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영 뤼튼테크놀로지스 대표
오픈AI의 ‘챗GPT’가 등장하기 전부터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를 한 국내 스타트업이 있다. ‘뤼튼테크놀로지스(이하 뤼튼)’는 2022년 7월 오픈AI와 네이버의 초기 AI 모델을 활용한 글쓰기 연습 지원용 서비스 ‘뤼튼 트레이닝’을 출시했고, 이듬해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 2023’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생성형 AI를 이용한 서비스가 CES에서 상을 받은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지난달 20일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만난 이세영(29) 뤼튼 창업자 겸 대표는 “어렸을 적부터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와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에 대한 동경이 있어 이들이 창업한 나이(24세)에 맞춰 창업했다”며 “2020년 오픈AI의 ‘GPT-3’ 비공개 테스트에 참여하며 처음 접한 생성형 AI 모델(GPT-3)은 큰 충격이었고, 기술 대전환기를 이끌 것이라 직감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20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사무실에서 만난 이세영(29) 뤼튼테크놀로지스 대표가 카메라 앞에 섰다. 이 대표가 2021년 창업한 뤼튼은 '챗GPT' 등장 전부터 생성형 AI 기반 서비스를 내놨고, 이제는 월간 활성 이용자가 500만명이 넘는 AI 검색 포털로 성장했다. /조인원 기자
◇“엔진 개발보다 완성차부터 만들어야”
초기 AI 기업은 대개 언어모델(LLM)부터 개발한 뒤 서비스에 나서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뤼튼은 처음부터 서비스에만 집중했다. 뤼튼 트레이닝 이후에는 여러 외부 LLM을 혼합한 AI 검색 포털을 만들었다. 이 대표는 “현대자동차 역시 처음부터 자동차 엔진을 만들진 않았다”며 “외부 엔진을 갖다 쓰더라도 우선 사람들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완성차’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더 많은 사람이 AI를 사용하고 익숙하게 만드는 것이 사업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의 말처럼 개발자가 아닌 일반인도 사용할 수 있는 ‘챗GPT’ 등장 이후 전 세계 AI 산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고, 뤼튼 역시 이런 AI 모델에 올라타 고속 성장했다. 뤼튼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벌써 500만명 이상이다. 과거 ‘토스’나 ‘당근’보다 빨리 500만 고지를 밟았다. 이런 빠른 성장세 덕분에 올 상반기에는 국내 AI 서비스 기업 중 처음으로 1000억원이 넘는 투자금을 신규 유치했다.
그래픽=이진영
뤼튼은 이제야 자체 AI 언어 모델 개발에 착수했다. 이 대표는 “AI 모델 사용 비용이 초기 대비 1000분의 1 이하로 싸졌고, 고성능 오픈소스(설계도 공개) AI도 많아졌다”며 “오히려 지금이 자체 엔진(AI 모델)을 만들기에는 적기”라고 말했다. 뤼튼은 이를 기반으로 기업용 AI 사업도 적극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AI 미래는 ‘도구’ 아닌 ‘동반자’
뤼튼 이용자의 절반 이상은 10~20대이다. 이 대표는 “젊은 세대의 AI 활용법은 이미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며 “뤼튼 내 AI 이용 현황을 분석해보면 절반 이상은 생산성 도구가 아닌 동반자로 활용했다”고 말했다. 검색이나 코딩 같은 생산성 도구로 활용하는 경우보다 심리 상담과 놀이 상대방 등 정서적 대상으로 여긴 이용자가 더 많다는 뜻이다. 실제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가 지난 4월 발표한 최신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사람들의 생성형 AI 활용 사례 1위는 ‘심리 치료·동반자’였다. 작년만 해도 1위가 ‘아이디어 생성’이었던 점과 대비된다. 이 대표는 “이제는 AI와의 감정적 결합을 이끌어내는 측면이 더 중요해졌고, 우리 AI 역시 이용자에게 먼저 말을 거는 방식으로 설계하며 이용자 접점을 늘리고 있다”고 했다. 명령어 입력이 없더라도 AI가 먼저 사람에게 메시지 알림을 보내거나, 평소 입력한 관심사 분야 뉴스레터를 만들어 보여주는 등 능동적으로 이용자와 어울리는 AI 서비스를 구현한 것이다.
사람들의 변화된 AI 활용 방식은 새로운 수익 사업의 기회가 됐다. AI 사용 경험 확대를 위해 그간 AI 검색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해온 뤼튼은 작년 10월 말이 돼서야 수익 사업에 나섰다. 특정 성격과 고유의 기억을 가진 자신만의 AI 캐릭터를 만들고 이 캐릭터와 대화를 나누는 ‘캐릭터챗(현 서비스명 크랙)’을 처음 유료 서비스로 내놓은 것이다. 이 대표는 “연말에 캐릭터챗 서비스를 공개했지만, 작년에만 30억원의 연 매출을 냈다”며 “올해는 월평균 30억원의 매출을 낼 정도로 빠르게 사업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뤼튼의 올해 목표는 이용자 1000만명이다. 이 대표는 이를 위해 소상공인 등 AI와 거리가 먼 사람들을 위한 무료 AI 교육 사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는 “공무원이나 기업 직장인을 위한 AI 교육은 많지만, 지방이나 시장만 가도 AI 교육이 전무하다”며 “뤼튼의 핵심 목표는 ‘1인 1AI’ 시대를 여는 것인 만큼 하반기 내 초·중·고등학교 학생과 소상공인을 위한 AI 교육 자료와 상담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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