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한달 첫 기자회견…"국민 하나로 통합하는 국정" 강조
122분간 즉답 '자신감' 넘쳐…"한미 관세 호혜적 결과 노력"
3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이재명 대통령 ‘취임 한달’ 기자회견 생중계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2025.7.3/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한재준 박기현 금준혁 홍유진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취임 한 달을 맞아 첫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례 없는 빠른 소통 행보를 통해 '이재명 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을 국민에게 공유하고, 국민통합의 국정을 펴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는 제목으로 열린 이 대통령의 취임 첫 기자회견은 내외신 기자 147명과 풀뿌리 언론 8명 등 총 155명이 참석한 가운데 122분간 진행됐다. 정치·외교·안보·사회·경제·문화 분야에서 15개의 질문이 나왔다.
기자회견은 '가깝게, 새롭게, 폭넓게'라는 콘셉트로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연단 없이 기자들과 1.5m 거리에 앉아 격의 없는 소통에 나섰다. '짜고 치는 고스톱'은 하지 않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질문자를 무작위로 추첨하고 즉문즉답하는 방식을 취했다.
3일 오전 광주 서구 유스퀘어 광주종합버스터미널에서 시민들이 이재명 대통령의 기자회견 생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2025.7.3/뉴스1 ⓒ News1 박지현 기자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의 첫 일성은 '국민'과 '통합'이었다. 모두발언에서 '국민'을 23차례 언급하면서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집단지성체인 국민의 지혜야말로 우리의 앞길을 밝혀줄 등불"이라며 "우리 정부의 확고한 원칙은 '오직 국민'이다. 국민 삶의 실질적 변화를 만드는 '증명의 정치',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키는 '신뢰의 정치'로 국민의 간절한 염원에 응답하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저는 야당 대표 또는 여당 대표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를 대표하는 대통령의 직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국민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통합의 국정을 해야 한다"며 편 가르기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시멘트, 자갈, 모래, 물을 섞어야 콘크리트가 된다. 시멘트만 잔뜩 모으면 시멘트 덩어리가 된다. 모래만 잔뜩 모으면 모래 덩어리가 된다"며 "차이는 불편한 것이지만 시너지의 원천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야당의 불만이 타당하고 합리적 근거가 있는 거라면 당연히 수용해 교정을 해야 한다. 앞으로도 그렇게 할 생각"이라며 "끊임없이 대화도 할 생각이다. 야당도 국회의원들도 국민의 선택을 받은 대표이기 때문에 충분히 존중 받아야 한다. 자주 만나 뵐 생각"이라고 약속했다. 영수회담 정례화에 대해 "기본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3일 서울 용산구 전자랜드 매장에서 상인이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라는 이재명 대통령 기자회견을 보고 있다. 2025.7.3/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이 대통령은 통합의 국정을 강조하면서 "국민의 권한을 위임 받은 권력기관에 대한 개혁도 속도감 있게, 확실하게 추진하겠다"고 했다. 특히 검찰개혁에 대해서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사법권력은 국가의 법질서를 유지하는 최후 보루인데, 법이 가진 사람의 목적에 의해 악용되면 우리 국민은 어디에 기대나. 사법개혁은 중요 과제"라며 검찰개혁과 관련해 "수사·기소 분리는 이견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여당을 중심으로 추진 중인 검찰개혁에 대해 "(추석 전) 제도 자체의 얼개를 만드는 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도 '투기로 인한 시장 교란'을 없애겠다며 개혁을 예고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부동산 정책에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수도권 집중이 심화하는 와중에 투기적 수요가 시장을 매우 교란하고 있다. 이러한 전체 흐름을 바꾸겠다. 부동산보다 금융시장으로 (투자 수요가) 옮겨가는 게 훨씬 더 낫지 않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대출 규제 정책과 관련해 "이번 대출 규제는 맛보기에 불과하다"며 "수요 억제책은 많이 남아있다"고 했다.
주택 공급 대책과 관련해서는 "신도시 신규 택지만이 아니고 기존 택지 재활용이나 기존 부지 활용 방법도 얼마든지 있다"며 "시장 원리를 존중하고 실수요자를 보호한다는 대원칙 아래 실효성 있는 대책으로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힘쓰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4기 신도시 신설에도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그는 "집이 부족하니까 그린벨트를 훼손해서라도 계속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또 지방에서 보면 목마르다고 소금물 계속 마시는 것 아니냐, 새로 자꾸 신도시 만들면 수도권 집중 불러오는 것 아니냐 (주장이 있다)"고 했다.
이어 "추가로 (신도시를) 새로 만들지는 지방 균형 발전이라는 우리 대한민국의 지속적 발전 전략이라는 측면에서 검토해 봐야 한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6.19/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이날 회견에서는 우리 경제의 최대 과제인 한미 관세협상 등 외교 분야 질문도 다수 나왔다. 이 대통령은 현 상황을 국민에게 소상하고 솔직하게 설명하며 유연한 자세로 현안을 풀어가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한미 관세 협상과 관련해 "(상호관세 유예 시한인) 8일까지 협상을 끝낼 수 있을지 확언하기 어렵다"며 "쌍방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호혜적인 결과를 만들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쌍방이 정확하게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하게 정리되지 못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노력하고 있다. 다방면에서 주제도 많이 발굴하고 있다"고 했다.
한일 관계와 관련해서는 "우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것도 많지만 과거사 문제나 독도를 둘러싼 문제도 많다"며 "이 두 가지를 뒤섞을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쟁 중에도 외교는 한다, 대화는 한다, 합력할 건 한다, 오른손으로 싸워도 왼손은 서로 잡는다, 이런 유연하고도 합리적인 생각을 가져야 한다"며 "김대중-오부치 선언 같은 명확한 관계설정을 해놓으면 좋겠다는 점에 얼마든지 동의한다"고 밝혔다.
그는 "빠른 시일 내에 일본에 갈 생각이었는데, (일본이) 선거 때문에 바빠졌다고 해서 날짜를 확정하지 못하는 상태"라며 "가까운 이웃 나라니까 필요할 때 수시로 오가면서 오해는 줄이고 대화를 통해 협력할 사안은 협력했으면 한다"고 셔틀외교 복원 의지도 확인했다.
그러면서 "한미회담이든 한일회담이든 한중 회담이든 기회 되면 많이 만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대북관계에 대해서는 "지금은 너무 적대화되고 불신이 심해서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대화를 전면 단절하는 것은 정말 바보짓이다. 미워도 얘기를 듣고 협의와 협상을 해야 서로의 손해를 줄일 수 있다"고 대화 재개를 시사했다.
이어 "남북관계도 진영 관계와 비슷하다. 절멸하는 게 목표가 아니라면 서로에게 득이 되는 길을 가자. 가능하면 존재를 인정하고 동질성을 조금씩 회복해 가자"라며 "우리가 1953년 전쟁 후 80년이 됐나요. 역사의 눈으로 보면 긴 시간도 아니다. 수백 년 후에도 다시 통일한다"고 점진적인 남북관계 개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hanant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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