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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일해온 한 미국인 기업인은 샌프란시스코로 출장을 떠나기 위해 상하이 푸동공항으로 향했다. 하지만 출입국 관리 직원이 그를 막아섰고, 끝내 그는 비행기를 타지 못했다.
유럽 회사의 상하이 법인 관리자였던 이 기업인은 2016년 본사가 상하이 사업부로 송금을 중단해 직원들 월급을 지급할 수 없게 되자 회사의 많은 직원들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출국 금지 조치가 그 때 내려졌다. 그가 중국을 떠나지 못한 이유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1일 이처럼 채무를 모두 상환하지 못해 출국금지 조치를 받은 외국인 37명의 사례를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변호사들이나 학계에선 실제 사례의 수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런 일이 발생하는 이유는 중국 관련법에 따라 민사 소송 원고가 피고에 대해 출금을 요청할 수 있고, 중국 당국이 이를 대부분 수용해 곧바로 분쟁 대상 기업의 법정대리인, 고위관리인 등의 인적 사항을 중국 내 모든 공항과 기차역에서 확인할 수 있는 국가 데이터베이스에 추가하기 때문이다.
미국 여권 소지자인 후샤오베이는 남편과 친구에게 45만 달러(약 6억 원) 이상을 빌린 뒤 갚지 못해 출국금지 조치를 받았다.
심지어 중국 당국이 실수로 대상자를 변경하지 않아 엉뚱하게 출금 조치되는 사례도 있다.
실제 50대 후반 미국 시민권자인 우준이라는 이름의 사업가는 2017년 중국에서 출국 절차를 밟다가 5년 전 법정대리인으로 재직했던 기업으로 인해 출금 조치된 사실을 확인했다.
해당 기업이 2016년 3월 중국 현지 법원으로부터 급여 명목 등으로 8150달러(약 1100만 원)를 지불하라는 판결을 받은 것이 출금 조치의 사유였으나, 2012년 퇴사했던 그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그러나 그는 중국 당국으로부터 분쟁이 해결될 때까지 출국할 수 없다는 답변만 들어야 했다.
WSJ는 중국의 이 같은 쉬운 출금 조치가 비즈니스 활동의 어려움을 증대시킨다고 지적했다.
중국 관련 투자 자문 로펌인 해리스 브릭큰의 파트너 댄 해리스는 중국에서 출금 조치는 채무 금액과 관계 없이 쉽게 내려질 수 있다면서 "출금 조치가 취해지면 기업 부채가 빠른 속도로 개인 부채로 변질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현지 여건이 외국 기업인에게 손쉬운 출금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해 외국 기업인이 부채 상환보다는 부채의 늪에 빠지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해법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중 미국 대사관도 2017년 중국 외교부에 서한을 보내 중국에서 미국인들이 출금 대상이 되는 수많은 사례에 대해 우려를 표시한 바 있다.
중국 외교부는 자국 사법 기관이 "법에 따라 민사 소송이 진행 중이거나 범죄 혐의가 있는 외국인의 출국을 제한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WSJ는 전했다.
박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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