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위원 "심의 촉진 구간 제시 없다"…결정 시점 내주로 넘어갈 듯
노 "최소 생계비 수준으로 올려야" vs 사 "소상공인 지불 능력 없어"
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9차 전원회의에 참석한 노사 위원들이 양측의 주장이 담긴 손팻말을 책상에 게시하고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2025.7.3/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둘러싸고 노동계와 경영계가 줄다리기를 이어가면서 간극을 '870원'까지 좁혔지만, 결국 합의에는 이르지 못하고 8일 추가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특히 공익위원들이 이날 "심의 촉진 구간을 제시하는 등의 적극적 개입을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불개입을 언급하고 양측의 자율적 합의를 압박하면서 노사는 수정안 제시를 통해 접점을 찾아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최저임금 결정 시점도 내주로 넘어가게 됐다.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제9차 전원회의에서 노사는 6차 수정안을 각각 제출하며 조율을 시도했지만 최종 합의에 실패했다. 당초 예상됐던 공익위원의 중재도 이뤄지지 않으면서 결정 시점은 다음 회의로 넘어가게 됐다.
이날 6차 수정안으로 노동계는 1만 1020원(올해보다 9.9% 인상)을, 경영계는 1만 150원(1.2% 인상)을 제시하면서 격차는 870원으로 좁혀졌다.
이에 따라 지난달 21일 노사 최초 제시안은 노동계 1만 1500원, 경영계 1만 30원으로 격차가 1470원에 달했으나 이날까지 격차는 870원으로 줄어들었다.
이날 회의는 오후 3시부터 지난 회의에서 나왔던 4차 최저임금 수정안인 노동계 1만 1260원, 경영계 1만 110원 구도에서 시작됐다.
오후 5시쯤 노동계는 시급 1만 1140원을, 경영계는 1만 130원을 5차 수정안으로 제시했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인 1만 30원 대비 각각 11.1%, 1.0%씩 인상하는 안이다.
최임위는 회의를 정회했다 오후 7시 30분 속개한 후 6차 수정안을 제출한 뒤 산회했다.
현재까지 노동계는 최초 요구안 제시 때부터 6차 수정안까지 시간당 1만 1500원(올해 대비 14.7%↑)→ 1만 1500원(14.7%↑) 요구 유지→ 1만 1460원(14.3%↑)→ 1만 1360원(13.3%↑)→ 1만 1260원(12.3%↑)→ 1만 1140원(11.1%↑)→ 1만 1020원(9.9%↑) 순으로 인상폭을 낮췄다.
경영계는 1만 30원(동결)→ 1만 60원(0.3%↑)→ 1만 70원 (0.4%↑)→ 1만 90원 (0.6%↑)→ 1만 110원(0.8%↑)→ 1만 130원(1.0%↑)→ 1만 150원(1.2%↑)으로 조정했다.
이에 따라 노사 간 제시안 차이도 1470원→ 1440원→ 1390원→ 1270원→ 1150원→ 1010원→ 870원으로 줄어들었다.
최저임금 협의는 노사가 각각 요구안을 제시하며 격차를 줄여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양측의 합의가 이뤄지지 못할 경우 공익위원들이'심의 촉진 구간'을 제시하고, 이후에도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표결을 통해 최저임금을 확정한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서 공익위원들이 최저임금 결정에 '불개입'을 선언하며 노사 간 자율적 합의를 압박했다. 이로써 최저임금 결정 주도권은 다시 노사에게로 돌아왔다.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모두발언에서 "공익위원은 노사의 주장이 합의를 위한 수준의 수준까지 좁혀지도록 노력하고, 회의에서 심의 촉진 구간을 제시하는 등의 적극적 개입을 하지 않을 예정"이라면서 "노사 모두 주장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9차 전원회의에 참석한 노사 위원들이 양측의 주장이 담긴 손팻말을 게시하고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2025.7.3/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하지만 공익위원들의 불개입 기조 속에서도 노사 간 간극은 여전히 크다. 노동계는 실질임금 하락과 생계비 보장을 주장하며 인상을 요구했고, 경영계는 지불능력 한계를 이유로 최소 인상안을 고수했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1150원 격차로 이전 회의 수정안보다 조금씩 격차를 줄여나가고 있지만, 아직 큰 간극이 있음에 유감"이라며 "고물가 국가인 한국에서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계비용은 이미 그 한계를 벗어난 지 오래"라고 지적했다.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2024년 비혼 단신 가구의 실제 생계비가 264만 원이다. 그러나 최저임금 노동자들은 실수령액은 200만 원도 채 되지 않는다"며 "혼자 살아도 빠듯한데 가족 생계도 책임져야 되고, 가족 중에 아픈 사람이라도 있으면 죽지 못해 산다는 말이 현실이 된다. 최저임금은 최소한 생계비 수준만큼은 올라가야 하지 않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사용자위원들은 현실 경제 여건과 사업주들의 지불능력을 강조하며 신중한 결정을 당부했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은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를 제외하고는 가장 낮은 0.8%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며 "폐업 사업자가 100만명을 넘어서는 등 지표들이 이들의 지불능력이 이미 한계에 도달했음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고용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고율의 최저임금 인상 요구는 매출 감소, 수익 감소로 벼랑 끝에 몰려 있는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에게 앞뒤가 맞지 않는 요구"라며 "최저임금을 대폭 올려놓고 못 주면 형사처벌을 받으라고 하는 것은 결국 사업을 접으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freshness41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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