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4·10 총선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4일부터 새로운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되는 6일간의 ‘깜깜이 기간’이 시작된다. 선거 직전 쏟아져 나오는 여론조사 결과가 유권자의 결정에 영향을 끼친다는 이유지만 정치권에선 “알 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해 국회에 공표 금지기간 폐지의견을 내고 21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도 발의됐지만 제대로 논의되지 않고 흐지부지됐다. 전문가는 “인지도가 높은 현역 의원이 막판 후발주자의 부각을 막기 위해 논의에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2일 선관위에 따르면 오는 4일부터 본투표일인 10일까지 일명 ‘블랙아웃’ 등으로 불리는 여론조사 공표 금지기간에 돌입한다. 현행 선거법에 따르면 선거일 6일 전부터 투표마감시각까지 정당 지지도나 당선인을 예상하게 하는 여론조사를 보도할 수 없다. 3일까지 이뤄진 여론조사를 4일 이후 보도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4일부터 진행한 여론조사를 공표할 수는 없다.
정치권에서도 여론조사 공표 금지기간 폐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지난해 1월 선관위는 국회에 “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여론조사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공표·보도 금지 기간을 규정하기보다 이를 폐지해 유권자의 판단과 선택을 돕는 참고 자료로 유용성을 인정하려는 것”이라며 공표 금지기간 폐지 의견을 냈지만 이후 논의되지 않았다. 지난해 2월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의원이 공표 금지기간 폐지를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당시 박 의원은 “여론조사 공표를 금지하는 것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있고 금지기간 동안 오히려 유권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고 발의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소관 상임위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위원회에서 한 번도 논의되지 않았다.
현역 의원들이 ‘현역 프리미엄’을 유지하기 위해 논의에 소극적이란 지적도 있다. 김영원 숙명여대 통계학과 교수는 “깜깜이 기간에 정보가 차단되면 인지도가 높은 현역의원이 앞서는 여론조사만 공표되고 후발주자가 따라붙는 조사는 알 수 없게 된다”며 “정치 신인에게 투표하려는 사람들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부작용이 생길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 달리 다른 국가들은 공표 금지기간이 없거나 상대적으로 짧다. 미국, 영국, 독일, 일본, 스웨덴, 네덜란드 등은 공표 금지기간이 없다. 프랑스는 2일, 노르웨이와 캐나다는 1일을 금지기간으로 한다.
다만 공표 금지기간을 폐지할 경우 사전투표 참여자에 대한 출구조사 결과가 공표되면 선거의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선관위 관계자는 “공표 금지기간 폐지 의견을 낼 때도 사전투표 출구조사는 본 투표 마감 이후에 공개되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했다”고 말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론조사 공표를 금지했을 때와 허용했을 때의 실익을 비교하기 위해 공론화에 붙여 문제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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