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클로바X 씽크' 공개
"빅테크의 안방 침투 막아라"
최수연, 소버린AI 전략 구체화
판단하고 실행하는 디지털 브레인
쇼핑AI 등에 기반 될 핵심 기술
‘좋아, 이 문제를 풀어보자. 일단 문제에서 주어진 그림을 잘 봐야겠지….’
시각 정보가 포함된 사용자 질문에 네이버 추론형 인공지능(AI) 모델이 내놓은 반응이다. 질문한 동시에 답을 제시하는 기존 모델과 달리 이미지 내 수학적·과학적 표현과 시각 정보를 통합해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답을 낸다. 네이버 관계자는 “질문에 곧바로 답을 내는 방식은 정확성이 낮아 할루시네이션(환각) 현상이 잦았다”며 “새로 공개한 추론형 모델은 질문을 오랜 시간 깊게 사고하며 탐색하는 과정을 거쳐 답변 정확도를 크게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네이버, 첫 추론형 AI 모델 공개
네이버는 30일 자체 개발한 추론형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 씽크’를 공개했다. 텍스트 중심으로만 문제를 처리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이미지, 시각 정보를 통합해 종합적으로 이해한다. 사용자 질문을 쪼개 사고하고 계획을 수립하는 사고사슬(CoT) 기법을 도입해 문제의 맥락을 고려한 추론과 판단이 가능하다.
기존 AI 모델보다 성능도 눈에 띄게 향상됐다. 네이버가 이날 발간한 테크니컬리포트에 따르면 하이퍼클로바X 씽크 모델은 대학수학능력시험 문제를 다룬 KCSAT-STEM 벤치마크에서 정답률 46.4%를 기록해 GPT-4.1(40.3%)보다 높은 성능을 보였다. 한국어 문화·역사 평가 지표인 코발트(KoBALT)-700에선 48.9점, 해례(HAERAE) 벤치마크에서는 87.8점을 획득해 한국어 기반 모델로서 경쟁력을 입증했다.
한국어에 특화된 모델을 기반으로 글로벌 ‘추론 AI 경쟁’에 도전장을 던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에선 그간 추론형 AI 모델이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오픈AI,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에 비해 투자 여력과 컴퓨팅 자원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대화와 생성 중심의 범용 언어모델을 제한적으로 운영해오다 이번에 처음으로 추론에 특화된 AI 모델을 공개했다. 한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생성형 AI가 텍스트를 만드는 도구였다면 추론형 AI는 판단하고 실행하는 ‘디지털 브레인’”이라며 “네이버 모델은 한국형 AI의 독자 노선을 선언한 기술적 출사표”라고 평가했다.
◇ “AI 에이전트 기반 기술 될 것”
이번에 공개된 하이퍼클로바X 씽크 모델은 네이버가 추진하는 ‘AI 에이전트 전략’의 핵심 기술로도 주목받는다. 추론형 모델은 사용자 명령을 이해하고 필요한 도구(API)를 스스로 호출해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실행형 AI’의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사진)는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중장기적으로 모든 서비스에 AI 에이전트를 자연스럽게 통합해 사용자의 다양한 요구와 상황에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고, 전체 서비스에서 고객 편익을 극대화하겠다”고 밝혔다. 생성 AI, 검색, 쇼핑, 콘텐츠, 커머스를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는 ‘온서비스 AI’ 전략도 이 일환이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 씽크 모델을 고도화해 시각·음성·문서까지 통합적으로 다루는 멀티모달 추론형 AI로 진화시킬 계획이다. 일부 모델은 오픈소스로 공개해 국내 AI 생태계에 개방하고, 글로벌 AI 시장에서 비영어권 국가가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다지겠다는 전략이다.
성낙호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스케일 AI 기술 총괄은 “하이퍼클로바X를 ‘지능 향상’과 ‘감각 확장’이라는 두 가지 축으로 고도화하고 있다”며 “기술 패러다임에 발맞추는 데 그치지 않고 사용자에게 실질적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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