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꼬꼬무'에서 대한민국 군 의문사 역사상 최악의 미제 사건인 육군 상사 염순덕 피살 사건에 대해 조명했다.
26일 밤 방송된 SBS 교양프로그램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에서는 육군 상사 염순덕 피살 사건에 대해 다뤘다.
표창원은 염순덕 상사 피살 사건의 진범이 군 내부에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사건 당시 염순덕 상사는 저녁 7시쯤 동료들과 회식했다. 회식 종료 30분 전 수송관 홍준위가 합류했다. 밤 9시경 일행 대부분이 귀가하고, 염순덕 상사와 홍준위는 시내 중심가로 향했다. 그리고 그 곳에서 기무부대 군인 이중사, 마중사를 만났고, 그들은 노래 주점으로 향했다.
이후 밤 11시쯤 염순덕 상사는 노래 주점에서 나와서 홀로 집으로 향했다. 약 40분 뒤에 사고 지점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표창원은 노래 주점에서 함께 했던 이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유는 현장 근처에서 발견된 범행 도구인 대추나무 몽둥이었다. 몽둥이는 범행 도구로 쓰기엔 크고 무거웠다. 범인은 몽둥이로 안면부만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표창원은 "안면부를 연속으로 공격하는 건 오랫동안 쌓인 감정의 표현이 대부분이다. 거기다 범인은 흉기를 미리 준비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범인은 노래 주점에서 나와 염순덕 상사를 따라가다가 몽둥이를 얻어 공격을 한 것으로 보였다. 우발적으로 살인할 가능성이 높았다.
다시 말해 범인은 염순덕 상사가 사망하기 전 마지막 술자리의 군인 중 평소 갈등 관계인 인물일 확률이 높았다. 2001년 맹호부대 헌병대는 염순덕 상사의 사인을 교통사고에서 강도 살인이라고 말을 바꿨다. 하지만 표창원은 군인에 의한 타살이 확실하다고 했다.
아내인 박선주 씨는 "그때 당시 저희 집에 자주 왔다 갔다 하던 형사가 계셨는데, 말이라도 '잘 지내시죠?'라고 해주셔서 감사했다. 헌병대는 왔다갔다 안 했는데, 지나가다 들렀다면서 들러주셨다. 형사 분이 홍 준위를 많이 의심했다. 홍 준위를 범인인 것처럼 계속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맹호부대 헌병대는 2001년 사건 당시 수사 상황을 유족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유일하게 가평경찰서 이형사 만이 수사 상황을 알려줬다. 이형사는 의심가는 인물로 홍준위를 지목했다. 이형사는 "항상 머릿속에 저희는 의심을 갖고 있었다. 홍 준위가 최종적으로 술을 마셨기 때문에 저희가 그렇다고 직접 수사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수송관 홍 준위는 사건 당일 1차 회식부터 마지막 자리까지 함께한 인물이다. 1차 회식에 참석했던 동료 군인은 홍 준위가 원래 회식 인원이 아니었는데 나중에 합류했다고 증언했다. 이날 노래 주점을 나가는 염순덕 상사를 마지막으로 목격한 사람 역시 홍 준위였다. 하지만 이 모든 건 정황 뿐이었다. 홍 준위의 혐의를 입증하려면 확실한 증거가 필요했다.
홍 준위를 직접 수사한 맹호부대 헌병대는 "홍 준위의 알리바이가 성립되는 등 특이점 없음"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홍 준위와 함께 있었다는 군인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기무부대 이 중사였다. 그의 진술에 따르면 그날 마지막 술자리에서 기무부대 마 중사와 이 중사는 먼저 자리를 떠났다. 그들은 민간인 이 씨와 함께 당구장으로 향하던 중 홍 준위를 우연히 만났다고 했다. 네명이 함께 당구를 쳤다고 진술했다. 이에 헌병대는 마지막 술자리에 있던 인원 모두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후 맹호부대 헌병대는 사건 발생 4개월 만에 공식 수사를 종결했다. 그렇게 염순덕 상사 피살 사건은 미제 사건이 됐다. 이 형사는 당시 심경에 대해 "저보다 한 살이 많았을 거다. 애들도 저희 애들하고 나이가 거의 같았다. 그냥 안타깝다. 저희가 단독 수사가 가능 했으면 빨리 해결을 했을텐데 합동 수사이다 보니까 서로 생각하는 관점이 달랐다"고 밝혔다.
맹호부대는 아내 박선주 씨에게 장례를 서두른다면 순직 처리가 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염순덕 상사를 현충원에 모실 수 있게 돕겠다는 것이다. 박선주 씨는 범인이 잡힐 때까지 장례를 미루고 싶었지만 그 말만 믿고 장례를 치렀다. 하지만 맹호부대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위로와 진상 규명 약속 보다는 관사 퇴거를 요구했고, 염순덕 상사의 죽음을 순직이 아닌 일반 사망으로 처리했다.
사건 발생 15년이 흐른 후 염순덕 상사 피살 사건은 재조사에 들어갔다. 2016년 경기북부청 미제팀에서 염순덕 상사의 사건 기록을 보고는 의문점이 많아 재조사 결정을 내린 것이다. 군 법무관 출신 김정민 변호사는 염순덕 상사 피살 사건 자료를 보고는 "이건 대한민국 군 의문사 중 역대 최악의 사건"이라고 생각했다.
미제팀이 2001년 수사 자료에서 이미 결정적 단서가 있었다고 했다. 결정적 단서는 2001년 사건 당시 발견된 담배꽁초 2개였다. 사망한 염순덕 상사의 머리맡에서 2점의 담배꽁초가 발견됐다. 염순덕 상사 사망 직전까지 피운 것으로 추정됐다. 미제팀 형사는 담배꽁초 2점에 대해 "그 남은 재가 담배꽁초가 바닥에 떨어진 상태에서 일정 시간 타들어갔다. 그렇다는 건 멀리서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던진 것이 아니라 바로 피해자 옆에 있었다는 반증이다"라고 말했다.
DNA 감정 결과 담배꽁초의 DNA와 홍 준위의 DNA가 일치했다. 이는 그날 밤 사건 현장에 홍 준위가 있었다는 것이다. 맹호부대 헌병대는 담배꽁초에 대해 "변사자가 음주했던 룸에 들어가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재떨이에서 불상 경찰이 담배꽁초를 수거한 것으로 판단했음"이라고 적었다. 이후 경찰은 서로 다른 종류의 담배꽁초 2점을 추가로 감정 의뢰했다.
미제팀 형사는 서로 다른 종류의 담배꽁초 2점이 추가 발견된 것에 대해 "사건 현장에서 수집한 담배꽁초들의 수거 과정은 정확히 남아있다. 어디 지점에서 어떻게 수거를 했는지에 기록 없이 감정 의뢰가 된 것이 있다. 결과적으로는 그게 수사에 혼란을 줬다. 앞에서 발견된 담배꽁초에 대한 증거를 좀 다른 눈으로 볼 수 있도록 만든 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이는 전형적인 증거 능력 훼손, 일명 물타기였다. 또 다른 담배꽁초를 추가로 감정 의뢰를 한 사람은 누구일까. 그 사람은 이 형사였다. 아내 선주 씨가 의지하고 고마워했던 사람이었다. 이 형사는 보충할 만한 증거를 찾다가 사건 자료를 모아둔 캐비닛에서 담배꽁초 2점을 우연히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사건 당시 가평서에 근무했던 다른 형사들은 처음 발견된 담배꽁초 DNA가 용의자의 것과 일치하는 사실조차 전혀 몰랐다고 했다. 국과수에 증거물을 의뢰하고 결과를 통보받은 것 전부 이 형사였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범죄정보관리시스템에 염순덕 상사 사건을 입력조차 하지 않았다.
이 형사는 시종일관 수사에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이 내민 사진 속 인물을 알아보지 못했다. 사진 속 인물은 사망한 피해자 염순덕 상사였다. 2001년 수사 담당자였던 이 형사는 사건 현장에서 용의자의 DNA가 나왔다는 사실을 유족에게 알리지 않았다. 2016년 재수사 이후에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됐다.
재수사 당시 김보현 형사는 이 형사의 2001년 행적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민간인 이 씨는 사건 당일 홍 준위와 당구장에 있었다고 진술한 기무부대 이 중사와 담당 형사인 이 형사를 만나게 해줬다고 했다. 이 중사가 먼저 이 형사의 연락처를 물었다고. 김보현 형사는 민간인 이 씨에게 이 중사에 대해 물었다. 민간인 이 씨는 사건 당시 마 중사와 둘이서 당구를 쳤고, 마 중사로부터 이 중사와 홍 준위까지 넷이서 당구를 친 걸로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했다.
거짓 알리바이를 사주한 사람은 이 중사였다. 주도적으로 알리바이를 조작하고 담당 형사에게 접근했다. 이 중사는 대체 왜 그런 것일까.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담배꽁초 중 한 점에서는 홍 준위, 나머지 한 점에서는 이 중사의 DNA가 확인됐다. 홍 준위뿐만 아니라 이 중사도 사건 현장에 있었던 것이다. 이에 표창원은 "내가 지금까지 1000건이 넘는 사건을 분석했는데 이렇게 기가 막힌 사건은 처음이다"라고 했다.
이 중사가 속한 기무부대는 현재 정식 명칙은 국군방첩사령부이며, 2001년 당시 국군기무사령부로 불리던 곳이다. 이곳은 군의 방첩 및 보안, 정보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설치된 국방부 소속 군사 정보기관이다. 기무부대는 정보력을 바탕으로 군대 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사건 당시 맹호부대 헌병대는 기무부대의 비협조로 이 중사의 수사는 거의 불가능했다고 했다. 사건 당일 헌병대보다 뺑소니 사고를 먼저 주장한 것은 기무부대였다. 기무부대는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염순덕 상사의 사인을 교통사고라고 주장했다. 그 사이 이 중사와 홍 준위는 거짓 알리바이로 입을 맞췄고, 그날 입은 옷까지 전부 세탁했다. 기무부대와 헌병대가 뺑소니라고 주장한 바람에 초동 수사가 엉망이 된 것이다.
이후 이 중사는 재수사 당시 구속 수사 압박이 들어오자 자신의 차에서 유서와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또한 재수사 팀이 그간 모은 증거들을 기반으로 홍 준위를 송치했지만, 검찰은 송치 3년 만에 홍 준위를 불기소 처분했다.
'꼬꼬무' 제작진과 표창원은 박선주 씨가 간직하고 있던 염순덕 상사의 플로피 디스크 내용을 복원, 사건 전 염순덕 상사와 홍 준위가 유류 관리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었다는 걸 뒷받침하는 문서 내용을 확인했다. 여기에 이 중사와 염순덕 상사가 사건 당일 노래 주점에서 몸싸움을 벌이며 약 15분 간 언쟁을 벌였다는 당시 직원의 증언도 확보했다.
취재를 통해 확인된 홍 준위와 이 형사의 진술, 플로피 디스크의 복원된 문서 내용은 맹호부대 염순덕 상사와 유가족의 처우에 관한 각종 재판에 정식 증거자료로 신청될 예정이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 Copyright ⓒ * 세계속에 新한류를 * 연예전문 온라인미디어 티브이데일리 (www.tvdaily.co.kr)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Copyright © 티브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