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사옥에서 열린 준감위 정기회의 참석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김호빈 기자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 위원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 필요성을 재차 밝혔다. 또 삼성전자가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공격적 경영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23일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사옥에서 열린 준감위 정기회의 참석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책임 경영이라는 측면에서 등기이사로 복귀하는 부분에 많은 위원이 공감하고 있다"며 "개인적으로 등기이사의 조속한 복귀가 필요하다고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제는 (이 회장이) 재판의 굴레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것을 넘어서 '죽기를 각오하는 공격적 경영'을 해야 한다"며 "그래야 현재 어려움에 처한 한국 경제와 삼성에 의존하는 우리 국민 경제가 발전할 수 있다"고 했다.
이날 준감위 정기회의는 이 회장이 지난 17일 회계부정·부당합병 의혹 사건에서 대법원의 무죄 확정판결을 받은 후 열린 첫 회동이다. 이 위원장 발언은 이 회장이 사법 리스크를 완전히 털어낸 만큼 등기이사로 복귀해 공격적 경영을 해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2019년 10월 등기이사 임기가 만료된 이후 5년 9개월째 미등기 임원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4대 그룹 총수 중 미등기 임원은 이 회장이 유일하다. 준감위는 조만간 이 회장과 간담회 등을 통해 의견을 공식적으로 전달할 계획이다.
다만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를 위해선 정기총회나 임시총회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 탓에 이 위원장은 이 사안을 당장 권고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등기이사 복귀는 상법상 주주총회를 거쳐야 하므로 시기와 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회사에서 경영 판단의 측면에서 진행해야 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삼성그룹 컨트롤타워 재건에 대한 발언도 나왔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2017년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리며 미래전략실을 해체한 이후 삼성이 주요 산업 현안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컨트롤타워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 위원장도 그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컨트롤타워 재건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개인적으로는 삼성이라는 큰 기업이 국민 경제에 차지하는 위치와 국제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위원회 내부에서도 통일된 의견을 내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사안"이라고 했다. 결국 회사 내부 판단이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그는 "500만명이 훨씬 넘는 국민들이 삼성전자의 주주이고, 삼성그룹 전체와 국민이 연결돼 있다"며 "삼성이 하나의 기업이 아니라 국민경제를 책임지는 기업으로서 기업가적인 책임감을 강조하고 싶다"고 전했다.
김호빈 기자 hob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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