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0억엔에 ADK홀딩스 모회사 지분 인수…EBITDA 4.4배 규모
ADK이모션즈, 짱구·도라에몽 등 유명 애니 제작위원회 참여 경험
크래프톤이 일본 콘텐츠 기업 ADK그룹을 인수하며, 애니메이션·광고 등으로 이어지는 콘텐츠 밸류체인 확보에 나섰다. 사진은 크래프톤의 대표 IP '배틀그라운드' /크래프톤
[더팩트ㅣ조소현 기자] 크래프톤이 일본 콘텐츠 기업 ADK그룹을 인수하며, 애니메이션·광고 등으로 이어지는 콘텐츠 밸류체인 확보에 나섰다. 증권가는 이번 거래를 크래프톤의 지식재산권(IP) 활용 전략을 확장하는 분기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글로벌 사모펀드 베인캐피탈재팬이 보유한 일본법인 BCJ-31의 지분 100%를 750억엔(약 7103억원)에 인수하기로 의결했다. BCJ-31은 ADK그룹 산하 주요 자회사를 보유한 ADK홀딩스의 모회사로, ADK그룹은 이번 거래를 통해 크래프톤의 연결 자회사로 편입된다.
ADK그룹은 일본 3대 종합광고 회사 중 하나로, 광고 마케팅 기획·영업을 담당하는 'ADK마케팅솔루션즈'와 광고·프로모션 제작을 담당하는 'ADK크리에이티브원', 애니메이션 기획·제작을 담당하는 'ADK이모션즈'를 보유하고 있다. 콘텐츠 기획부터 광고·프로모션, 애니메이션 제작까지 관련 기능을 그룹 내에서 함께 운영하는 구조를 갖췄으며, 지난해 기준 매출은 약 1조1600억원, EBITDA는 약 1600억원이다. 이번 인수가는 EBITDA의 약 4.4배 수준이다.
크래프톤은 이번 인수를 통해 단순 광고 역량 확보를 넘어, 게임 IP의 영상화 및 콘텐츠 유통 기반을 구축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ADK이모션즈가 '짱구는 못말려', '도라에몽' 등 300여편의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 제작위원회에 참여해 온 경험을 보유한 만큼, 게임 IP의 영상화 기반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 관계자는 "크래프톤은 최근 급성장 중인 글로벌 애니메이션 시장과의 접점을 통해, 게임 중심의 IP 확장을 위한 새로운 시너지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며 "이번 인수는 이러한 사업 방향의 연장선에서 애니메이션과 게임 간 협업 가능성을 넓히고 일본 내 콘텐츠·미디어 사업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중장기 전략의 일환이다. ADK와 파트너십을 통해 양사의 고유한 역량을 중심에 두고 각자의 산업 기반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협업 방안을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크래프톤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글로벌 사모펀드 베인캐피탈재팬이 보유한 일본법인 BCJ-31의 지분 100%를 750억엔(약 7103억원)에 인수하기로 의결했다. /크래프톤
증권가는 이번 인수를 크래프톤이 그간 추진해온 IP 중심의 콘텐츠 확장 전략이 본격화된 신호로 보고 있다. 이준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번 인수는 단일 M&A 중 역대 최대 규모이자, 비게임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크래프톤은 그동안 대부분 게임 스튜디오 위주의 M&A를 진행해 왔지만, 인도에서는 핀테크와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등 콘텐츠 생태계 전반에 투자해 왔다. 이번 ADK 인수를 통해 인도 외 지역에서도 비게임 사업 인수를 통한 글로벌 콘텐츠 사업을 진행하고자 하는 방향성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ADK그룹이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의 핵심 구조인 '제작위원회'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최승호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은 제작위원회의 형태로 이뤄지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진격의 거인 애니메이션을 제작한다고 하면, 진격의 거인 제작위원회(일종의 SPC)를 설립해 여러 기업으로부터 투자를 받아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형태다. ADK홀딩스도 IP홀더는 아니지만 제작위원회에 지분투자와 함께 다수 참여하며 일부 애니메이션의 상품화 권리 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 가장 좋은 예시가 넷마블"이라며 "넷마블은 애니메이션 제작위원회 설립 과정부터 지분 투자를 해 다수의 일본 IP 기반으로 게임화까지 이룬 바 있다. 애니메이션 제작에 지분 투자를 했고 이를 기반으로 해당 IP의 게임 판권을 획득해 제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 콘텐츠 시장에서 크래프톤의 인지도가 아직 낮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최 연구원은 "일본은 세계 3대 게임 시장 중 하나로, 당연히 공략해야 할 시장"이라며 "재무기여가 가능하고 밸류에이션이 과도하지 않고 IP 소싱에 이점을 지니고 글로벌 비즈니스 확대도 고려한 종합적인 판단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수를 통해 유의미한 일본 IP 게임제작 판권을 확보하고 실제 제작까지 이어진다면 인수는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도 "이번 인수로 이르면 4분기부터 연결 실적 증가와 함께 PUBG IP 애니메이션 제작 및 일본 비즈니스 거점 확보 등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업계는 이번 거래가 단기 수익보다 장기적 콘텐츠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 의미 있는 행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ADK는 콘텐츠 자체를 소유하기보다는 기획·유통에 강점을 가진 기업인 만큼, 크래프톤이 자체 IP를 얼마나 잘 결합하느냐에 따라 이번 인수의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sohyu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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