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DNA를 합성하는 연구가 시작된다. 일부 과학자들은 맞춤형 아기 탄생 등 기술 오용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맞춤형 아기'의 탄생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어 금기로 여겨졌던 ‘인간 DNA 제작’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프로젝트 팀은 생명체를 만드는 시도는 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일각에서는 오용될 우려가 제기됐다.
26일(현지시간) 영국 BBC 보도에 따르면 세계 최대 의료연구지원재단 ‘웰컴 트러스트’가 인간 DNA를 인공적으로 합성하는 세계 최초 프로젝트에 착수하기 위해 1000만 파운드(약 186억3000만원)를 투자했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줄리안 세일 영국 MRC분자생물학연구소 연구원은 ”사람에게 한계란 없다”며 “고령층의 질병 발생률을 줄이고 삶의 질을 높여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치료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인간 DNA를 인공적으로 합성해 간, 심장, 면역체계 등 손상 부위를 재생시킬 수 있는 ‘질병 저항성 세포’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휴먼게놈 프로젝트로 과학자들은 인간 유전자를 바코드처럼 읽을 수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합성 휴먼게놈 프로젝트’로 볼 수 있다. 유전자 해독을 넘어 유전자 합성을 시도하는 것이다.
적혈구를 제외한 인체의 모든 세포에는 유전 정보를 전달하는 DNA가 담겨 있다. DNA는 아데닌(A), 구아닌(G), 사이토신(C), 티민(T)이라는 네 가지 염기로 구성돼 있다. 염기들은 블록처럼 다양한 조합을 이뤄 ’염기서열’을 이룬다.
염기서열은 특정한 사람의 고유한 형질을 만드는 유전 정보가 들어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DNA 염기들을 다양한 조합으로 합성해 새로운 염기서열을 만들어 질병에 저항할 수 있는 세포를 만든다는 개념을 담고 있다.
DNA 합성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착수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연구자들은 우려를 표했다. DNA를 교정해 원하는 유전 형질을 가진 맞춤형 아기를 만드는 등 변형된 인간이 탄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외모, 성격, 지능 등을 원하는 대로 수정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은 유전질환이 발생하거나 부유한 사람들이 더 나은 유전 형질을 갖는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프로젝트 팀은 연구는 시험관과 배양접시 내에서만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합성 생명체를 만드는 시도는 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웰컴 트러스트 역시 인간 DNA 합성은 난치병 치료법을 찾는 등 인간의 건강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연구자들은 기술 오용을 결국 막을 수 없을 것이란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변형된 인간은 물론 생물학적 무기, 인간 DNA를 가진 생물 등을 만드는 시도가 결국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다.
언젠가 누군가는 시도할 연구라는 점에서 지금 당장 윤리적 문제와 책임감 있는 연구 등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조이 장 영국 켄트대 교수는 “전문가, 사회학자 그리고 대중은 DNA 합성 기술이 우리에게 어떤 도움이 될지, 어떤 우려를 유발할지 견해를 내길 바란다”고 전했다.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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