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여론조사서 보수 위축 경향”
“실체 없는데 헛된 희망 걸어” 반론도
‘샤이 보수’의 등장이냐, 관망이냐.
사전투표 시작을 하루 앞둔 4일 정치권에는 ‘샤이(Shy·수줍은) 보수’의 영향력을 두고 설왕설래가 벌어졌다. 전문가들도 샤이 보수가 투표장에 나와 힘을 발휘할 것이란 관측과 샤이 보수 자체가 없다는 상반된 분석을 내놓고 있다. 샤이 보수는 주변 여론 때문에 자신의 보수 성향을 여론조사 등에 잘 드러내지 않는 숨은 보수 지지자를 의미한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선 ‘샤이 트럼프’의 등장으로 선거 결과가 뒤집어졌다는 분석이 많다. 한국 총선에서도 그같은 결과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4일 서울 강남구 삼성2동 주민센터에 설치된 삼성2동 사전투표소에서 선거사무원이 기표소 앞에서 기표용구를 들어보이고 있다. 뉴스1
4일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통화에서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응답을 회피하는 경향이 보인다”며 “지난 대선 투표 결과나 정치 성향에 대한 응답을 보면 보수가 위축된 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통상 여론조사에선 여야를 가리지 않고 분위기가 좋은 쪽이 많이 표집된다”며 “며칠 만에 사람이 보수가 되고 진보로 바뀌고 하진 않는다”고 분석했다. 윤 실장은 “샤이 보수가 투표장에 나오면 움직였다가 되는 것처럼 이는 결과론적인 측면이 있다”고 했다. 여론조사에서 드러나지 않은 표심이 나타나면 샤이 보수로 해석되고, 여론조사와 같은 흐름이 선거 결과로 이어지면 이 같은 분석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여당 텃밭인 부산·경남(PK) 지역과 강원 일부에서 야당이 앞선 여론조사가 다수 나오고 있다. 이에 윤 실장은 “예를 들어 PK를 보면 지금 국민의힘 지지가 조금 내려가 있는데, 막판에 그들(샤이 보수)이 표를 던지면 샤이 보수가 움직인 것이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들이 움직이는 건 후보 개인의 문제보다는 결국 당과 용산 대통령실의 정치적 영향력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샤이 보수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의견도 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샤이 보수나 진보는 없다”며 “그 사람들은 실체가 없는데 정치권이 헛된 희망을 걸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선거에서도 이런 샤이 표가 영향을 준 것이 없다”고 단언했다. 이 교수는 이를 불리한 진영에서 희망을 걸기 위해 만들어낸 정치적 결과물이라고 봤다.
샤이 보수층은 존재하지만 현 구도가 여야 모두 지지층이 결집한 상황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샤이 보수는 진보 정권 때 있었다”며 “과거에는 많게는 5%까지 전문가들이 이야기 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샤이 진보는 조국혁신당이 나오면서 다 커밍아웃을 해버렸고, 보수는 그보다 앞서 이미 커밍아웃을 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지금 존재하는 것은 중도밖에 없다”며 “중도, 부동층이 어디로 표를 줄지 마지막 가늠을 하고 있고 이들의 마음이 선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조병욱·최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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