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산업 선도 韓 IDC 갈길 급한데...전자파 신호등 ‘초록불’로 불안 해소
지난 3월 경기도 고양시의 한 아파트단지. 이 단지 아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 근처에 인터넷데이터센터가 증설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학부모들은 총회를 열었다.
학부모 총회에선 “데이터센터에서 어마어마한 전자파가 나온다는데 어떡하냐”는 걱정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학교 측은 학부모 의견을 반영해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에 ‘전자파 신호등’ 설치를 요청했다. 아이들 안전을 확인하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KCA는 곧바로 이 초등학교에 전자파 측정 장비를 설치하고 한 달 이상 실시간 데이터를 제공했다. ‘안심 수준’이라는 녹색 불빛이 깜빡이는 신호등 덕에 괴담처럼 퍼졌던 데이터센터 전자파 불안은 눈앞에서 해소됐다.
인공지능(AI) 시대 필수 인프라인 인터넷데이터센터(IDC)는 국가 기반 시설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전자파 괴담’에 신설·증설 추진이 어렵다. 전자파가 건강에 해롭다는 막연한 불안감과 ‘집값이 떨어질 수 있다는’ 걱정까지 뒤섞여 민원이 반복되고 있다. 전형적인 ‘님비’ 현상이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KCA는 생활 속 전자파 정보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전자파 신호등’ 시스템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옥외 발광다이오드(LED) 정보공개 시스템으로, 청색·황색·적색 등 직관적인 색상으로 전자파 세기를 시각화해 즉각적 인식이 가능하도록 돕는다. 청색은 인체보호기준 50% 미만인 전자파 1등급, 황색은 인체보호기준 50~100%인 2등급, 적색은 인체보호기준이 100% 초과해 주의·경고등급을 뜻한다.
지난달 29일 기자가 찾은 SK브로드밴드 서울 금천구 가산데이터센터 주차장 인근에 설치된 전자파 신호등에는 ‘전자파 양호’ 안내가 표시돼 있었다. 측정값은 기준 대비 0.02%에서 1.01% 수준으로 안전 기준치를 한참 밑돌았다. 이를 지켜보던 한 60대 주민은 “이렇게 직접 눈으로 확인하니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SKB 관계자는 “IDC는 내부 시설물을 포함해 전자파 관련 모든 인증을 완료한 상태로 운영되고 있으며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 입증돼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가 인공지능(AI)을 새 국가 성장동략으로 삼은 만큼 데이터센터 인프라 조성은 기본 중에 기본이다. 이 대통령은 20일 울산 AI 데이터센터를 첫 AI 산업 현장 방문지로 택하기도 했다.
2023년 기준 전국 데이터센터 수는 153개이며, 이 중 58.8%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이처럼 인프라가 수도권에 편중되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은 유치에 적극적이지만 일부 지역에선 주민 반발로 착공이 미뤄지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전자파가 건강에 해롭다”는 막연한 인식은 국가 AI 산업의 가장 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전자파 신호등은 당초 통신 기지국 민원 해소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이후 2019년 네이버 경기도 용인 데이터센터와 같이 전자파 우려로 설립이 무산되는 사례가 나오자 과기정통부가 전자파 신호등 도입을 제안했다.
ICD 업계는 처음엔 전자파 신호등 설치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보 제공이 오히려 불안을 줄 수 있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자파 신호등 설치 이후 주민 불안이 90%에서 40%까지 낮아지자 요청이 확산됐다. 올 4월 첫 SKB 가산 데이터센터를 시작으로 5월에는 LG유플러스 서초 데이터센터, 이달 초에는 KT도 신규 오픈한 가산 데이터센터에 전자파 신호등을 설치했다.
황태욱 KCA 전자파안전정보센터장은 “IDC나 기지국의 경우 인입부 근처나 전자파 방출 가능성이 있는 위치를 사전 조사해 설치 지점을 선정한다”며 “기지국은 고주파(RF), IDC나 변전소는 극저주파(ELF) 영역 등을 고려한 장비 구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자파 신호등은 실시간 데이터 수집과 중앙관제 기능도 갖췄다. 전국 전자파 신호등에서 기준 초과가 감지되면 전파진흥원 전남 나주 본부에 즉시 알람이 울린다. 본부는 72시간 이내 현장 확인과 정밀 측정을 한다.
전자파 신호등이 수집한 정보는 학술연구나 정책 기초 자료로도 활용될 예정이다. KCA는 향후 인공지능(AI) 기반 이상 탐지, 예측 기능 탑재 등 기술적 고도화도 검토중이다.
전자파 신호등은 통신 기지국, IDC를 넘어 변전소 등 전력 인프라까지 요청이 확대되고 있다. 한국전력도 전자파 신호등 도입 의사를 정부 측에 전달한 바 있다. 변전소도 고압 송전선 때문에 IDC와 유사한 전자파 이슈가 발생하는데, 동일한 장비를 사용해 측정 가능하다. 다만 현재 전자파 신호등이 총 14대 수준으로 부족해 민원이 집중된 지역부터 우선 도입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전자파 신호등이 장기적으로 미세먼지 신호등과 같이 생활 속 정보 체계로 자리잡기를 기대하고 있다.
윤희봉 과기정통부 전파기반과장은 “전자파에 대한 오해와 불신이 여전히 많다”며 “시민들이 신호등을 통해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책 신뢰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김나인 기자 silkni@dt.co.kr
시민들이 지난달 29일 서울 금천구 SK브로드밴드 가산데이터센터 입구에 세워진 전자파 신호등을 살펴보고 있다. 전자파 신호등은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이 자체 개발한 사물인터넷(IoT) 기반 서비스로, 실시간 전자파 측정 정보를 기지국 인근 주민들에게 3색의 신호등으로 알기 쉽게 제공한다. 박동욱기자 fufus@
시민들이 지난달 29일 서울 금천구 SK브로드밴드 가산데이터센터 입구에 세워진 전자파 신호등을 살펴보고 있다. 전자파 신호등은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이 자체 개발한 사물인터넷(IoT) 기반 서비스로, 실시간 전자파 측정 정보를 기지국 인근 주민들에게 3색의 신호등으로 알기 쉽게 제공한다. 박동욱기자 fufus@
시민들이 지난달 29일 서울 금천구 SK브로드밴드 가산데이터센터 입구에 세워진 전자파 신호등을 살펴보고 있다. 전자파 신호등은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이 자체 개발한 사물인터넷(IoT) 기반 서비스로, 실시간 전자파 측정 정보를 기지국 인근 주민들에게 3색의 신호등으로 알기 쉽게 제공한다. 박동욱기자 fufus@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