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성 KAIST 화학과 교수 연구팀
효모 대사 부산물로 만든 나노 껍질과 요소 연료 기반
정밀 약물 전달·암 치료용 차세대 세포 플랫폼 기대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국내 연구진이 세포 기반 시스템의 자율적으로 이동하는 ‘세포 로봇’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향후 정밀 약물 전달이나 차세대 세포 기반 치료법의 원천 기술로 활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
비대칭적인 세포-껍질 구조를 지닌 ‘세포 로봇’의 요소 용액 내 자가 추진 이동양상을 시간에 따라 관찰한 공초점 현미경 영상 10배속 모습.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우상단, 초 단위 표시) 껍질이 형성되지 않은 딸세포 쪽이 이동 방향의 앞을 향하며 전진하는 모습을 보인다.(영상=카이스트)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최인성 화학과 교수 연구팀이 외부 동력 장치나 복잡한 기계 구조 없이, 생체 부산물인 ‘요소(urea)’를 연료로 사용하는 자가 추진 세포 로봇을 개발했다고 30일 밝혔다. 방향성을 갖고 스스로 이동할 수 있으며, 원하는 물질을 운반하거나 주변 환경 제어 기능을 탑재할 수 있는 다기능성 플랫폼으로 설계됐다.
요소는 사람을 포함한 대부분의 동물 체내에서 단백질을 분해하면서 생기는 노폐물로, 생명체 안에서는 단백질 대사 과정에서 암모니아를 독성이 낮은 형태로 전환해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카이스트 연구팀은 쉽고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는 생명체이면서 부산물로 생성된 에탄올 활용 가능성이 있고, 인공적인 복잡한 외부 장치 없이 생명체 스스로 만들어내는 물질을 활용할 수 있는 효모(yeast)에 주목했다.
제빵과 막걸리 발효에 사용되는 효모는 포도당을 분해해 에너지를 얻는 대사 과정에서 알코올(에탄올)을 부산물로 생성한다. 연구팀은 이때 생성된 에탄올을 활용해 효모 표면에 생체 친화적인 방식으로 나노 껍질을 형성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위해 알코올산화효소(AOx)와 겨자무과산화효소(HRP)로 구성된 효소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효모의 포도당 분해 반응과 연계된 연쇄적 효소 반응을 유도하며, 그 결과로 멜라닌 계열의 나노 껍질이 효모 표면에 형성된다.
다양한 형태의 세포-껍질 구조체로부터 자가 추진 세포 로봇의 형성 과정을 보여주는 도식. 세포대사 연계형 자율적 단일세포나노피포화(SCNE) 과정에서는 효모가 분열하는 동안에도 나노껍질 형성이 지속적으로 일어나 세포 형태 변화에 따른 비대칭적인 세포-껍질 구조가 생성된다. 효모의 표면에 형성된 멜라닌 계열의 껍질에 우레아제를 부착하면 요소를 연료로 해 움직이는 자가 추진 세포 로봇을 형성할 수 있다. 우레아제는 요소를 이산화탄소와 암모니아로 분해하며 이들의 물속 이동속도 차이가 세포 주변에 전기장을 형성해 세포 로봇의 움직임을 유도한다.(사진=카이스트)
이번에 개발한 화학적 방법론은 효모가 성장하고 분열하는 동안에도 나노 껍질 형성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도록 설계돼 있어, 세포의 형태 변화에 따라 비대칭적인 세포-껍질 구조가 자연스럽게 생성된다. 연구팀은 세포를 감싸는 나노 껍질에 우레아제(urease·요소 분해 효소)를 부착하고 세포 로봇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그 결과 비대칭 구조를 가진 세포 로봇이 보다 명확한 방향성을 가지고 주위에 존재하는 물질만으로 자가 추진하는 현상을 확인했다. 자석이나 레이저 등 복잡한 외부 제어 장치에 의존하지 않아 구동 메커니즘이 훨씬 간단하고 생체친화적이라는 설명이다. 나노 껍질에 다양한 효소를 화학적으로 접합할 수 있어 다양한 생체 물질을 연료로 활용하는 세포 로봇의 확장 개발도 가능하다.
이번 연구 제1 저자 김나영 카이스트 화학과 박사과정은 “자가 추진 세포 로봇은 스스로 환경을 감지하고 반응하며 움직이는 능력을 지닌 새로운 개념의 플랫폼”이라며 “향후 암세포 표적 치료나 정밀 약물 전달 시스템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 중견연구과제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지난 6월 25일(미국 동부시각) 온라인판에도 게재됐다.
김범준 (yolo@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