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빛고을, 78억 운영비 보전 요구
광주시, 거절…소송 대신 중재 선택
요구액 27.4배 증가…2천억 대 ‘눈덩이’
이귀순 "안일한 행정 판단…혈세 낭비 우려"
이귀순 광주시의원
광주광역시가 광주SRF(고형 폐기물 연료)제조시설 운영업체인 청정빛고을(포스코이앤씨 대표사)을 상대로 섣불리 중재에 나섰다가 최대 2천억 원대 배상금을 지급할 수도 있는 상황에 놓여 비판이 거세다.
특히 광주시가 청정빛고을과 중재 합의서 작성 당시 배상 산정 기준 범위를 명시하지 않으면서 손해액 범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는 주장이 나와 안일한 시 행정이 위기를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귀순 광주시의원(광산구4)은 30일 임시회 본회의 긴급현안질문을 통해 "광주 SRF(고형연료) 생산시설 운영 주체인 청정빛고을이 광주시에 2천억 원대 손해배상 중재를 신청했다"고 지적했다.
청정빛고을은 광주시와 한국지역난방공사, 포스코이앤씨 등이 출자해 2013년 12월 설립한 합작회사로 광주 SRF제조시설이다. 나주 열병합발전소에 SRF를 전량 판매하기로 협약을 맺었다.
광주시는 1톤당 5만원의 위탁처리비(기준사용료)를 주고 생활폐기물을 처리하고 있다. 운영은 청정빛고을이 맡아 2017년 1월부터 2031년까지 15년간 운영한 뒤 광주시에 기부채납하기로 했다.
SRF 제조시설은 2016년 12월 준공됐으나 나주혁신도시 주민 반대가 발목을 잡으면서 2018년 1월부터 2022년 3월까지 4년여 동안 가동이 중지됐다.
이에 청정빛고을 측은 사용료 인상과 운영비용 78억원 보전을 요구했지만 광주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자 청정빛고을은 지난 2023년 2월 광주시에 중재를 요구했고 같은해 6월 광주시가 받아들이면서 중재 심리가 시작됐다.
하지만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 심리가 열리자 청정빛고을 측은 곧바로 태도를 바꿨다.
지난 2017년부터 2023년까지 손해액 545억원을 광주시가 일시지급하고 2024년부터 2031년까지의 손해액은 매년 별도 정산하자고 했다. 또는 2017년부터 2023년까지의 손해액 420억원을 일시 지급하고 2024년부터 기준사용료를 1톤당 15만5천원으로 올려달라고 했다.
그 결과 지난달 말 열린 6차 중재심리에서 최초 요구한 금액인 78억원에 비해 27.4배가 증액한 2천억 원까지 요구 규모는 늘어났다.
대한상사중재원 판정은 단심으로 진행되며 불복해 소송을 제기할 수 없으며 강제집행이 가능하다.
광주시의 안일한 판단으로 수 천억원의 손해액을 물어줄 수도 있는 처지가 된 셈이다.
이 의원은 "시민의 혈세 수천억 원이 걸려 있음에도 시는 이 사안을 시의회나 시민과의 공개적 논의 없이 비공개 중재 절차로 진행해왔다"며 "광주시가 소송이 아닌 중재를 수용한 결정 과정의 정당성, 중재 합의 과정에서 배상 산정 기준 범위를 사전에 명확히 설정하지 않은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떠한 법률적 근거를 바탕으로 판단했는지 알 수 없는 행정 결정으로, 무려 2천억 원이 넘는 시민 혈세를 낭비할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중재 합의를 하게 된 배경이나 검토 과정에 문제는 없었는지, 어떠한 위법 행위는 없었는지 철저히 조사하고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광주시 측은 "분쟁을 빨리 해결하기 위해 중재를 선택했으나, 포스코이앤씨 측이 신뢰를 저버리고 2천억원 이상으로 산정 기준을 바꿔 제시했다"며 "상황 변화에 포스코이앤씨 측에 중재를 종료하고 소송으로 전환할 것을 요청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미 중재 절차가 상당 부분 진행돼 중재 신청자인 포스코이앤씨의 동의 없이는 중재를 중단할 수도 없으며 소송으로 변경하긴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중재는 협약서상 분쟁 해결 절차에 따른 것으로 협의가 결렬된 이후 청정빛고을 측의 요청으로 진행됐다"며 "신청 금액이 78억원에서 2천100억원으로 과도하게 변경된 것은 중재 합의와 사업협약서상 문구적 해석을 넘어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적 위기 및 중대한 공공적 사안으로 상황이 변화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청정빛고을 측에 중재 중단을 계속 요구하는 동시에 시민사회단체와 연대 대응도 추진하겠다"며 "이들의 행위는 기업의 이윤 추구라는 매우 부당하고 잘못된 행위"라고 비판했다.
/박재일·정세영 기자 jsy@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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