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필의 미래창
화물선에 풍력날개 달고 연료 14%↓
한해 자동차 480대 온실가스 줄여
카길의 풍력 화물선 피시스 오션이 2개의 커다란 돛을 펼친 채 항해하고 있다. 카길 제공
거대한 돛을 단 풍력 화물선(벌크선)이 첫 장거리 시험 항해에서 14%의 연료를 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인 곡물 대기업 카길은 지난해 8월부터 길이 229m의 4만3천톤급 곡물 운반선 ‘피시스 오션’(Pyxis Ocean)을 바다에 띄워 6개월 간 시험항해를 마친 결과, 하루 평균 3톤의 연료를 절감하는 효과를 보았다고 발표했다.
이는 하루 11.2톤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인 것과 같다. 선박의 연간 평균 항해일수 237일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이 선박을 운영할 경우 한 해 2650톤, 즉 자동차 480대에서 뿜어내는 온실가스를 저감하게 된다.
피시스 오션은 풍력 화물선의 실용성을 시험한 이번 항해에서 칠레 남단의 케이프 혼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희망봉을 돌아 인도양, 태평양, 북대서양과 남대서양을 두루 항해했다.
이 선박 갑판에는 높이가 37.5m에 이르는 거대한 풍력날개 ‘윈드윙스’(WindWings) 2개가 장착돼 있다. 풍력발전기와 똑같은 소재로 만든 이 날개는 옛 범선의 돛과 마찬가지로 정박 중에는 접혀 있고 항해 중에만 펼쳐진다. 선박에 탑재된 센서가 측정한 바람 속도를 바탕으로 자동으로 돛을 내리고 올린다.
카길에 따르면 최적의 항해 조건에서는 하루 11톤까지 연료 절감 효과가 있었다. 이는 온실가스 41톤에 해당한다. 선박 개발업체인 영국 바테크놀로지스(BAR Technologies)의 존 쿠퍼 대표는 “첫 항해 결과 풍력 추진 장치가 상당한 연료 절감과 온실가스 배출 감소를 보장할 수 있다는 걸 분명히 보여줬다”고 말했다.
카길은 다음 단계로 이러한 대형 항해 장비를 갖춘 선박이 전 세계 250개 해운항에 정박할 수 있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피시스 오션에 장착된 돛은 하루 평균 3톤의 연료 절감 효과를 냈다. 카길 제공
국제해사기구(IMO)에 따르면 현재 국제 물동량의 90%를 차지하는 해운업의 탄소배출량은 2020년 기준 세계 전체 배출량의 약 3%인 10억8천만톤으로 추정된다. 해사기구는 2030년까지 저탄소 에너지원의 비중을 5~10%로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2050년까지 선박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8년 배출량의 절반으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거대한 돛을 단 화물선은 이런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한몫할 수 있다.
스웨덴의 선박 설계회사 왈리니우스 마린도 합작회사 ‘오션버드’를 설립해 풍력 선박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올해 첫 항해를 목표로 자동차 운반선(로로선)에 높이 40m, 폭 14m, 무게 150톤의 대형 돛 ‘윙세일’ 세트를 장착하고 있다. 오션버드는 “윙세일은 일반 돛이라기보다는 배 위에 얹는 비행기 날개에 더 가깝다”고 설명한다.
프랑스의 친환경 선사 제피르앤보레(Zephyr & Borée)는 길이 121m의 화물선 카노피에 4개의 돛을 달 예정이다. 일본의 해운사 미쓰이 오에스케이 라인스(MOL)는 앞서 2022년 1개의 대형 돛을 단 풍력 화물선으로 석탄을 운송하기 시작한 데 이어 올해는 목재 운반선을 건조해 바다에 띄울 계획이다.
국제해사기구에 따르면 현재 선박에 적용할 수 있는 풍력 기술에는 7가지 유형이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풍력을 선박 항해에 이용하는 비율은 전체 운항 선박 11만척의 0.1%도 안된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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