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군이 이스라엘 방어체계 뚫고 도시와 군사지역 타격"
"미국, 전쟁 개입으로 얻은 것 없어…공습 효과 과장"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왼쪽)·트럼프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이지예 객원기자 =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26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미국에 맞서 자국이 승리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24일 이스라엘과의 휴전이 발효된 후 처음 나온 공개 발언이다.
로이터통신과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 등에 따르면 하메네이는 이날 이란 국영 TV로 방영된 영상 연설을 통해 "이란군이 이스라엘의 다층 방어 체계를 돌파하고 도시 및 군사 지역을 타격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미국을 향해서는 "이번 전쟁에서 아무런 이익도 얻지 못했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핵 시설에 대한 미국의 공습 효과를 과장했다고 비난했다.
18일(현지시간)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영상을 통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은 이란 최고지도자실 제공. 2025.06.18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하메네이는 이란이 겪은 실질적인 군사적 피해를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상징적인 성과를 극대화해 최대한 자국의 승리로 포장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우리나라가 미국의 뺨을 쳤다"고 표현하며 "미국이 전쟁에 개입한 건 개입하지 않으면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이 완전히 파괴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발언했다.
하메네이는 "미국이 핵시설을 공격했지만 많은 것을 성취하지는 못했다"며 "트럼프는 보여주기식 행동을 해야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이란이 주요 미군 기지에 접근하고 이에 도달할 가능성을 보여준 건 상당한 성과"라고 자평하며 "미래에 공격이 재개될 경우 (이런 공격이) 반복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핵 시설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이 지난 23일 카타르 알우데이드 미군 기지를 공격했던 것처럼, 이란이 또 공격받을 시 중동 내 미군 자산을 타격하겠다는 것이다.
하메네이는 이 공격을 언급하며 "중대한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트럼프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이란 쿰 지역 북동부에 위치한 이란의 포르도 핵 시설 진입로에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생긴 구멍이 포착됐다. 2025.06.24 ⓒ AFP=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이어서 그는 "트럼프는 한 연설에서 이란이 항복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는 너무나도 과한 요구"라며 "항복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우리 국가는 강력하다"고 강조했다.
하메네이는 "트럼프는 미국이 만족할 유일한 길이 이란의 항복뿐이라는 진실을 드러냈다"며 "이란의 적들은 미사일이나 핵 프로그램 같은 구실을 사용하지만 실제로는 우리의 항복을 원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연설은 미국의 공격을 이란의 굴복을 노린 '쇼맨십'으로 규정하고, 이에 굴하지 않고 버텨낸 것 자체를 위대한 승리로 재구성하려는 행보로 보인다.
외부의 적을 설정해 내부 결속을 다지고, 심각한 군사적 타격과 최고지도자 암살 위협에 흔들리는 정권의 건재함을 과시하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한편 하메네이는 사회관계망서비스 엑스(X)를 통해 "가짜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에 대한 승리를 축하한다"면서 "그 모든 소음과 주장에도 불구하고 시온주의 정권은 거의 붕괴했으며 이슬람 공화국의 타격 아래 짓밟혔다"고 주장했다. 하메네이는 "미국이 전쟁 개입으로 이룬 건 하나도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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