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CEO [게티이미지닷컴]
[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양자컴퓨팅 기술이 변곡점에 다다랐다.”(젠슨황 엔비디아 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가 양자컴퓨터에 대한 생각을 5개월만에 완전히 뒤바꿨다. “양자 컴퓨터 사용화까지 20년이 걸린다”며 관련 기업들의 주가를 폭락하게 만들더니, 이달에는 낙관론을 띄웠다.
황 CEO의 입장 선회는 올해 이어지고 있는 빅테크 기업들의 양자 관련 신기술 발표 때문으로 풀이된다. 엔비디아 역시 양자컴퓨팅 개발 플랫폼을 고도화하며 기술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아인슈타인도 안 된다 말렸는데…양자컴 ‘대박’ 이정도라니
24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퀀텀 코리아 2025’ 내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부스에서 관람객이 초전도 기반 50큐비트 양자컴퓨터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
양자컴퓨터는 양자역학 원리를 이용해 정보를 처리하는 기기를 말한다. 가장 큰 특징은 슈퍼컴퓨터보다 빠른 연산 속도다. 기존 컴퓨터는 0과 1로 정보를 정리하는 비트(bit) 단위를 사용한다면, 양자컴퓨터는 0과 1이 동시에 존재하는 ‘큐비트(qubit)’ 단위를 사용해 더 많은 계산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다.
0과 1, 두 가지 상태가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는 개념은 다소 납득하기 어렵다. 상대성 이론을 개발한 아인슈타인, 슈뢰딩거 방정식을 만든 슈뢰딩거 역시 생전에 이러한 개념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러나 양자가 여러 상태로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는 ‘양자중첩’이 자연 현상으로 인정받으며, 이를 이용한 양자컴퓨터도 등장하게 됐다.
다만 양자컴퓨터는 큐비트 수를 늘리면 성능이 올라가지만, 그만큼 오류도 많아지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이에 따라 빅테크 기업들은 큐비트 수를 늘리면서도 오류는 줄일 수 있는 신기술을 개발 중이다.
구글의 양자컴퓨팅 칩 ‘윌로우’ [구글 블로그 갈무리]
구글은 지난해 12월 양자컴퓨팅 칩 ‘윌로우’를 개발했다. 구글에 따르면 윌로우는 105개 큐비트로 구성돼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로 10자년이 걸리는 계산을 5분 안에 끝낼 수 있다. 10자는 10의 24승을 뜻하는 단위다. 구글은 큐비트를 격자 방식으로 다량 배치하는 표면 코드(Surface Code) 방식으로 오류를 정정했다고 설명했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지난 2월 자체 양자컴퓨팅 칩 ‘오셀롯’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오셀롯은 ‘고양이 큐비트(Cat qubit)’ 방식으로 표면 코드 방식보다 오류 정정 비용을 90% 절감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양자컴퓨팅 칩을 개발하는 대신 양자컴퓨팅용 프로그래밍 플랫폼 ‘쿠다Q(CUDA-Q)’를 개발하고 있다. 기존 컴퓨터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연산과 양자컴퓨터 연산을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통합한 것이 특징이다. 고전 컴퓨터와 양자 컴퓨터의 시너지를 통해 양자 오류를 줄이거나,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양자처리장치(QPU를 결합한 알고리즘을 개발할 수 있다.
“이러다 사달난다”…한국 양자컴퓨터 수준 어느 정도길이래
지난 24일 서울 서초구 양재 aT센터 제2전시장에서 개최된 퀀텀코리아 2025에 IBM ‘퀀텀 시스템 원’ 모형이 전시된 모습. [권제인 기자/eyre@]
한국은 양자컴퓨팅 기술이 뒤처져있지만, 관심도도 그리 높지 않다. 국내 최대 양자기술 국제행사 ‘퀀텀코리아 2025’는 전년 대비 참가사가 오히려 감소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24일부터 사흘간 ‘퀀텀코리아 2025’를 개최했지만 8개국, 57개 기관 및 기관이 참여해 전년(11개국 63개 기업) 대비 규모가 오히려 감소했다. AWS, IBM, 아이온큐 등 해외 기업이 눈에 띈 반면, 국내 주요 대기업 중에선 이동통신 3사가 부스를 차리는 데 그쳤다.
과학계에서는 한국의 양자컴퓨팅 기술이 10년가량 뒤쳐져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과기정통부는 2032년까지 1000큐비트급 양자컴퓨터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양자과학기술 플래그십 프로젝트’로 8년간 6454억원을 투자해 양자컴퓨팅·양자통신·양자센싱 분야에서 과제를 수행할 계획이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이 지난 24일 서울 서초구 양재 aT센터 제2전시장에서 개최된 퀀텀코리아 2025에서 전시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권제인 기자/eyre@]
그러나 IBM이 이미 2023년 1121큐비트 양자 컴퓨터칩 ‘콘드로’를 공개한 만큼, 한국이 이번 프로젝트로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IBM은 2033년까지 2000개 논리 큐비트로 10억개의 양자 연산을 수행할 수 있는 ‘IBM 퀀텀 블루제이’를 개발할 계획이다.
양자과학기술 플래그십 프로젝트 예산이 이후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과기정통부는 당초 예산으로 9960억원을 요청했지만, 3506억원 줄어든 규모로 사업이 확정됐다. 프로젝트를 1, 2단계로 나눠 1단계 성과에 따라 2단계의 지원 방식, 범위, 사업비 규모가 정해지는 만큼 예산이 더욱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24일 퀀텀코리아 현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양자 기술 사업화가 시급하다”며 “차기 장관이 잘 살펴주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복잡한 IT 뉴스, 에라잇! 권제인·차민주 기자가 시원하게 풀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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