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작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장중 1340원대
'상승 우위' 전망 속 오름세로 출발했으나 방향 틀어
아시아통화 강세·달러가치 하락·네고 물량 영향
트럼프의 파월 '흔들기'도 달러 약세 요인으로 작용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30일 원·달러 환율이 8개월 여 만에 장중 1340원대로 떨어졌다. 개장 전까지만 해도 달러 강세(환율 상승)흐름이 예상됐으나, 시장은 최근의 달러 약세(환율 하락) 흐름을 이어가며 바닥을 낮췄다.
3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사진= 연합뉴스)
환율 8개월만에 최저치…달러 약세 지속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환율은 정규장(오후 3시 30분)을 전 거래일 종가(1357.4원)보다 7.4원 내린 1350.0원에 마쳤다. 오후 들어 1350원 선을 밑돌며 장중 저가는 1347.1원을 기록했으나 낙폭을 일부 되돌리며 마감한 것이다.
환율이 장중 1350원 선을 밑돈 것은 지난해 10월 11일(1345.4원) 이후 8개월 여 만에 처음이다. 오후 3시 30분 종가 기준으로도 작년 10월 11일(1349.5원) 이후 최저치다.
역외 환율과 최근 1개월물 스와프 포인트(-2.55원)를 고려하면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대비 7.15원 상승 개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날 환율은 1361원에 개장해 거래 시작 직후만 해도 예상보단 약하지만 소폭이나마 오름세를 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상승폭을 축소하더니 오전 중에 하락 전환했다.
관세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위험 회피 심리 강화와 달러 저가 매수세로 상승 압력이 우위를 보일 것이란 전망과 달리, 시장은 달러 약세라는 ‘방향성’에 더 베팅하는 모습이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캐나다와 무역협상을 전면 중단하고 조만간 국가별로 상호관세를 명시한 서한을 보내겠다고 발언하면서 관세 협상 관련 불확실성을 키웠다.
다만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미국과 캐나다 간 대립 구도가 새로운 재료가 아닌데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부 장관이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무역 협상을 9월 1일까지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점이 안도감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사진= AFP)
엔·위안도 강세…‘파월 흔들기’도 약달러 촉진
박상현 iM증권 연구위원은 “최근에 원화와 엔화의 연동성이 높아지고 있는데, 오늘도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그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위재현 NH선물 연구원은 “중국에서 최근 위안화 절상고시를 시장 예상치보다 세게 하면서 위안화 강세에 원화가 연동된 면이 있고, 아시아장이 개장한 이후 큰 변동성을 보이던 달러 가치도 약세로 방향을 잡았다”며 “반기 말이다 보니 수출업체들의 네고(달러 매도) 물량도 꽤 쏟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엠피닥터에 따르면 유로·엔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상대적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0.11% 내린 97.13을 기록하며, 3년 만에 최저 수준이었다.
한 시중은행 딜러는 “여러 재료들이 혼재돼 있긴 하지만 지금은 재료보단 방향성이 관건”이라며 “시장이 달러 약세 쪽으로 방향을 잡고, 나오는 재료들을 그쪽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흔들기’도 달러 약세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에게 지속적으로 금리 인하 압박을 가한 데 이어 최근엔 조기 해임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이는 연준의 신뢰성 저하와 미국의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 확대로 이어져 달러 가치 하락을 촉진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장영은 (bluera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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