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지대서 불법 촬영물·허위 정보 유통, 대리인제는 유명무실
대리인제 개선 연구반 논의 반영…지정 신고·불만 처리 의무화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신은빈 기자 = 국내법의 사각지대에서 온라인 불법 유통물을 방치했던 텔레그램과 나무위키가 앞으로 제재를 피하기 어려워졌다.
국내 대리인 자리에 이름만 올리고 대응을 피했던 해외 플랫폼 기업은 이제 방송통신위원회에 대리인 지정을 신고하고 이용자 불만을 24시간 이내 처리해야 한다.
3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이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이달 26일 발의됐다.
개정안은 지난해 하반기 방통위가 학계·법조계·연구기관 전문가들과 함께 운영한 '국내 대리인 지정 제도 개선 연구반'의 논의 결과를 반영했다. 기존 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던 텔레그램과 나무위키까지 적용 범위를 넓히는 게 목적이다.
구체적으로는 △국내 대리인 지정·변경 시 방통위 통보 △국내 대리인의 유효한 연락 수단 확보 △대리인 이용자 수·매출액 등 자료 제출 의무 △이용자 불만 24시간 이내 처리 등 조항을 신설했다.
현행법은 국내 주소·영업소가 없는 사업자가 국내 주소가 있는 자나 법인을 대리인으로 지정하도록 한다. 대리인의 이름·주소·이메일 주소는 인터넷 사이트에 공개해야 한다.
개정안은 여기에 국내 대리인 지정·변경 사실을 방통위에 알리도록 하는 의무 조항을 추가했다. 방통위는 대리인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해 사업자에게 이용자 수나 매출액 등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사업자는 이용자가 제기한 정당한 의견이나 불만을 24시간 이내 처리해야 한다는 조항도 신설했다. 처리하지 못한 불만은 접수일 포함 3일(공휴일 제외) 이내 처리하고 부득이한 경우에는 이용자에게 사유와 처리 일정을 알려야 한다.
이는 해외에서도 이미 이뤄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의 디지털서비스법(DSA)은 대형 온라인 플랫폼이 불법 정보를 유통할 경우 사법·행정기관의 명령을 이행했는지와 언제 조치할 예정인지를 유관기관에 통지하도록 한다.
이외에 국내 대리인의 주소와 이메일은 물론 전화번호까지 누구나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인터넷에 공개해야 한다.
나무위키에서 '나무위키'를 검색한 모습 (나무위키 홈페이지 캡처)
국내 대리인 지정 제도는 우리 국민이 해외 플랫폼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피해나 고충을 처리할 때 사업자와의 원활한 소통을 돕고자 2018년 처음 도입됐다.
하지만 형식적인 운영으로 제도는 유명무실해졌다. 대리인 지정 형태나 운영 방식을 규정한 조항이 없어서 국내 법인이 아닌 로펌이나 페이퍼컴퍼니를 대리인으로 등록하는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4월에도 '해외 플랫폼 책임 강화 패키지법'이란 이름으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한 차례 발의됐다. 구글·메타·애플 등 해외 사업자의 국내 대리인 지정 제도 운용과 방통위 신고 의무를 강조했다.
이번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은 "텔레그램을 통한 불법 촬영물 유통과 나무위키에 게시된 허위 정보로 인한 명예훼손이 심각하다"며 "현행 제도로는 해외 사업자와 이메일로밖에 소통할 수 없어 민원 제기나 법적 대응이 불가능하다"고 법안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be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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