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공개 이후 최대 낙폭
정부 보조 건강보험 프로그램 의존도 높아
트럼프 감세안에 미국인 1700만명 건강보험 상실 전망
가입자 이탈·보험료 인상 악순환 우려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미국의 대표적인 건강보험사인 센틴의 주가가 폭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국정 과제를 담은 이른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 One Big Beautiful Bill)’이 미 상원을 통과하면서 최소 1700만명의 미국인이 건강 보험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다. 예상보다 낮은 가입자 증가율과 높은 질병 위험도를 이유로 올해 실적 가이던스를 전격 철회한 것도 매도세가 몰린 배경으로 꼽힌다.
미국 워싱턴DC의 의회 전경. (사진=로이터)
2(현지시간) 엠피닥터에 따르면 센틴은 전 거래일보다 40.37% 급락한 33.78달러에 장을 마쳤다. 이는 2001년 기업 공개 이후 최대 낙폭이다.
센틴은 ‘오바마케어’로 불리는 전국민건강보험법(ACA) 시장에서 최대 판매 보험사로 수익의 상당 부분을 정부 보조 건강보험 프로그램에 의존하고 있다.
이날 센틴은 올해 실적 가이던스를 전격 철회했다. 센틴은 전체 29개 마켓플레이스 주 중 22개주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가입률 부진과 높은 질병 위험도로 인해 2025년 조정 주당순이익(EPS)이 기존 예상 대비 약 2.75달러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시장 전체의 성장률이 기대에 못 미치고, 전체 시장의 질병 위험도가 회사가 기존 가이던스를 수립할 때 예상했던 수준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 센틴은 2025년 실적 가이던스로 조정 EPS 7.25달러 이상, 매출 1785억~1815억달러를 제시했으나 이번 발표로 기존 수치를 사실상 철회된 셈이다.
메디케이드 비용도 증가하고 있어 2분기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정신건강, 방문간호, 고가 의약품 분야에서 비용이 급증했으며, 뉴욕과 플로리다 등 특정 지역에서는 관련 서비스가 충분한 보장 없이 포함되면서 비용 부담이 더욱 커졌다고 전했다. 이에 2025년 2분기 메디케이드 건강보장비율(HBR)은 1분기 대비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센틴이 실적 전망을 철회한 배경에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커진 구조적 리스크가 한 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재임 기간 ACA 가입자는 2400만명으로 2021년 이후 두 배 증가하며 센틴 역시 고속성장을 해왔다. 지난 1년간 가입자만 560만명으로 무려 30%나 급증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정부가 부적격 가입자에 대한 강력한 단속에 나서면서 실적 전망에 경고등이 켜졌다. 건강한 가입자의 이탈이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더 많은 가입자의 이탈을 부르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어서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사회복지 예산 삭감이 뼈 아프다. 전날 미 상원에서 OBBB가 가까스로 통과한 데 이어 마지막 관문인 하원을 허들을 넘으면 대규모 사회복지 예산이 삭감된다. 메디케이드 예산의 경우 10년 간 1조달러 삭감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미 의회예산국은 메디케이드 삭감 등으로 10년 내 미국에서 약 1100만명이 건강보험을 상실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센틴은 전체 매출의 65~70%가 메디케이드 등 공공 부문에서 발생하고 있어 사회복지 예산 삭감안이 통과하면 매출에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JP모건은 센틴의 ACA 가입자 수가 내년에 36%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에 바이든 정부 시절 도입된 ACA 보조금과 세액 공제가 2026년에 종료될 예정이어서 시장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봤다.
앤드루 묵 바클레이즈 애널리스트는 “가입자가 더 많이 빠져나가고, 보험 위험 분산 구조가 더 불안정해질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이는 보험료가 계속 오르면서 사람들이 보험 시장에서 점점 더 빠져나가는 ‘보험 악순환’이 시작되고 있다는 초기 신호”라고 짚었다.
이날 센틴 외 다른 헬스케어 관련 종목들도 일제히 약세를 기록했다. 유나이티드헬스 그룹 주가가 5.7% 빠진 것을 비롯해 HCA헬스케어(-2.95%), 엘레반스헬스(-11.5%), 시그나(4.19%), CVC헬스(-4.28%)도 하락했다.
한편 센틴은 온느 25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양지윤 (galileo@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