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지하철 객차 CCTV의 비밀 5편
2011년 7호선 청담~뚝섬유원지역
CCTV 실시간 송출 영상 원본 공개
“실시간 송출 안 된다”던 서울교통公
6호선엔 기술 남아 있다 뒤늦게 해명
14년 동안 시스템 확대 왜 안 했나
시민 안전보다 중요한 가치 있을까
5월 31일 5호선 방화의 순간. 범인이 바닥에 뿌린 휘발유에 불을 붙이고 있다.[사진 | 서울남부지검]
# 먼저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6월 9일 발표한 자료를 볼까요? "… 화재가 발생한 5호선 지하철에서 당시의 상황을 촬영한 영상(보안카메라)은 관제센터로 실시간 전송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역무실과 도시철도 상황실 등에서 객차 내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양부남 의원은 "지하철 객차 안에서 '묻지마 범죄'가 벌어져도 관제센터는 실시간으로 볼 수 없는 상황이 문제"라면서 "국민이 안심하고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도록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 무슨 사건이냐고요? 지난 5월 31일 오전 8시 42분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마포 방향 4번째 칸 내부에서 발생한 방화 사건을 두고 나온 말입니다. 범인 60대 원모씨는 가방에서 휘발유 3.6L를 쏟아붓고 라이터로 점화했습니다.
이로 인해 승객 6명이 다치고 수많은 승객이 지하철에서 빠져나와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죠. 범인은 1시간 3분 뒤인 오전 9시 45분쯤에 여의나루역 현장에서 체포됐습니다. 그 위험천만했던 현장이 담긴 영상을 보시죠.
# 어떤가요? 28년차 베테랑 기관사의 침착한 대응과 시민의 협조가 아니었다면 참사를 피하지 못했을 겁니다. 실제로 기관사는 불이 나자 곧바로 열차를 세웠습니다. 그다음 불이 난 객실로 달려가 승객들과 함께 소화기로 불을 껐습니다. 방화 20분 만의 일이었죠.
# 여기까지만 보면 불시에 터진 방화 사건은 잘 마무리된 듯합니다. 하지만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습니다. 문제를 해결한 건 시민이었습니다. 서울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과 마포역에 근무하는 공무원, 서울교통공사 관계자, 지하철 관제센터가 뭘 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 이 때문에 한가지 의문도 생깁니다. "열차 내 객실에 CCTV가 있는데 기관사 말고는 왜 아무도 몰랐을까"라는 겁니다. 실제로 객실 내 CCTV에 찍힌 영상은 실시간으로 관제센터에 전송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5호선 내 방화 사건'이 담긴 위 영상은 녹화본입니다.
서울시 측은 "CCTV 영상은 용량이 크기 때문에 이를 전송하려면 특별한 시스템이 필요한 데 그게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양부남 의원실이 지적한 내용과 일맥상통합니다.
# 그럼 정말 그럴까요? 자타공인 IT 강국인 대한민국에 이 정도 시스템이 없을까요? 더스쿠프는 심층취재 추적+ '지하철 객차 CCTV의 비밀'을 통해 "지하철 객차 내 CCTV로는 실시간 모니터링이 불가능하다"는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의 주장을 비판했습니다.
아울러 "지하철 내에서 벌어지는 사건·사고를 CCTV를 통해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술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보도했습니다. 무려 14년 전 어느 중소기업이 만든 '18기가 실시간 무선영상전송장치'란 기술입니다.
어떤 기술인지 한번 보실까요? 지금까진 '짤'로 불리는 짧은 영상만 공개했는데, 이번엔 원본 2개를 공유하겠습니다. 2011년 5월께 촬영한 것으로 길이는 각각 2분 59초, 29초입니다. 특히 두번째 영상은 관제센터에서 촬영한 것이어서 의미가 더 큽니다.
어떤가요? "지하철 객차 내 CCTV의 실시간 송출 기능이 없다"는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의 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서울교통공사는 뒤늦게 "화소(30만 화소)가 규정보다 낮아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6호선에는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참 이상한 주장입니다. 그럼 14년 동안 뭘 한 걸까요? 6호선에 활용하고 있다는 건 또 뭘까요? 그렇다면 '지하철 CCTV로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하다'는 말 아닐까요?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1200억원 정도의 예산이 들어간다"고 말한 오세훈 서울시장에게도 물어볼 게 있습니다. 1200억원 예산을 추정한 근거는 뭔가요? 혹시 '실시간 송출 기술'이 있다는 건 알고 계셨나요?
물론 지하철 객차 내 CCTV의 실시간 송출 기술을 당장 구축해야한다는 건 아닙니다. 다만, 정책을 만들고 예산을 수립할 땐 모든 사안을 냉정하게 따져봐야 합니다. 14년 전에 구축한 기술을 뒷전으로 미뤄놓은 채 '예산 타령'만 하는 건 무책임합니다.
지하철 5호선 방화 사건은 별 탈 없이 마무리됐지만, 언제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릅니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수많은 시민의 안전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실제로 지하철 5호선 방화 당시 '지하철 객차 내 CCTV가 실시간 송출되지 않아서 서울교통공사 상황실과 영상관제센터에선 사건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소방관들이 우왕좌왕했다는 말도 나옵니다. '먹통 논란'에 휩싸인 지하철 객차 내 CCTV, 이대로 놔둬도 괜찮을까요?
[시리즈물 ]
■ 지하철 객차 CCTV의 비밀 1편
[단독] 지하철 CCTV 실시간 전송 안 된다? 이미 14년 전에 기술 있었다
■ 지하철 객차 CCTV의 비밀 2편
사고 터져도 '실시간 전송' 안 되는 지하철 CCTV : 박근혜 LTE-R과 먹통 논란
■ 지하철 객차 CCTV의 비밀 3편
14년 전 구축한 지하철 CCTV 실시간 송출 시스템 왜 감추나
■ 지하철 객차 CCTV의 비밀 4편
[단독] 14년 전 영상 공개 : 이래도 지하철 CCTV 실시간 모니터링 안 된다는 사람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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