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카뱅크관리자
최근 행보를 두고 정치권 반응이 극과 극으로 엇갈리는 이가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이다.
장 의원은 15일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 지킴이를 자처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를 초청해 토론회를 열었다. 장 의원이 “누구보다 국민의힘이 어디로 가야하는 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몸소 행동으로 옮기는 분”이라고 치켜세우자, 전씨는 “‘언제까지 사과만 할 거냐’는 장 의원의 글로 인해 장동혁 신드롬이 일고 있다”고 화답했다. 전씨는 이날 토론에서 “언제까지 부정선거 문제만 나오면 회피할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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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헌법재판소장(김상환) 임명동의에 관한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야당 간사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장 의원은 11일 “대선에서 41%를 얻은 우리 지지율이 19%로 떨어진 이유를 찾아야 제대로 혁신한다”고 했고, 16일엔 “선거 땐 (탄핵 반대층에게) 도와달라 사정하더니 이제는 소금 뿌리고 문 걸어 잠근다”고 인적 쇄신을 주장하는 이들을 겨냥했다.
전씨를 비롯한 강성 우파 진영에선 이런 장 의원이 “시원하다”는 반응이다. 그가 최근 당 대표 출마 의지를 내비치자 친윤 성향의 서정욱 변호사는 “당 주류는 장 의원을 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장 의원을 윤희숙 혁신위원장은 지난 16일 거취 결단이 필요한 4인(나경원·윤상현·장동혁 의원,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중 하나로 콕 찝었다. 윤 위원장과 가까운 인사는 “전한길 초청 토론회 단 건의 문제는 아니었다”며 “아스팔트 우파와의 절연 필요성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계엄 사태 이전만 해도 장 의원은 한동훈 전 대표의 측근으로 친윤계와 대척점에 섰다. 판사 출신으로 2022년 충남 보령·서천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21대 국회에 입성한 그는, 2023년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사무총장에 임명한 덕에 정치적 체급을 올렸다. 통상 3선급이 맡는 사무총장에 초선인 장 의원을 발탁한 건 파격이었다. 이듬해 윤·한 갈등 속에 친윤계에서 한동훈 사퇴론이 일자 장 의원은 “바람직하지 못한 여론 형성”이라고 한 전 대표를 엄호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4일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에 참석한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 한 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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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11일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당대표실에서 장동혁 의원이 나가는 사이 미소를 짓고 있다. 연합뉴스
그랬던 장 의원은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을 거치며 달라졌다. 장 의원은 탄핵 찬성파인 한 전 대표와 격하게 충돌하며 탄핵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12월 14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엔, 친한계 중 가장 먼저 최고위원직을 사퇴해 한동훈 지도부 붕괴의 도화선이 됐다.
그는 윤 전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뒤에 ‘친윤계’ 로 분류되기 시작한 유일한 의원이다. 장 의원은 1월 6일 대통령 관저 앞 집회에 참석했고, 개신교 단체 ‘세이브코리아’가 주도한 탄핵 반대 집회에도 자주 등장하며 ‘아스팔트 우파’ 와 결합했다. 3월 22일 강원도청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는 “계엄은 반국가세력에 맞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라는 시대적 명령”이라며 계엄마저 옹호했다. 대선에선 김문수 캠프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아 한동훈 후보와 대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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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2일 강원도청 앞에서 개신교 단체 '세이브코리아' 주최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갑작스런 변화일까 숨겨뒀던 속내의 표출일까. 복수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장 의원은 주변에 “애초에 나는 한 전 대표와 생각이 달랐다”는 말을 자주했다. 또 “달라진 건 내가 아니다. 아무리 계엄이 지나친 면이 있어도, 윤 전 대통령을 탄핵하려고 한 그들(탄핵 찬성파)이 변한 것”이라는 말도 여러번 했다고 한다.
반면 장 의원을 부정적 시선으로 보는 이들은 “장 의원이 탄핵 사태 이후 친윤계, 즉 주류에 편입된 뒤 돌변했다”고 비판한다. 야권 관계자는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고, 그들 사이에서 당권 주자로까지 부상하자 장 의원이 아예 정치 경로를 틀어버린 것 같다”고 꼬집었다. 한 중진 의원은 “상황에 따라 이리저리 바뀌는 태세 전환의 달인”이라며 “정치적 신념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수도권 의원은 “과거 윤상현 의원의 행보를 장 의원이 답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장 의원은 17일 통화에서 전한길씨 초청 토론회를 연 것에 대해 “그분들도 대한민국 국민이고 지지자”라며 “생각이 같은 사람만 부르면 토론회를 뭐하러 여나”라고 반문했다.
장서윤 기자 jang.seo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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