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핑 취소 배경은 "일신상의 사유"
신고자 분리 여부 묻자 "말씀드리기 곤란"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가 1일 예정된 특파원 대상 정례브리핑을 취소한 데 이어, 내부 주례 전체회의도 미루는 등 두문불출하고 있다. 직원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했다는 이유로 갑질 신고를 당해 외교부 조사를 받게 된 정 대사는 브리핑 취소 배경에 대해 '일신상의 사유'라고만 밝힌 상태다.
1일 주중 대사관 관계자는 정 대사의 베이징 특파원 대상 정례브리핑 취소 사유나 갑질 의혹과 관련된 정황을 묻자 "기존 설명 외에 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관계자들은 "이미 외교부 본부에서 그 사안에 대한 입장을 상세하게 밝혔고, 추가로 설명드릴 것이 없다"고 전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날 대사가 당초 예정대로 일정을 소화하지 않은 것은 베이징 주중 대사관에 근무하는 한 주재관이 이달 초 정 대사를 갑질 행위로 외교부에 신고했다는 사실이 지난 28일 언론을 통해 보도된 이후 발생한 일이다. 정 대사는 자신의 업무실에서 대화하거나 여러 명과 회의를 하는 공개적인 자리 등에서 모욕적인 언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내용을 외교부에 신고한 주재관은 정 대사의 발언 내용을 녹음해 제출했다.
매주 첫 번째 월요일 특파원들을 대상으로 한중 현안에 관해 설명하기 위해 마련된 대사급 정례 브리핑은 개최를 사흘 앞두고 일방 통보에 의해 취소됐다. 대사관 측은 지난달 29일 "월례 브리핑은 대사의 일신상의 사유로 공사참사관 브리핑으로 대체된다"고만 특파원단에 알렸다. 정 대사는 베이징 특파원단과 엠바고 파기 문제로 갈등을 빚었던 지난 2022년 11월 첫 주에도 특별한 사유 없이 대사 브리핑을 취소하고, 이를 공참급으로 전환시킨 바 있다.
대사는 이날 정례 브리핑뿐 아니라 매주 월요일 전체 주재원들을 대상으로 대사관 내에서 진행하는 주례 전체회의도 진행하지 않았다. 대사관 관계자는 "해당 회의는 내일 진행되며, 대사의 일정이나 여타 사유가 있을 경우 상황에 따라 연기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특파원 대상 정례브리핑도 이와 마찬가지로 하루 순연해 진행할 수는 없느냐는 요청에는 "사안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대사관 측은 이날 정 대사가 출근했는지 여부 역시 답하지 않았다.
이어 갑질 신고 주재관이 현재 베이징 주중대사관에 근무 중인지, 신고자가 대사와 업무상 분리된 상태인지에 대해 확인을 요청하자 "지침에 따르면 분리를 하게 돼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분리 방법이나 내용에 대해선 "말하기 곤란하다"고만 전했다. 그러면서 "외교부 자체 매뉴얼이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다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부연했다.
한편, 정 대사는 이번 논란과 관련해 주중대사관을 통해 "(갑질 의혹은) 일방의 주장만을 기초로 한 것"이라며 현 단계에서는 언급을 삼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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