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편성 과정서 금융 채무↓·적자 채무↑
국가채무 중 비중 70% 넘어 나랏빚 양과 질 모두 악화
예정처 “정부, 구체적인 관리 목표 제시해야”
지난 8일 서울 명동 거리 모습. 연합뉴스
올해 두 번에 걸쳐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이 편성되면서 국민 세금으로 갚아야 할 ‘적자성 채무’가 900조원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국가채무에서 적자성 채무가 차지하는 비중도 7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수당·기초연금 확대 등 대규모 복지 공약이 현실화할 경우 나랏빚 증가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관측된다.
30일 국회예산정책처의 ‘2025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분석’에 따르면, 2차 추경 편성으로 올해 국가채무는 1300조6000억 원으로 증가한다. 1년 새 125조4000억 원가량 증가한 수치다. 지난 4월 1차 추경 기준으로는 19조8000억 원 늘어난다.
이 중 적자성 채무는 1차 추경 때 900조 원이 갓 넘었고, 2차 추경에선 22조6000억 원 더 늘어나면서 총 923조5000억 원이 된다. 적자성 채무는 대응 자산이 없는 국고채 등으로 구성돼 조세 등 일반재원으로 상환해야 한다. 외평채나 국민주택채권처럼 자체 회수가 가능한 ‘금융성 채무’와 대비된다.
1·2차 추경 재원은 대부분 적자성 채무에 의존해 마련됐다. 2차 추경 기준 작년 결산 대비 증가한 국가채무 중 86.2%가 적자성 채무였다. 전체 국가채무에서 적자성 채무가 차지하는 비중 또한 71.0%를 기록, 처음으로 70%를 넘어섰다. 2019년 56.4%였던 것을 고려하면 6년여만에 15% 포인트(p) 가량 커진 것이다. 적자성 채무의 가파른 증가는 국민의 실질적 상환 부담을 가중할 뿐만 아니라 이자 지출 증가에 따른 재정 운용의 경직성 심화로도 이어진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 적자성 채무에 명확한 관리 목표를 두지 않고 있다. 정부는 앞서 재정 준칙 법제화를 추진하면서 ‘국가채무의 총량을 GDP 대비 60% 이내로 관리한다’는 내용을 담았을 뿐, 적자성 채무 관리 목표는 따로 설정하지 않았다. 예정처는 “정부가 보다 구체적이고 실효적인 적자성 채무의 관리 목표와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적자성 채무 증가세는 향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 경제가 ‘0%대 저성장’ 늪에 빠진 상황에서, 새롭게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재정 역할 확대를 골자로 한 정책들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공약으로 아동수당의 지급 연령을 8세에서 18세까지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정부와 부모가 함께 입금하는 우리아이자립펀드를 도입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소득 활동에 따른 연금액 감액 구조 개선, 기초연금 부부 감액 단계적 축소 등을 통해 노년층 소득 보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 같은 공약 이행에 5년간 210조원의 추가 재정이 필요할 것으로 봤다.
손기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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