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방송·문화]
룰라·쿨·코요태 전성기 이후 사라져
팬덤 구축 어려움, 운영 부담 등 이유
올데이 프로젝트 성패에 이목 쏠려
여성 3인, 남성 2인으로 구성된 신인 혼성그룹 ‘올데이 프로젝트’가 26일 음악방송 데뷔 무대에 오르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더블랙레이블 제공
한동안 K팝 무대에서 보기 힘들었던 혼성그룹이 다시 등장했다. 팬덤 형성이 상대적으로 수월하고 매니지먼트 효율성이 높다는 이유로 보이그룹과 걸그룹 육성에 치중해 온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새로운 시도를 대중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주목된다.
블랙핑크 로제, 빅뱅 태양 등이 소속된 더블랙레이블은 최근 혼성그룹 올데이 프로젝트를 새롭게 선보였다. 2017년 데뷔한 DSP미디어의 4인조 혼성그룹 카드(KARD) 이후 약 8년 만에 등장한 혼성그룹이다. 매년 신인 그룹이 쏟아지는 포화 시장에서 주목받기 위해 혼성그룹이라는 차별화 카드를 전략으로 꺼내든 것이다.
혼성그룹은 1990년대 최고 전성기를 누렸다. 룰라, 투투, 쿨, 영턱스클럽, 코요태 등이 다양한 히트곡을 내며 큰 인기를 끌었다. 쿨의 ‘해변의 여인’ ‘아로하’ 등은 여름철 대표 음악으로 자리매김했고, 코요태는 ‘순정’ ‘만남’ 등 신나는 댄스곡으로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이들의 생존을 위협한 건 1세대 아이돌의 등장이다. 1990년대 후반 H.O.T.를 시작으로 젝스키스가 등장하며 보이그룹의 팬덤을 형성했다. 또 S.E.S. 핑클 등도 차례로 데뷔하며 걸그룹 팬덤 문화가 형성됐다. 아이돌 시장은 빠르게 보이그룹과 걸그룹 중심으로 재편됐고, 혼성그룹은 점차 설 자리를 잃었다.
혼성그룹이 K팝 무대에서 밀려난 가장 큰 이유로 팬덤 형성의 한계성이 지목된다. 기획사들은 아이돌 그룹에 판타지를 입힌 콘셉트를 적용해 충성도 높은 팬층을 만들어 왔다.
하지만 혼성그룹은 일관된 콘셉트를 유지하기가 보이그룹이나 걸그룹보다 어렵다. 또 명확한 타깃층을 설정하기도 어렵다. 두터운 팬덤을 확보하지 못한 혼성그룹은 수익 기반이 약해져 팀의 존속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분석도 있다.
곡 작업이나 매니지먼트 차원에서도 혼성그룹은 장애물이 많다. 남녀 음색은 물론, 목소리 영역대의 차이로 곡 구성에 한계가 있고, 성별에 따라 안무를 다르게 짜야 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합숙 생활을 기본으로 하는 아이돌 육성 시스템에서 혼성그룹은 숙소를 분리하고 따로 관리해야 하기에 비용이 최소 두 배 이상 든다.
멤버 간 스캔들 리스크도 배제할 수 없다. 오랜 시간 함께 활동하면서 자연스러운 친밀감이 생기기 마련이지만 팬들에겐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구설에 오를 가능성도 크다. 현아와 장현승이 결성한 유닛 ‘트러블메이커’는 근거 없는 열애설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시장에 다시 등장한 혼성그룹의 흥행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신선한 형식만으로 인기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가 어렵다. 2010년 데뷔한 10인조 혼성 아이돌 그룹 남녀공학은 초반엔 주목받았지만 이내 해체 수순을 밟았고, 카드 역시 국내보다는 해외 활동에 무게를 싣고 있다.
전문가들은 K팝의 다양성 확장 측면에서 혼성그룹의 재등장을 주시하고 있다. 임희윤 음악평론가는 26일 “K팝이라는 장르의 이미지가 오랫동안 고착화돼 있었으나 최근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며 외연이 확장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올데이 프로젝트와 같은 혼성그룹이 그런 가운데 등장한 실험적 결과물이다.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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