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 광고에 소비자 피해 급증
온라인 판매 금지 제품 판매도
룰렛이벤트 화면 강제 참여 등
규제 법망 벗어나 소비자 기만
사진은 휴대용 카메라로 보이는 제품을 379원에 판매하고 있는 모습(위쪽). 하지만 해당 페이지를 클릭하면 해당 제품의 화면 보호필름이라는 문구가 등장한다(아래쪽). 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인터넷 브라우저에서 테무 광고를 클릭하면 연결되는 이벤트 페이지. 테무 홈페이지 갈무리.
중국 판둬둬 산하 이커머스 플랫폼 '테무'의 소위 '낚시 광고'에 따른 소비자 피해가 늘고 있다.
예를 들어 터무니없는 가격에 카메라를 판매하는 듯한 이미지를 누르고 들어가보면 카메라 보호용 필름 판매 정보가 나오는 식이다.
최근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이 국내 온라인 쇼핑 가입자 수 2위(알리익스프레스)와 4위(테무)에 오르는 등 '초저가'를 앞세워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가는 가운데 관련 소비자 피해도 급증할 것으로 우려된다. 테무는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허위광고나 과장광고, 바이럴 마케팅, 악성코드 등 논란이 잇따라 도마위에 올랐지만, 규제 법망에서 벗어나 있어서인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테무의 '낚시 광고' 피해를 공유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유튜브나 인터넷 브라우저 등 다른 플랫폼에 특정 상품의 광고를 상품명 없이 노출해, 소비자가 이를 클릭해 들어가면 해당 상품과 관련된 다른 상품이 노출되는 방식이다. 실제로 금전적인 피해는 발생하지 않지만 소비자들은 "속았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한 소비자는 유튜브 시청 중 광고에 노출된 테무의 광고에서 '일체형 핸드헬드 카메라'의 사진을 보고 해당 광고를 클릭했다. 광고에 노출된 해당 제품의 가격은 379원으로, 카메라 사진 외에 다른 문구는 표시되지 않았다. 이 제품은 시중에서 수십만원에 판매되고 있는 제품이다. 하지만 정작 광고를 클릭해보면 9000원 상당의 카메라 보호 필름을 300원대에 판매한다는 내용이었다.
소비자에게 최초로 노출됐던 광고에서는 카메라 사진만 나와있고 제품 상세 설명이 빠져 있어 카메라를 판매하는 것인지, 보호 필름을 판매하는 것인지 구분이 불가능하다.
또다른 사용자는 인터넷 서핑 중 노출된 테무 광고를 클릭해 홈페이지에 접속해보니 상품 정보 화면이 아닌 룰렛 이벤트 화면으로 바로 넘어가는 황당한 상황을 경험하기도 했다. 식기 건조대를 2000원대에 판매한다는 광고를 클릭하자, 연결된 화면은 테무의 룰렛 이벤트 화면이었다. 그는 해당 페이지를 나가기 위해 'x' 표시를 눌렀지만, 룰렛이 돌아가면서 강제로 이벤트에 참여할 수 밖에 없었다.
테무의 이같은 소비자 기만 행태는 그동안 꾸준히 지적됐던 사안이다. 올 초 테무는 국내에서 신규 회원을 유치하기 위해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크레딧과 무료 사은품 등을 고객들에게 증정했는데, 해당 과정이 룰렛 게임 방식으로 이뤄지는데다 다른 사람을 신규 회원으로 가입시키도록 유도해 소비자들 사이에서 '다단계 사기', '사행성 조작' 등의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추천인이 혜택을 얻기 위해서는 충족 화면이 나올 때까지 친구를 계속 추천해야 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잇따랐다. 해당 프로모션에 참여했던 30대 직장인 A씨는 "친구를 초대하는 것도 한 명, 두 명으로는 어림도 없다"고 호소했다.
중국 이커머스의 소비자 기만은 이 뿐만이 아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은 최근까지 '광고'라고 표기하지 않고 광고성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나 앱 푸시, 이메일 등을 보내고, 멜라토닌캡슐제와 도수있는 안경 등 국내법상 온라인 판매가 금지된 제품을 파는 등의 사례가 나왔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제50조)과 그 시행령(제61조)에선 전자적 전송매체를 이용해 영리 목적의 광고성 정보를 전송하려면 정보가 시작되는 부분에 '(광고)'라고 표시해야 하며 이를 어기면 3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게 돼 있다. 앱 접근 권한 고지 역시 정보통신망법(제22조의2)상 의무 사항이다.
하지만 아직 중국 이커머스 업체 가운데 국내법에 따라 과태료 등의 처분을 받은 사례는 없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연맹에 접수된 알리익스프레스 관련 소비자 불만 건수는 465건으로 전년(93건) 대비 5배로 늘었다.
배송 지연, 오배송, 상품 누락, 배송 중 분실을 포함한 계약불이행이 226건(49%)으로 가장 많았고 계약해제·해지 이후 환불 거부 등이 143건(31%), 가품이나 제품 불량·파손과 같은 품질 불만이 82건(18%) 각각 집계됐다.
그럼에도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은 국내 온라인 유통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알리의 국내 쇼핑 애플리케이션 사용자 수는 지난해 12월 기준 496만명에서 지난 2월 기준 818만명까지 급증하며 국내 2위인 11번가(736만명)을 제치고, 업계 1인 쿠팡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테무도 지난해 말 기준 328만명으로 티몬, CJ온스타일, 홈앤쇼핑, 이마트 등을 앞질렀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국내 진출 상황에 관한 대처를 맡을 전담팀을 구성해 곧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국내에 주소·영업소가 없는 해외 사업자라 하더라도 매출액, 이용자 수 등 일정 기준을 넘는 경우 국내 대리인을 지정하도록 하는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지난달 26일 입법예고했다.
이상현기자 ishs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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