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첫 공식 기자회견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은 3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인사와 관련해 “마음에 드는 또는 색깔이 같은 쪽만 쭉 쓰면 위험하다”고 말했다. 일부 인선을 둘러싼 논란에도 계파와 진영을 구분하지 않고 실용을 주요 기준으로 삼는 인사 원칙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시멘트, 자갈, 모래, 물을 섞어야 콘크리트가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시멘트만 잔뜩 모으면 시멘트 덩어리, 모래만 잔뜩 모으면 모래 덩어리가 될 뿐”이라며 “차이는 불편한 것이기도 하지만 시너지의 원천”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최근 인사를 둘러싼 여론을 의식하고 직접 설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취임 첫날인 지난달 4일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을 시작으로 17개 부처 장관 후보·내정자를 발표하고, 대통령실 참모 인선과 차관 인사를 단행했다. 이 중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유임 등을 두고 지지층 내에서도 우려가 제기됐다.
이 대통령은 “(인사에) 최선을 다했지만 국민들의 눈높이 또는 야당 또는 지지층 안의 기대치에 못 미치는 그런 측면도 있어보인다”면서도 “저는 대한민국 전체를 대표하는 대통령의 직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통합의 국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 성남시장과 경기지사 시절 공무원들과 함께 일했던 경험을 언급하며 ‘실용주의’ 인사관을 재차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와 색깔이 비슷한, 우리를 지지했던 쪽을 골라내면 남는 게 없더라”며 “있는 자원을 최대한 써야 된다”고 밝혔다.
직업공무원의 직무수행이 당시의 여권과 한 데 묶여 평가받는 데는 우려를 표명했다. 이 대통령은 “직업 공무원들은 해가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도록 법에 의무화돼있다”며 “그걸 해바라기라고 비난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공직사회를 조종대를 잡은 사람의 뜻에 따라 움직이는 ‘로보트 태권V’에 비유하며 “최종 책임자, 내용을 채우는 것은 대통령”이라도 했다.
주요 대선 공약이었던 검찰개혁 관련 인사에 대해서도 비슷한 기조를 밝혔다. 그는 “주요 인사가 과거에 누구하고 가까웠느냐, (그런) 인연 있는 사람을 다 골라내면 남는 게 거의 없을 것 같다”며 “대통령실 안에도, 또 정부 안에도 검찰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 맡는 게 유용성이 있겠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봉욱 대통령실 민정수석, 이진수 법무부 차관 등 최근에 중용된 검찰 출신 인사들의 검찰개혁 입장을 두고 일각에서 나오는 우려를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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