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폭우 교차하는 여름 극한 기후 뉴노멀돼
초여름부터 강력했던 북태평양고기압 영향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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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7월 초부터 찾아온 이른 더위, 중부·남부 지방을 강타한 비 폭탄, 다시 돌아온 폭염과 열대야. 올해 여름 날씨가 예년과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제는 기후변화로 폭염과 폭우가 교차하는 극한 기후가 우리나라 여름의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역대급 늦은 태풍·짧은 장마…올해 여름, 시작부터 이상했다
올해 여름은 시작부터 이상했다. 올해 1호 태풍인 ‘우딥’은 지난 6월 11일 베트남 다낭 동쪽 580㎞ 해상에서 발생했다. 보통 첫 태풍은 늦어도 5월 말에 발생하는데 이번처럼 6월 중순까지 지연된 것은 이례적이다. 그렇게 우딥은 1951년 이후 역대 5번째 ‘늦은 태풍’으로 기록됐다. 과거 늦은 태풍이 발생한 해에 우리나라는 지역별 강수 패턴이 극단적으로 나타난 바 있어 올해 여름에도 이러한 경향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장마도 이례적으로 일찍 시작해 일찍 끝났다. 북태평양고기압이 빠르게 확장하면서다. 제주와 경북지역은 지난 6월 중순께 장마가 시작돼 각각 15일, 12일만에 종료됐다. 제주도의 경우 6월에 장마가 끝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남부지방 역시 1973년(6월 30일) 이후 역대 2번째로 이른 시점에 장마가 끝났다. 강수량도 적었다. 장마기간 제주에 내린 비의 양은 117.8㎜로 역대 4번째 적었으며 남부지방은 98㎜에 그쳤다.
짧은 장마 뒤엔 기록적인 폭염이 찾아왔다.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이 이르게 세력을 확대하며 우리나라 대기의 상·하층을 덮은 탓이다. 나아가 태백산맥을 넘으며 뜨거워진 동풍이 서쪽 지역에 열풍을 불어넣었다. 이 때문에 지난 8일 경기 광명·파주를 비롯한 수도권 곳곳에는 40도 넘는 극한 폭염이 찾아왔고 서울의 낮 최고기온(37.8도)은 1907년 기상 관측 이래 7월 초순 최고치를 찍었다.
“장마 끝난 줄 알았는데”…기습 비구름대에 전국 ‘비 폭탄’
지난 20일 오후 경남 산청군 산청읍 부리 내부마을이 전날 내린 폭우와 산사태로 파괴돼 원래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다. [연합]
그러다 지난 16일부터 전국 곳곳에 ‘비 폭탄’이 쏟아졌다. 북태평양고기압의 세력이 매우 강한 상태에서 북쪽에서 내려온 찬 공기가 세게 부딪힌 것이다. 기상청 이창재 예보분석관은 “북쪽에서 남하한 차고 건조한 공기와 남쪽에서 유입된 고온 다습한 공기가 오랜 시간 팽팽하게 맞서며 이례적으로 많은 비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체전선(장마전선)에 의해 남서~북동으로 길게 늘어선 ‘띠’ 형태의 비구름대가 만들어지면서 이 띠 구름대가 걸치는 서산과 광주, 산청 지역에 강한 비가 내렸다. 지난 17일 충남 서산(413.4㎜)과 광주광역시(426.4㎜)는 일 강수량 극값을 갈아치웠으며 경남 산청은 닷새(16~20일) 동안 총 누적 강수량 793.5㎜를 기록했다. 충남 당진, 아산, 예산, 홍성 등에서도 ‘200년에 한 번 내리는’ 수준의 비가 내렸다. 기상청 관계자는 “만약 전선이 다른 곳에 머물렀다면 비 피해 지역은 바뀔 수 있었다”며 “경남 산청의 경우에는 비구름대가 지리산과 충돌하며 비를 쏟는 지형적 영향도 컸다”고 말했다.
경기도 가평은 기습적인 비구름대의 직격탄을 맞았다. 절리 저기압이 우리나라를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떨어져 나온 공기 덩어리가 수도권 상공으로 들어오며 새로운 비구름대를 만들었는데 그 전선 아래 가평이 놓였던 것이다.
또다시 후끈후끈해진 한반도…본격 여름 무더위 서막
이제는 또다시 무더위가 계속된다. 한반도를 덮은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로 수증기를 머금은 고온의 남서풍이 계속 불어 들면서 고온다습한 날씨가 이어질 전망이다. 21일부터 서쪽 지역을 중심으로 기온과 습도가 높아졌고 남서풍이 내륙을 지나 태백산맥을 넘는 과정에서 영동지방에 폭염과 열대야를 불러왔다.
서쪽 티베트고기압의 확장 여부도 중요하다. 만약 티베트고기압이 확장해 우리나라를 덮게 되면 우리나라는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이라는 ‘이중 이불’에 갇히게 된다. 최고기온 40도를 넘나드는 극심한 폭염과 열대야 장기화 등 그야말로 찜통 더위에 시달릴 수 있다.
장마는 끝났어도 국지적인 게릴라성 소나기는 곳곳에서 내릴 수 있다. 우진규 통보관은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에서 수증기가 계속 유입되면서 국지적으로 강한 소나기가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24일까지 전국 곳곳에 소나기가 내릴 수 있다고 예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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