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마켓분석
서울 원룸 평균 월세 72만원
대학 가려고 상경했지만
값비싼 월세에 알바 치중
월세 끌어올린 ‘나쁜 이유들’
월세 지원 · 공공기숙사 확대 등
청년 주거대책 적극 펼쳐야
# 서울 원룸 평균 월세 72만원(2025년 5월 기준ㆍ다방). 경제활동을 하는 직장인에게도 만만찮은 금액이다. 대학생들에겐 어떨까. 부모님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 그나마 사정이 낫겠지만 그럴 수 없는 경우엔 학업보다 아르바이트에 힘을 쏟을 수밖에 없다.
# 여기에 한해 700만원에 이르는 등록금, 오를 대로 오른 생활물가까지 대학생을 짓누르는 요인은 한두개가 아니다. '월세의 습격'으로부터 대학생들을 구제할 대안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서울 대학가를 중심으로 하숙이 다시 인기를 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사진|뉴시스]
"밥 주는 하숙집이 다시 뜨고 있다." 최근 언론에선 대학가를 중심으로 하숙이 다시 인기를 끈다는 보도를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1990년대 대학생들의 주된 주거형태 중 하나였던 하숙이 다시 돌아왔다는 거다. 일례로 하숙 중개 플랫폼 '맘스테이'에 따르면 올해 1~2월 하숙 예약건수는 426건으로 전년 동기(357건) 대비 19.2% 증가했다.
이처럼 하숙을 찾는 대학생이 늘어난 건 폭등한 월세의 영향이 크다. 2022년 12월 발생한 '빌라왕 사태(전세사기)'는 월세를 끌어올리는 기폭제가 됐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서울 지역 연립ㆍ다세대 원룸(전용면적 33㎡ 이하ㆍ보증금 1000만원 기준)의 월세는 2022년(이하 각해 5월 기준) 57만원에서 이듬해 71만원으로 24.5%나 올랐다.
직전 2년 동안 월세 상승률이 한자릿수(2021 1.8%ㆍ2022년 5.5%)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얼마나 많이 올랐는지 가늠할 수 있다. 지난해엔 69만원으로 소폭 하락했지만 올해 5월 기준 72만원으로 다시 오름세를 띠고 있다.
그에 비해 월 50만원 안팎에 식사까지 제공하는 하숙은 비교적 저렴하다. 그렇다면 하숙은 정말 대학생들이 반길 만한 대안일까. 1년간 하숙집에서 생활한 대학생 A씨는 "TV 드라마에 나오는 하숙집과 현실은 많이 다르다"면서 말을 이었다.
"식비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고, 부모님도 안심하실 수 있을 것 같아 하숙을 선택했었다. 하지만 너무 좁은 방안에서 생활하는 게 답답했고, 교류가 거의 없는 다른 하숙생들과 화장실이나 주방을 함께 쓰는 것도 쉽지 않았다."
실제로 하숙은 화장실ㆍ주방 등 공용공간이 있다곤 하지만 개인공간인 방의 규모가 주거기본법상 최저주거기준 14㎡(약 4.2평)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신촌에서 20년 넘게 부동산 중개업을 해온 B씨는 "20년 전만해도 하숙집을 운영하겠다며 건물을 보러 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면서 "학생들이 공동생활을 하는 걸 워낙 꺼리는 데다 끼니도 간단하게 때울 수 있는 게 많다 보니 하숙을 찾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숙도 대안이 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오를 대로 오른 원룸 월세는 안정화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 많다. 월세가 오른 데 영향을 미친 게 전세사기 사태 때문만은 아니라서다.
[사진 | 뉴시스]
부동산 중개인 B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비용이 드는 이사를 꺼리는 경향이 강해졌다. 더욱이 신촌 원룸은 대학생뿐만 아니라 직장인 수요도 적지 않은데, 이들이 결혼을 하지 않고 원룸에서 장기간 거주하는 경우가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원룸 매물이 많지 않고, 일부 부동산이 집주인에게 '월세를 올려 받아 주겠다'며 매물을 확보하면서 월세가 오르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월세만 오른 것도 아니다. 올해 4년제 대학교 중 70.5%(193개 중 136개)가 등록금을 인상했고, 전년 대비 평균 인상률은 4.1%(연 평균 682만9500원→710만6500원)에 달한다. 여기에 식비, 통신비, 교통비도 청년층을 짓누르는 부담 요인들이다.
이 때문에 빚에 허덕이거나 학업보다 아르바이트에 내몰리는 대학생들이 적지 않다. 서민금융진흥원이 대부업조차 이용할 수 없는 이들을 위해 1년 만기로 100만원(대출금리 연 15.9%)을 빌려주는 '불법사금융예방대출(옛 소액생계비대출)'의 연체율을 보자.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20대의 불법사금융예방대출 연체율은 41.4%로 2023년(16.9%) 대비 24.5%포인트나 높아졌다. 전 연령대(30대 36.8%ㆍ40대 34.8%ㆍ50대32.1%ㆍ60대 이상 29.3%)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대학생 C씨는 "부모님의 지원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 월세 일부와 생활비를 직접 마련해야 한다"면서 "공부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것도 쉽지 않아서 2학기에는 휴학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의 월세 부담을 덜어줄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물론 정부와 지자체도 청년 주거 문제해결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청년안심주택(역세권 청년주택)'은 그중 하나다. 청년안심주택은 서울에 거주하는 만 19~39세 이하 무주택 청년에게 역세권 주택을 시세보다 저렴하게 임대하는 사업이다.
서울시는 2030년까지 청년안심주택을 12만호로 확대한다는 계획이지만,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데다 공급도 한정적이다. 서울시 청년인구가 286만명(2023년 기준)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정부의 의지가 중요한 이유다.
박준 서울시립대(국제도시과학대학원) 교수는 "대학생 등 청년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공공임대주택을 적극적으로 공급하는 것"이라면서 말을 이었다.
"청년들이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면서 자금을 축적한 후 여력이 되는 선에서 주택을 매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정부가 현재 분양난을 겪고 있는 오피스텔을 '매입임대' 형태로 확보해 시세의 50% 수준으로 청년들에 공급하는 게 가장 좋은 방식이라고 본다. 시세 대비 월세가 낮은 공공임대주택이 증가하면 자연스럽게 민간임대주택의 월세도 하락할 수 있다. 이를 지원할 주택도시기금도 충분한 만큼 정부의 정책 의지에 달려 있다."
■ 월세 지원 확대 = 이와 함께 단기 대책을 강화해 청년들의 발등에 떨어진 불을 꺼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인 게 월세 지원이다. 일례로 서울시는 부모와 따로 거주하는 중위소득 150% 이하 무주택 청년 1인가구에게 월 최대 20만원(월세 60만원 이하ㆍ보증금 8000만원 이하)의 월세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한해 1만5000명(2025년 기준)만 지원하는 데다 최대 12개월까지 생애 단 한번 받을 수 있다. 유선종 건국대(부동산학) 교수는 "직접적인 재정 지원을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번 오른 월세 가격은 하락하는 게 쉽지 않다. 그런데 최근 경기 침체에 취업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청년층의 주거비 부담이 커졌다. 재정을 청년에게 직접 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만 직접적인 지원 방식이 되레 월세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은 살펴봐야 한다. 박준 교수는 "영국의 경우 1980년대 '주거급여'를 확대하자 임대료가 오르는 결과가 나타났다"면서 "더 많은 주거급여를 지급하고, 이것이 다시 임대료를 자극하는 악순환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 공공기숙사 확대 = 또다른 대안은 공공기숙사를 확대하는 것이다. 대학이 운영하는 기숙사가 태부족인 데다, 기숙사 비용이 그다지 저렴하지 않은 곳이 많아서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409개 대학의 기숙사 수용률은 22.6%에 그쳤다. 대학생 10명 중 2명만 기숙사를 이용할 수 있다는 거다.
특히 월세가 비싼 서울 소재 대학들의 기숙사 수용률은 더 낮았다. 경희대 9.2% 세종대 11.1%, 서강대 11.8%, 고려대 12.0%, 광운대 12.3%, 연세대 17.2%, 서울대 22.2%, 이화여대 22.3% 수준이었다.
여기에 기숙사비가 월 평균 50만원에 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서울 소재 D대학교의 2인 1실 기숙사 한학기(4개월) 이용 가격은 200만원이나 됐다. 유선종 교수는 "대학이 부지를 제공하고 민간자본이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해 투자하면 SPC는 기숙사비 등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런 구조는 기숙사비 인상을 부추기는 만큼 공공기숙사 등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공기숙사(사업명 행복기숙사)는 교육부와 한국사학진흥재단이 2012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사업으로 국ㆍ공유지나 대학법인·공공기관 부지 등에 공공기금을 활용해 건립한다. 현재 전국 37개 공공기숙사가 운영 중으로 기숙사비는 2인 1실 기준 월 30만원선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공공기숙사 확대 계획을 밝혔다.[사진|연합뉴스]
저렴한 공공기숙사를 확대해야 한다는 덴 정부도 공감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폐교 또는 폐교 예정 학교, 국공립대 부지를 활용해 공공기숙사를 적극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넘어야 할 산은 적지 않다. 공공기숙사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적지 않다는 건 커다란 장애물이다. 일례로, 서울 광진구는 2023년 폐교한 화양초등학교 자리에 공공기숙사 건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주민들과 합의를 이루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원룸 임대 사업을 하는 주민들의 반대가 심한 데다, 주민들을 위한 공원이나 도서관 등을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아서다.
이처럼 청년 주거 문제를 해결하려면 숱한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만큼이나 시민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도 중요하다. 과연 우리는 청년들을 울리는 월세의 난을 해결할 수 있을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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