리본부 내 사용후핵연료를 저장시설로 옮길 예정이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해체가 실질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사용후핵연료를 빼내는 게 핵심"이라며 "아무리 빨라도 건식저장시설 구축에 4~5년 소요되기 때문에 저장시설 건설에 서둘러 착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유경 기자 / 고재원 기자 /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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