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생보사 편입 완료에도 주가 '지지부진'
가계대출 규제에도 KB·신한 등 타 은행주 상승세
우리금융만 상반기 실적 역성장…염가매수차익 제한적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자회사로 편입하며 종합금융그룹 포트폴리오를 완성한 우리금융지주가 KB금융·신한지주 등 다른 주요 은행주에 비해 주가 하락세를 보여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등 가계대출 가능 규모를 대폭 줄이기로 하면서 은행주 전반에 부담이 예상됐지만 다른 금융지주들은 오히려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우리금융의 올 상반기 실적이 전년 대비 1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두 생명보험사 인수에 따른 염가매수차익(이익) 규모가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우리금융의 주가는 정부가 올 하반기 전 금융권 가계대출 총량목표를 당초 계획의 50% 수준으로 감축키로 한 지난달 27일부터 전날까지 4거래일 간 0.4%(100원) 상승하는데 그쳤다. 이 기간 KB금융(2.62%·2900원), 신한금융(1.98%·1200원), 하나금융(1.9%·1600원) 등 다른 주요 지주사들은 모두 상승했다.
물론 올초부터 따지면 우리금융은 1만5290원(1월2일)에서 2만2600원(7월2일)으로 47.81% 우상향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이 마저도 하나금융(51.05%)이 더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데다, 절대적인 주가 수준 역시 2만2000원대로 타 지주사 대비 낮은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부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출 막아도 은행주 안꺾이는데…
이자 수익 의존도가 높은 은행업종은 대출 규제 강화의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가계대출 성장세가 둔화되며 하반기 순이익 감소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기업금융 확대 등으로 가계대출 감소분을 충분히 메울 수 있다는 증권가 판단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상법 개정안이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와 주주권 확대에 대한 기대를 높이며 대부분 은행주를 밀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규제 강화 조치는 강제로 은행권 가계대출 성장을 제한하는 만큼 주가 호재로 보기 어렵지만 은행주에는 딱히 부담스러운 요인이 아니다"고 했다. 안현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단기적으로는 기업금융 및 주주환원 확대를 통해 가계부채 대책이 실적이나 기업가치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상쇄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이번 대책이 지속가능한 성장이나 자산건전성을 담보한다는 측면에서 오히려 긍정적"이라고 했다.
호실적 전망도 주가 상승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의 올해 상반기 합산 순이익은 전년 동기(9조3526억원) 대비 6.6% 증가한 9조9703억원으로, 반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 기간 KB금융은 3조2818억원으로 18% 늘고 신한금융(2조9330억원)과 하나금융(2조2164억원)은 나란히 사상 최대 반기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은 나홀로 '뚝'
반면 우리금융은 전년 상반기에 견줘 14.1% 감소한 1조5391억원의 순이익이 예상된다. 부정적인 실적 전망이 주가 하락의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불어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 "다른 지주사들은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정책을 활발히 펼치고 있지만 우리금융은 자본비율 여력이 충분하지 않아 이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타 지주사들이 자본건전성 지표인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13%대로 맞춘 반면 우리금융은 올해 12.5%를 유지하고 2027년 13% 달성을 중장기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CET1 비율은 주주환원 여력의 잣대로도 여겨진다.
동양·ABL생명 인수를 통한 포트폴리오 완성 기대감은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됐고 오는 3분기 실적에 반영될 두 보험사 염가매수차익 규모 또한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염가매수차익은 기업을 인수할 때 대상 회사 자산 인수 가격이 시장가치보다 낮을 때 발생하는 이익이다. 전배승 LS증권 연구원은 "금리하락과 부채할인율 강화에 따른 생보업계 전반의 자본관리 부담으로 염가매수차익 규모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증권가 "그래도 오른다"
증권가는 그럼에도 우리금융에 긍정적인 시선을 유지하고 있다. 원화 강세와 적극적인 위험가중자산 관리에 힘입어 올 2분기 CET1 12.5%를 조기 달성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다. 증권·카드 부문의 실적 개선과 보험 계열사의 이익 기여가 더해지면서 하반기 실적도 나쁘지 않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염가매수차익 규모는 제한적일 수 있으나 생보사 인수가 경상 수익성 개선의 발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KB증권은 우리금융의 목표주가를 2만9000원으로 기존보다 38.1% 상향조정했다. LS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역시 30%, 25% 각각 올려 잡았다.
김희정 (kh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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