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빌라 거래량 14%↑…목동·대치·잠실 급증세
'아파트 전세도 벅차'…학부모 실수요 이동
"자녀 학령기 거주 수요 꾸준하고 집값 상승 기대감"
"아파트냐 아니냐 보다 입지 중시하는 흐름 형성"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서울 아파트값이 빠르게 치솟으면서 빌라(다세대·연립주택) 시장에도 열기가 번지고 있다. 학군지 실수요자들이 대안 주거지로 빌라를 택하는 사례가 늘면서 시장에 다시 활기가 돌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진=이데일리)
2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5월 서울 빌라 총 매매 건수는 1만 275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35% 증가했다. 특히 3월(3257건)과 5월(3010건)에는 나란히 3000건을 넘겼다. 월간 빌라 거래량이 3000건을 돌파한 것은 2022년 7월 이후 32개월 만이다.
거래 증가와 함께 가격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4월 서울 빌라 실거래가격지수는 143.2로 전년 동기 대비 5.72% 상승했다. 이는 빌라 수요가 정점을 찍었던 2022년 8월(143.9)에 근접한 수준이다. 실거래가지수는 동일 주택형의 과거 거래가 대비 변화를 나타내는 지표로 100을 넘으면 가격이 상승했음을 의미한다.
이 중에서도 학군지 빌라 거래량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올해 1~5월 목동 빌라 매매는 342건으로 전년 동기(128건) 대비 167% 급증했다. 같은 기간 대치동은 9건에서 28건으로 311%, 잠실동은 37건에서 151건으로 308% 뛰었다. 이 외에도 논현동(64%), 중계동(45%) 등 주요 학군지 역시 상승 흐름을 보였다.
목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예전에는 ‘빌라요?’라며 반신반의하던 손님들이 많았지만, 요즘은 거부감 없이 빌라 매물을 찾는 경우가 늘었다”며 “컨디션만 괜찮으면 매물은 나오자마자 금방 거래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서울 빌라 거래는 2022년 전국적으로 잇따른 대규모 전세사기 여파로 이른바 ‘전세포비아(공포증)’가 확산되며 급감했다. 여기에 아파트 선호 심리가 강해지고 재개발 기대감에 따라 빌라 매매가가 크게 오르면서 투자 매력도 한동안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최근 시장에 다시 온기가 돌기 시작한 데는 지난 3월 강남 3구와 용산구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주요한 배경으로 꼽힌다. 아파트 매수 시 실거주 의무가 생기면서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갭투자’가 사실상 막히자 현금 여력이 부족한 투자자들이 대안으로 빌라 시장을 찾는 것이다.
강남 학군지 아파트값 급등도 빌라 수요를 자극한 요인으로 꼽힌다. 매매가와 전·월세 모두 부담스러운 수준으로 치솟자 교육 여건을 고려한 학부모 실수요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를 대안으로 선택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들어 강남 3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약 6% 상승해 서울 전체 평균 상승률(2.29%)의 2.6배에 달한다.
이재윤 집토스 대표는 “학군지는 아파트 매수가 어려우면 전세로, 아파트 전세도 버겁다면 빌라로라도 자녀의 학령기 동안 거주하려는 학부모 실수요가 꾸준한 지역”이라며 “과거에는 빌라가 실거주 선택지에서 아예 제외되기도 했지만, 이제는 아파트와 비아파트와의 가격 격차가 중간 없이 너무 크게 벌어지면서 오히려 빌라가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수요자들은 단순히 자녀 교육을 위한 거주만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입지가 좋은 학군지 빌라면 가격도 꾸준히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도 함께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실제 시장에서도 ‘아파트냐 아니냐’ 보다는 종합적인 입지를 더 중시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배운 (edulee@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