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슈퍼배드 애니 캐릭터 선호"
미국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슈퍼배드' 시리즈에 등장하는 미니언즈. 유니버셜픽처스 제공
미국의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에 위장 취업해 있는 북한의 사이버 요원 중 다수가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슈퍼배드’ 시리즈에 나오는 미니언즈·그루 등 캐릭터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프로필 사진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다만 특별한 의도나 목적이 있다기보다는 그저 해당 요원들이 슈퍼배드 시리즈의 팬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는 게 매체의 분석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북한 사이버 요원들을 추적하는 미 조사관들을 인용해 “슈퍼배드에 등장하는 캐릭터로 SNS 프로필을 설정하는 게 북한 요원들의 특징”이라고 보도했다. WSJ는 “슈퍼배드 시리즈에 대한 북한인들의 애정은 그들을 조사하는 보안 연구자들 사이에서 다소 당황스럽지만,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농담거리”라고 설명했다.
슈퍼배드는 일루미네이션 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한 애니메이션 시리즈다. 슈퍼 악당 그루(Gru)의 모험기를 담았으며, 그루의 부하들인 노란 미니언즈 삼총사가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미니언즈는 '세계 최고의 악당'만을 상관으로 인정한다는 설정을 갖고 있다.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슈퍼배드'에 등장하는 캐릭터 미니언즈(왼쪽)와 그루(오른쪽). 유니버셜픽처스 제공
WSJ에 따르면 미국 IT 기업 내 북한 출신 위장 취업자들을 추적하던 조사관들은 북한 요원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계정명에 ‘Gru(그루)’란 단어를 사용한 것을 두고 러시아군 총정찰국(GRU)을 뜻하는 것으로 의심했다. 하지만 해당 요원은 위장 취업 인터뷰 과정에서 “슈퍼배드 시리즈를 좋아한다”고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요원은 한 달 만에 역량 부족으로 해고됐으나, 2년 뒤 가상화폐 프로젝트에 참여해 6,200만 달러(약 856억 원)를 탈취했다.
가상화폐 업체 메타마스크에서 일해온 조사관 테일러 모나한은 개발자 공유 플랫폼 ‘깃허브’의 계정명이나 텔레그램 계정 프로필에 미니언즈가 자주 등장하는 데 주목했다. “북한 출신 위장 취업자 중 상당수가 슈퍼배드 시리즈에 나오는 캐릭터를 좋아한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는 게 모나한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조사관들은 북한 요원 추적 과정에서 슈퍼배드 캐릭터의 이름 또는 이미지가 등장하면 ‘제대로 찾았다’는 신호로 여기게 됐다고 한다. 실제로 몇몇 북한 요원은 위장 취업 회사에서 ‘케빈’이라는 가명을 즐겨 사용했는데, 케빈은 미니언즈 한 명의 이름이다.
북한 해커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북한 사이버 요원들은 글로벌 IT 기업에 위장 취업한 뒤, 조직적으로 외화 벌이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법무부는 이 같은 활동을 한 북한인 4명을 기소했다. 최근 수년간 북한 노동자 수천 명이 타국민인 척 위장해 IT 기업 기술 직종에 취업했다는 미 정부 조사결과도 있다. 구글의 ‘위협정보그룹’은 올해 4월 북한 출신 IT 근로자들이 원격 프리랜서로 가장, 유럽 기업에 침투하려는 움직임을 점점 더 활발히 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북한 사이버 요원들은 허위 개인식별정보를 이용해 취업한 기업에서 관리하는 가상화폐 자산을 빼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북한은 이처럼 IT 인력 위장 취업을 통해 대량살상무기(WMD) 개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는 게 한미 정보 당국 판단이다.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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