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과컴퓨터 사옥 [사진, 한컴]
[헤럴드경제= 박영훈 기자] “국민 소프트웨어 기업이 어쩌다”
‘국민’이란 수식어가 붙은 유일한 소프트웨어. 1990년대 이찬진 전 대표가 세운 한글과컴퓨터(한컴)다.
한컴은 ‘국민기업’, 아래아한글은 ‘국민 워드프로세서’로 불렸을 정도로 대한민국 직장인이라면 대부분 아는 기업이다. 8.15 마케팅 등 ‘애국 마케팅’은 열렬한 지지를 받았고, 회사 지분을 사들이는 ‘국민 지분 운동’도 벌어졌다.
1990년대 PC 시장을 독점했던 한컴의 분위기는 예전과 크게 다르다. 한때 우리나라의 ‘스타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꼽혔지만 이름값을 못하고 있다.
국민 기업으로 불리던 시절 한컴의 주가는 한때 30만원까지 갔다. 현재 3만원대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그래도 올랐다. 3일 기준 한컴 주가는 3만 50원이다. 증시가 호전되면서 네이버, 카카오 등 IT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오른 걸 감안하며, 아직 크게 못미친다. 거래량도 적고,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도 싸늘히 식었다.
창사 이래 첫 파업을 예고한 한글과컴퓨터 노동조합 [사진, 한컴 노동조합]
한글과컴퓨터 노동조합은 파업까지 예고했다. 회사 설립 이래 처음으로 노조 파업으로 이어질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노조는 회사의 불통 경영에 대한 반발과 임금 인상 요구를 파업 이유로 밝혔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한컴 ‘아래아한글’은 국내 워드프로세서 시장 90% 이상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독점적 지위를 자랑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점유율이 추락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시대 한컴오피스 한글 이용자가 해외 기업·기관과 교류를 하려면 일일이 문서와 뷰어 파일을 함께 보내줘야 하는 만큼 불편함이 컸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한컴의 국내 점유율을 30%로 추산한다. 현재도 정부와 공공기관에서 생산하는 문서는 대부분 HWP 확장자 파일로 유통된다. 하지만 글로벌 점유율로 따지면 1%도 되지 않는다. 그나마 현재 유지하고 있는 시장점유율도 주요 관공서의 ‘HWP 우선 정책’의 덕을 크게 보고 있다는 시각이 있다.
‘한컴AI’ 광고 캠페인 [사진 한글과컴퓨터]
여러 차례 오너가 바뀌면서 기업의 높은 이미지도 희석됐다. 2021년 김상철 한컴그룹 회장의 장녀인 김연수 대표이사 취임 후 기존 오피스 소프트웨어 중심 사업 구조서 AI·클라우드 기반으로 전환을 선언했다.
회사측은 “올해 인공지능(AI) 사업이 본격적으로 성과를 창출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NH투자증권은 한글과컴퓨터에 대해 인공지능(AI) 사업 성과와 주주환원정책 확대 노력이 더해지면 기업가치 재평가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는 제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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